호랑이 없는 호랑이의 해…한민족의 상징 ‘멸종 위기’
호랑이 없는 호랑이의 해…한민족의 상징 ‘멸종 위기’
  • 채영택
  • 승인 2022.02.06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 (30) 자연보호와 호랑이
무섭지만 친숙한 동물
사람 잡아먹는 공포 대상이자
때로는 인간이 믿는 수호신
한국 설화에 자주 영물로 등장
개체수 97% 급감
서식지 파괴·불법 밀렵 등 원인
인위적인 자연 파괴 자성하고
생태계 보호에 전력 쏟아야
신년호-호랑이3
전 세계적으로 호랑이 개체수가 줄면서 호랑이가 멸종 위기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호랑이가 서식할 수 없는 자연 환경은 인류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한다. 사진은 한반도의 기상을 닮은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백두산 호랑이의 모습.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2022년 임인년 ‘호랑이 해’는 밝았지만 전 세계의 호랑이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야생 호랑이의 97%가 지구에서 사라졌고, 멸종 위기 1급 종으로 지정되었다.

인류는 호랑이 개체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사라지면 생태계 불균형으로 건강한 생태계에 의존하는 인류에게 그 피해가 전가되기 때문이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할머니들이 어린 손주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시작하실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은혜를 갚은 호랑이’라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목에 가시가 박힌 호랑이를 구한 나무꾼의 이야기다. 나무꾼은 병든 호랑이를 돕고, 호랑이는 이에 감사한 마음에 나무와 짐승을 잡아서 나무꾼의 집 앞에 놓고 간다. 색시도 구해다 놓는다. 끝에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 은혜를 갚는 호랑이의 이야기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교훈이 서려 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라며 산 길을 지키고 있던 호랑이, 오누이를 잡아 먹으려고 나무 위에 올라간 호랑이,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 등 호랑이는 항상 우리 이야기 속에 있었고 때로는 인간을 죽이는 공포의 대상으로, 때로는 인간이 믿는 수호신으로, 때로는 친근한 보호자로 우리 사람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었다.

곰과 호랑이 중 인간으로 환생한 것은 곰이다. 그렇다면 곰과 호랑이 중 어떤 동물이 한국을 대표해야 할까? 논리적으로 곰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니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무섭지만 친숙한 동물로 한민족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역사의 영웅들은 맨손으로 호랑이 한 마리 이상을 무찌른 이력이 있어야 했다. 이처럼 호랑이는 한반도를 대표하는 동물이다.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의 혼을 상징하는 것으로, 호랑이와 곰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신화는 곰을 숭배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부족의 승리를 기념하는 상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반도는 산지가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많은 호랑이가 서식하여 ‘호랑이의 나라’라고 불렸다. 이러한 이유로 호랑이는 한국문화 깊숙한 곳에서 좋은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민담 속 호랑이는 덕과 인간성을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도 반영되어 있고 낙천적이고 해학적이다.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서 한국인들에게 호랑이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영적 존재와 인간미가 넘치는 친근한 동물로 묘사된다.

이처럼 옛날부터 호랑이는 사람들에게 용맹스럽고, 인간을 수호하고,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신통력 있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집 안으로 들어오는 현관과 대문 등에 호랑이가 그려진 그림을 붙여 잡귀와 나쁜 기운을 물리침과 동시에 복을 기원했다.

한국문화 속의 호랑이는 위험한 맹수로 무서움의 상징이나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영물, 의리를 아는 친숙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호랑이는 12간지 중 세 번째 동물이다. 한국의 옛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며, 조선시대 민화와 같은 회화 속에서도 표범, 까치와 함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방신(四方神) 중 서쪽 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백호(白虎)로 불린다. 후백제의 군주로 맹장이었던 견훤(甄萱)이 어릴적 부모가 견훤을 놓아두고 농사일을 하고 있었는데 보니 호랑이가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호랑이 젖을 먹고 있었다는 설화가 《삼국사기》에도 등장한다.

대충(大蟲), 병표(炳豹) 등의 다른 이름도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와 서울특별시의 마스코트 왕범이는 호랑이를 도안으로 만들어졌다. 평창올림픽의 수호랑은 백호를 도안으로 만들어졌다. 골프선수 양용은은 타이거 우즈를 이겨 호랑이 사냥꾼이라고 불린다.

호랑이 중에서도 검은 호랑이는 강인함, 독립성, 도전, 지혜 등 의미를 지니고 있어 때문에 선조들은 검은 호랑이를 보다 귀하게 여겨왔다. 호랑이, 범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동물인데 흑범, 검은색 호랑이라고 하니 올 한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커다란 활력이 넘칠 것이 기대되지만 호랑이는 지금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호랑이는 동화 속에 친절하게,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어리석게 등장하며 인간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존엄과 공포를 상징하는 동물,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동물, 인간을 승화시키는 동물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다. 이처럼 호랑이는 인간의 문화 속에 등장하며 인간과 동고동락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가끔씩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숲속을 포효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제외하고는 위엄 있는 호랑이는 찾아볼 수 없고, 동물원에 갇힌 무력한 모습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이것조차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야생 호랑이의 수는 최근 97% 이상 감소했다. WWF(World Wide Fund of Nature·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에서 개칭)는 야생 호랑이의 숫자를 지금의 두 배 수준인 약 6천마리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번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WWF는 스위스에 국제 본부를 두고 자연 보호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 자연보호단체로 약 100개국에서 5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하고 있다. 1961년 멸종위기종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World Wildlife Fund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사는 미래를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종합적인 보전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존 야생 호랑이 수를 늘리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 전역의 정부 및 지역 조직과 협력하여 호랑이 개체수 감소를 방지했다. 다행히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에서 간신히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호랑이는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팔, 러시아, 태국, 베트남 전역에서 활동했지만 현재 활동 범위는 과거의 7%에 불과하고 고립된 숲과 협소한 초원에서 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호랑이 멸종 위기는 서식지 파괴, 먹잇감 감소, 불법 밀렵, 불법 거래, 호랑이 사육 농장 등이 주요 원인이다. 아시아 국가 일부에서 호랑이는 약용 또는 높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물로 간주되어 밀렵과 거래가 만연하고 있다. 인간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호랑이들은 놀라운 속도로 밀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랑이 농장은 불법 야생동물 거래를 목적으로 호랑이들을 인위적으로 번식시키는 곳인데 이런 곳은 호랑이 신체 부위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호랑이 밀렵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호랑이 서식지도 점점 파괴되어가고 있다. 도시화를 목적으로 한 도로 건설과 산림 훼손으로 호랑이는 여러 개의 작은 땅에 흩어져 살게 되었다. 먹잇감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것이 호랑이 멸종위기의 원인이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감소는 생태계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생태계 먹이사슬 파괴가 곧 호랑이의 멸종 위기고 호랑이가 없으면 인명피해가 늘어날 것이다.

호랑이의 멸종위기를 막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유지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큰 역할을 호랑이가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말과 사슴 같은 초식동물을 먹잇감으로 삼는 호랑이가 멸종한다면, 초식동물들은 토지를 과도하게 파괴시키고, 그 결과 전체 생태계다양성의 균형은 깨지게 된다. 인간도 건강한 생태계에 의지하고 있다.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곧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된다. 인위적인 인간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자성해야 한다. 숲에서 살아야 할 호랑이가 숲이 파괴되면 어디서 살아야 하나? 빙하가 녹아 먹잇감이 사라졌는데 북극곰이 계속 살 수 있을까? 강을 따라 도로를 내고 늪과 숲을 막아 댐을 만들어 버리면 수달들은 어디로 이사 가야 하나? 우리 인간은 더 발전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당연하다. 그렇다면 먼저 생태계 보호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살기에.
 

 

신경용 <자연보호대구시달성군협의회장·금화복지재단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