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위기를 기회로…스토리가 있는 ‘브랜딩의 힘’
[일상 속 디자인 기행] 위기를 기회로…스토리가 있는 ‘브랜딩의 힘’
  • 류지희
  • 승인 2022.02.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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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끌어당기는 전화위복 마케팅
특별해야 살아남는 시대
밥한끼 먹더라도 숨은 맛집 선호
단순한 물질적 욕구 충족 넘어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사는 것
번개 맞은 빵집 ‘빠다롤’
가게 전소 위기로 긴 휴업 중
“번개 컨셉 살리자” 발상 전환
차별화 된 스토리로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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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서울 석촌호수의 시그니쳐로 자리매김한 ‘러버덕’ 조형물과 굿즈는 마니아층으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온라인스토어에서 러버덕 브랜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은 브랜딩의 시대, 차별화되지 않으면 존재조차 인식되지 않는 마케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언가를 사고 파는 일이란, 필요에 의한 물질적 욕구 충족을 너머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소유하는 것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밥을 한 끼 먹더라도 가게의 인테리어나 푸드스타일링에 뭔가 다른 특별함이 있다면 이를 찾는 수요가 클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자랑하기 위해서 숨어있는 곳 속속들이 찾아내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가 사고자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다. 그 물건이 가지고 있는 컨셉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SNS에 특별한 맛집이나 관광지, 제품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에 있다고 본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해봤어”라는 만족감과 이를 공유함으로써 얻어지는 뿌듯함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나의 경험이 희소가치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희열감으로, 사람들은 값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숨은 맛집을 찾고 특별한 것들을 경험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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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일명 ‘번개 맞은 빵집’의 브랜딩 리뉴얼 모습.번개맞은 일화를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활용해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구 동성로 반월당역 인근에는 상호명이 ‘빠다롤 뺑프랑스’라는 빵집이 있다. 이 빵집이 바로 이러한 특별한 스토리와 컨셉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빵집이다. 일명 ‘번개 맞은 빵집’으로 유명해진 이곳은 어느 날, 한 사건이 가져다 준 경험을 특별한 브랜드 컨셉으로 활용하면서 붙여진 제2의 가게 이름이다. 한 번 쯤은 꼭 가봐야 할 추천 빵집으로 소문이 난 이 가게는 원래는 평범한 빵집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번개를 맞아 가게가 전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갑작스런 재난으로 재정비를 위해 긴 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고, 실의에 빠져있던 시간들 속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가게를 살릴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전화위복 전략이다.

번개를 맞은 일을 비운의 사건이라 생각하고 낙담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반대로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여 발상의 전환, 즉 ‘Lucky’ 컨셉의 빵집 이미지로 재탄생시키는 것이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번개 맞은 빵집’이다. “번개 맞을 확률 600만 분의 1, 예상치 못한 사고였지만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습니다”로 시작되는 빵집 내외부의 포스터 첫 문구를 보면 번개 맞은 빵집의 브랜드 컨셉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의 전환으로 평범했던 빵집에 차별화된 스토리가 생기면서 가게는 대대적으로 새롭게 브랜딩도 하였다. 익살스러운 번개모양의 로고와 트랜디한 감성의 간판사인, 판매되는 빵들을 포장하는 띠지와 패키지, 가게 내부 인테리어 및 홍보 포스터 등을 모두 새롭게 탈바꿈하였다. 보라색을 메인컬러로, 노랑색 번개 캐릭터를 대표 이미지로 브랜드화하여 캄캄한 밤하늘에 번개가 치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표현하였다. 빵에 막대 폭죽을 꽂아 찌릿짜릿 반짝이는 번개불을 맞은 빵의 모습을 연출한 메뉴판 푸드사진도 카운터 메인에 걸려있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니겠는가. 살아가다보면, 사업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희노애락을 다 겪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위기 속에 숨겨진 황금열쇠를 찾아내는 것도 얼마나 큰 지혜이며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제 이 빵가게를 떠올리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번개를 맞아서 망한 빵집이 아니라, 번개를 맞아 축복받은 빵집으로 연상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부정을 긍정으로 탈바꿈한 스토리가 있는 브랜딩의 힘이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꾼 브랜드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또 있다. 서울 석촌호수의 상징,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러버덕’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노란 아기 오리 한 마리가 한 때 엄청난 붐을 일으키면서 수 많은 광관객들을 불러모았다면 믿겠는가? 러버덕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먼 곳에서도 여전히 롯데월드를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사실 러버덕은 죽어가는 롯데월드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제2 롯데월드타워의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때에 롯데월드몰이 먼저 오픈을 하였다. 그때 롯데월드몰은 방문객수가 예상 외로 기대에 미치지 못해 고초를 겪고 있었는데, 때마침 석촌호수 인근에 싱크홀 사건이 발발하면서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함께 대두가 되어버렸다. 이 사건으로 시민들과 고객들 사이에서는 롯데월드몰에 대한 불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등장한 대안책이 ‘러버덕 프로젝트’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상력과 방법만이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롯데월드몰의 이미지를 회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부정적인 인식으로 둘러쌓였던 석촌호수 한 가운데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러버덕의 입성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고, 러버덕 열풍이 불면서 에코백, 문구용품, 굿즈 및 각종 이벤트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지난 사건에 대한 불안심리는 점차 사라지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되면서 지금의 롯데월드몰이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네덜란드의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의 설치미술 작품인 노란 고무 아기오리 러버덕은 설치된 지역마다 다르지만, 최대 26m에 이르며 무게 또한 1000kg에 달한다. “즐거움을 전세계에 퍼트리다(Spreading joy around the world)”라는 이름으로 2007년부터 여전히 세계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브랜딩, 즉 브랜드 컨셉이 주는 영향력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야기와 차별화된 컨셉이 선물해주는 신선한 경험에 돈과 시간과 애정을 기울여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브랜딩(Branding) 시대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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