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노무현 마케팅’ vs ‘퀀텀 마케팅’
[박명호 경영칼럼] ‘노무현 마케팅’ vs ‘퀀텀 마케팅’
  • 승인 2022.02.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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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코로나19는 인류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전환 시대를 열었다. 사회생활과 문화생활, 그리고 경제체제까지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이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여전히 과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일례로 대선만 되면 반복되는 ‘노무현 마케팅’이 그것이다.

지난 해 7월, 여권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모든 주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앞세우며 인물 마케팅을 펼쳤다. 이번에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또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노무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일 제1야당 후보가 제주 강정마을에서 ‘노무현 정신’을 말했고, 다음날에 여권 후보는 경남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 다음날에는 또 다른 야당 후보가 ‘노무현의 길을 걷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 전 대통령이라는 인물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돌아가신 정치지도자를 소환한 속뜻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영어에 ‘Good old days’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에 대한 향수에 의존하여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오히려 ‘고인 모독’ 논란과 여러 가지 부작용만 드러냈다. 이처럼 과거의 관행에 갇혀 낡은 방식을 복제하는 선거캠페인은 우리나라 정치수준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물을 등장시킨 오래된 마케팅 가운데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것이 있다. ‘달과 6펜스’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서머셋 모옴이 자신의 소설을 베스트셀러로 탄생시킨 광고다. 출판사가 자신의 책을 광고해주지 않자 지인들에게 돈을 꾸어서 신문의 구인·구직란에 직접 광고를 냈다. “저는 음악과 운동을 좋아하는 젊고 교양 있는 백만장자입니다. 서머셋 모옴 소설 속의 여주인공과 같은 타입의 여성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그의 소설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노무현 마케팅’이나 서머셋 모옴의 소설 마케팅과 같은 방식이 유효하게 작동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대혼란의 시대에서는 과거의 어떠한 마케팅 방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당연히 대대적인 수정이나 혁신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그래서 어떠한 변혁기에도 마케팅은 위기다.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 기존의 마케팅 이론, 전략, 관행 등 모든 것이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의 출현이 불가피한 이유다.

기업의 마케팅 패러다임은 대체로 제품마케팅, 감성마케팅, 데이터주도마케팅 등 3단계의 프레임워크를 거쳐 왔다. 지금은 4단계, 디지털·소셜마케팅 시대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토대로 한 실시간 연결이 핵심이다. 라자 라자만나르(Raja Rajamannar)는 『퀀텀 마케팅』에서 곧 제5의 패러다임인 ‘퀀텀 마케팅(Quantum Marketing)’이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예측 불가능한 신기술, 엄청난 양의 데이터, 삶의 순간에의 접근 가능성, 실시간 행동의 기회 또는 위협 등 모든 것이 종전의 마케팅을 통째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처럼 ‘퀀텀 마케팅’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및 각종 신기술이 기존의 마케팅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꾼 상황에서 전개된다. 소위 ‘퀀텀 점프(Quantum Jump)’하는 마케팅 패러다임이다. 기업이 ‘퀀텀 점프’한다는 것은 혁신 경영을 통해 기존 환경과 구조를 깨고 한계를 뛰어넘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뜻한다. ‘퀀텀’은 속도나 양적인 측면에서 측정 불가능할 정도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일례로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2029년에 실현된다고 예측한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같은 것이다.

이제 마케팅은 극도로 혼란스러운 신기술과 변화된 삶의 방식에 새롭게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에서 발생하는 콘텐츠, 메시지, 이미지와 새로운 자동화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미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퀀텀 마케터’에게는 개방성과 기술적 지식이 필수다.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어떤 기술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예측하고, 그러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나아가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공감하면서 진정성과 몰입감이 있는 상호작용 및 경험, 실시간 마케팅, 소비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예민하고 섬세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퀀텀’ 상황에서 기업은 물론이고 정치에서도 당연히 과거의 전략과 이전의 성공 방식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수정해야 한다. “새롭게 생각하는 것보다 옛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난제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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