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메타경북과 강제혁신
[박한우의 미래칼럼] 메타경북과 강제혁신
  • 승인 2022.02.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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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경상북도는 메타버스를 축으로 세상이 재편되는 것이 시대적 흐름임을 인식하고 메타경북을 미래방향으로 발표하였다. 빅데이터팀을 확대 개편하여 메타버스 정책을 추진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였다. 메타경북은 산업, 문화, 사람의 세 가지 관점을 지향한다. 첫째, 메타산업 클러스터 조성 둘째, 전통문화 메타콘텐츠 전환 셋째, 메타기반 리빙랩 구축 등이다. 메타버스 공간을 지탱하는 개별 산업군 발굴을 시작으로, 가상세계를 채워나갈 콘텐츠를 생산하고, 기술변화와 지역발전을 주도할 디지털 인재양성까지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경북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인의 반응 정도에 차이가 보인다. 시민들이야 뉴스에서 자주 언급된 이슈가 슬로건으로 나오니 일단 환영하는 듯하다. 경북이 신기술을 먼저 시작한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메타경북이 그저 선언만으로 시작이 절반이 되는 정책이 아님이 전문가 집단의 견해이다. 더욱이 기존 스마트 산업단지, 3차원 지도구축, 게임 관련 예산의 표지 갈아 끼우기로 우려먹기 해서도 안 된다. 그럼 중앙정부도 아닌 지자체가 메타버스를 플래그쉽 정책으로 추진하는 맥락과 이슈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보자.

경북은 국토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방소멸 위기의 풍전등화 상황이다. 인구절벽에서 탈출하는 최근 정책이 ‘두 주소 갖기’ 즉 ‘관계인구’ 전략이다. 2003년 세컨드라이프와 비교하면 현재 메타버스는 디지털 트윈을 강조한다. 아날로그-디지털 짝을 만들어 가상공간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따라서 메타경북을 통해서 누구나 두 주소를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정주 공간에도 등재 가능하다. 시공간적 장벽을 넘어서 누구나 메타경북을 찾고 소속감도 높일 수 있다.

2015년 에스토니아는 외국인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자주민증을 발급받아 법인설립 등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인도엑스(IndoEx)는 에스토니아와 영국에 본사를 두고 2019년에 설립된 거래소이다. 후발주자인 경북이 에스토니아를 뛰어넘기 위한 방향은 무엇인가?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높여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메타버스 경제활동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없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 채굴기업과 거래소를 지역에 유치한다면 메타경북의 조기실현도 어렵지 않다. 미국은 가상자산을 산업적으로 접근해서 지방정부들이 채굴장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텍사스주는 보수 공화당 후보들이 비트코인 육성정책을 내걸었다.

경북은 전통장인과 부농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한류 문화자산을 이어갈 후속세대가 거의 없다. 한글, 한복, 한식의 지적 자산이 사라지기 전에 대체불가토큰(NFT)에 기록해야 한다. NFT 큐레이터 인력 없이 불가능하다. 관계인구 유동성을 확보하고 원격협업이 가능한 외부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6차 산업이 된 농업도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국내외 마케팅을 시작할 때 선도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를 메타버스에 올려야 한다.

메타버스는 발 없는 플랫폼이다. 메타경북의 방문객이 많다고 지역이 북적거리지 않는다. 따라서 메타버스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서 국내외 구분 없이 인재고용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범용기술의 복합체이어서 죽음의 계곡이 여러 번 있었다. 구글 글라스도 기술한계가 아닌 시장진입에 실패했다. 잘못하면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과 같다. 기존처럼 공장을 짓고 저임금의 근로자를 고용해서 생산단가를 낮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경북형 메타버스 산업은 시뮬레이션과 보조기술의 고급화와 실증화를 겨냥해야 한다. 할리우드 영화세트장 같이 시뮬레이션 시설을 대규모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공정관리, 품질 유지, 작업 안전, 노동 친화성을 높이는 몰입환경을 통해 제조업의 해외 협력 등을 지원한다. 고령자가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 보조기술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소위 리에종(liaison) 클러스터이다. 서로 다른 주체들을 연결해 주는 리에종 산업은 숙련공과 전문가 중심의 컨설팅을 필요로 한다.

메타경북은 혁신이다. 혁신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칼보다 총이, 마차보다 자동차가 처음부터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EBS ‘강제혁신’ 다큐멘터리가 보여주었듯이, 혁신의 성공조건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정책구호도 아니다. 매력적이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혁신적 기술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공적 권력이 절대적이다. 제도적 장치는 리빙랩(디지털사회혁신센터)를 통해 만들고, 공적 권력은 도지사의 리더쉽에서 나온다.

리빙랩은 정보과학 기술을 활용해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디지털 새마을운동이다. 자발적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혁신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내외부에서 참여하고 활동할 소위 앞선(early) 사용자, 큐레이터, 숙련공, 전문가 등에 파격적 보상을 지급하더라도 하루빨리 조직해야 한다. 재원 마련은 도지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애향심에 호소하는 계몽적 접근은 혁신을 강제하는 최고 책임자의 자세가 아니다.

앞으로 지방소멸은 오프라인의 이슈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메타버스를 향한 강제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가상공간에서도 경북은 없다. 사람, 문화, 산업의 트리플 메타버스가 경북의 미래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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