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2
사냥2
  • 승인 2022.0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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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겨울, 밥을 하고, 소죽을 끓이고, 방에 군불을 때기 위해 땔감이 많이 필요했다. 땔감을 하러 산에 간 김에 작은오빠와 홍희는 꿩사냥을 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지난 밤 잡아오신 꿩고기를 엄마가 맛있게 끓여주어 먹었던 기억때문이다. 다시 한번 더 먹고 싶었다. 사냥이라기에는 거창한 표현이다. 꿩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 밑동에 올가미를 쳐 두었다.

산에는 땔감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갈쿠리로 갈비를 끌어담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 담고, 마른 나무 밑동을 발로 차서 포대기에 담았다. 각자가 끌고 갈 수 있을 만큼만 담았다. 홍희는 갈비 포대기, 작은오빠는 나무 포대기. 두 포대는 금새 채워졌다. 한 곳에 모아두고, 쳐 둔 올가미에 꿩이 걸렸나 살펴보러 다녔다.

가까이에서 꿩이 울면서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꿩은 이 근처에 있었다. 무엇에 놀랐는지, 꿩 꿩 푸드득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작은오빠와 홍희가 자기들을 잡으러 오고, 올가미를 쳐 둔 것을 눈치 채고 날아 오른 것 같았다. 아까웠다. 엽총이라도 있었으면 쏴서 잡았겠지만 엽총이 없었다. 새총을 만들어서 쏘기에는 너무 높았다. 꿩은 울음소리로 산을 흔들고 자기의 존재를 알리며 떠나갔다. 작은오빠와 홍희에게 너희들은 나를 잡지 못한다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날아가는 꿩 소리가 경쾌했다.

꿩 잡기가 실패로 끝나고 어느날 작은오빠는 친구들과 토끼를 잡으러 더 높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여러명이서 토기를 몰고 잡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집에서 혼자 놀기에 심심했던 홍희는 따라나섰다.

마을 뒤로 계속 가면 높은 산이 있었다. 백학산이었다. 백두산이람 이름이 비슷해 어릴 때는 헷갈렸다. 배산임수라는 풍수지리설을 따라 마을이 들어선 것인지, 마을을 잡고 보니 배산임수였는지는 모르지만, 동네 뒤를 병풍처럼 높이 둘러싸고 있었다. 마을 앞에는 위천강이 흐르고 있었다. 여름에는 강에 가서 놀았고, 겨울에는 산에 갔다.

그 날은 눈이 내린 날이었다. 두툼한 양말을 신고, 두꺼운 겨울 바지를 입고, 털모자를 쓰고, 털장갑을 준비했다.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가서 녹으면 발이 시렵기 때문에 양말은 최대한 두껍게 신었다. 두 개를 겹쳐 신어도 눈 속을 뛰어다니다 보면 발이 시렵고, 얼 수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눈오는 날 토끼를 잡으러 갔을까. 눈이 있어야 토끼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고 아가서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던 같다. 긴 나무 막대기를 한 개씩 잡고 산을 올라갔다.

여기 저기 흩어져서 토끼 발자국을 찾으러 다녔다. 누군가가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했고, 그 주변을 뛰어다녔다. 눈 속으로 발이 푹푹 빠졌다. 작은 키에 큰 덤불이 가로막았지만, 발을 높이 쳐들면서 헤치고 갔다.

차가운 눈이 얼굴로 흩뿌려졌다. 눈이 햇살에 반짝였다. 추워도 춥지 않았다. 깨끗한 공기와 반짝이는 눈 빛에 눈이 부시었다. 기분이 상쾌했다. 토끼는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같이 뛰어다니고 있는 기분이었다. 작은오빠와 같이 간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고, ‘우~~우~~’하고 ‘ㅋㅋㅋ ’웃는 소리만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니 하얀 토끼가 산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겁을 먹거나 당황해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기랑 같이 놀려고 온 것처럼 기뻐서 깡충깡충 눈 위를 높이뛰기하는 것 같았다. 눈 속에서 토끼는 아이들보다 빨랐고, 높이 뛰었다. 하얀 털이 눈과 잘 어울렸다. 기다란 귀를 흔들면서 자기를 아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토끼를 아갔다. 여러명이 토끼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을 뛰어다녔는데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토끼를 더 이상 아갈 수 없었다.

작은오빠와 홍희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막대기도 산에 버려두고 왔다. 그럼에도 웃음은 한가득 안고 돌아왔다. 사냥감은 하나도 잡지 못해도, 꿩과 토끼와 함께한 추억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때도 즐거웠고, 지금도 겨울이면 즐거운 기억으로 떠오른다. 우리들의 겨울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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