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봄이 오면
[문화칼럼] 봄이 오면
  • 승인 2022.03.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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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김동환 시에 김동진이 곡을 붙인 우리 가곡 ‘봄이 오면’의 노랫말이다. 봄이면 이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봄을 그린 많은 노래가 있지만 이 곡이 가장 친숙하고 소박하게 와 닿는 것 같다.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건만 늦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래도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계절의 변화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워낙 대단해서다. 오미크론의 위협이 아주 가까이 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시절이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이 펜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초입단계일 수 있다는 전망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지난 2년간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지 않았나. 이정도면 충분한 희생을 치렀다. 이달 중순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지금이 최대 고비이고 머잖아 기세가 꺾이면 일상회복의 희망이 보인다는 얘기다.

새벽 여명이 오기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지금의 어려움을 오히려 희망의 빛으로 생각하며 봄을 준비한다. 문화예술계는 시민들의 일상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올해 대구시의 주요 시정목표 중 하나는 ‘소확행’ 이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는 예술작품을 풀어 놓아야 한다. 지역의 많은 공연장에서는 그런 마음을 담아 멋진 작품들을 많이들 준비했다.

올해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 명인전은 그 해석을 달리했다. 그간의 명인전이 전통예술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공감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하였다. 여러 가지 연구와 심사숙고 끝에 소프라노 이화영을 모시기로 했다. 다음 주에 열리는 그의 독창회가 그것이다. 이화영의 명인으로서의 면모는 오랜 시간동안 흔들림 없는 정상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많은 유망주들이 기대와 달리 단명에 그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반면 이화영은 계명대학교 교수로서 학생을 지도하면서도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성장하여 모교 대학에 재직하면서 국내외 최정상의 오페라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긴 시간동안 활약한 것은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번 독창회를 통하여 그의 예술세계를 다시 한 번 조명하고자 한다. 이런 시간을 통하여 우리의 자산의 가치를 드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사월이면 마스터즈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작년 두 번의 이 시리즈를 통하여 지역에 큰 반향을 일으킨바가 있다. 국내 최정상의 서양음악오케스트라 지휘자 임헌정과 국악계의 레전드 박범훈 선생의 시립국악단 지휘가 그것이었다. 당시 서양음악 지휘자가 만들어 내는 국악의 사운드는 단원들과 관객 모두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국악관현악이 나아가야할 또 하나의 길을 찾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코리안 심포니 상임지휘자 정치용과 경기 시나위 오케스트라 지휘자 원일 두 분을 모시고 이 시리즈를 풀어간다. 사월에 국내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치용이 시립국악단과 함께 우리음악의 새로운 해석을 들려 줄 예정이다. 그는 이미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몇 차례 이런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뛰어난 음악 해석과 대구시립국악단원들의 열정이 봄밤을 아름답게 물들이리라 생각한다.

오월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대표 레퍼토리 한국무용 별신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삼년 째 수정 보완을 거쳐 무대에 올린다. 특히 이 작품은 세계가스총회 기간 중 대구를 찾는 외국 관계자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준비하는 공연이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모티브를 따서 명장 장유경 교수가 대구시립 한국무용단원들을 조련해 만들어 낸다. 이미 두 차례 공연을 통하여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바 있다. 한국무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었다. 무용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움직임도 달라졌다. 집중력 있는 혹독한 훈련의 결과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세 번째 버전은 그래서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

봄이면 두류공원은 천국으로 변모한다. 잘 정비된 공원 곳곳은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걷기 좋은 두류 여울 길과 금봉산 둘레 길은 그 어느 곳도 부럽지 않은 명소다. 그 한가운데 문화예술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잠시 발걸음을 해 주시면 멋진 공연과 전시가 항시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봄이 오면 진정한 소확행을 이곳에서 찾으시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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