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선배이자 친구이자 예술가…‘나무 예찬’
인간의 선배이자 친구이자 예술가…‘나무 예찬’
  • 노용호
  • 승인 2022.03.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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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 (32) 코로나 시대엔 나무와 함께
창의성의 원천
오래된 나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하고 아름다운 조각 발견
영감 받아 시 쓰고 그림 그리기도
철새 먹이용 보리 심기
우포늪 철새길에 보리 심으면
1평당 1천원 보상 받기 가능
보리 심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
나무1
나무는 창의성과 예술성의 원천이다. 겨울 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과 이미지를 자아내도록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코로나19에 의한 피해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코로나가 1차 대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필자는 대구 수성구의 집에 있었는데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것이 겁나 약 1달 간 우포늪(경남 창녕군)에 가지 못했다. 넓게 펼쳐진 자연과 우포늪에 자주 가는 즐거움이 갑자기 사라져 버려 많이 당황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어찌할 줄 몰라 집에 있으니 마치 감옥에 갇힌 기분에 무섭기도 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집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만나는 나무가 많은 산에 가는 것이었다. 지금도 집 앞의 산에 있는 나무의 존재에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나는 12년을 대학에서 교수로 생태관광 등에 대해 연구했고, 12년은 고향 우포늪이 있는 창녕군의 초대로 우포늪생태관장 등 우포늪 관련 연구와 생태춤을 창시하여 홍보를 했다. 지금은 2021년 4월부터 우포생태관광연구소를 차리고, 우포늪, 대구의 안심 습지 등 습지와 자연에 관한 강연, 연구용역, 자연유산 평가 등의 일을 하면서 지낸다. 강연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그리고 치매협회 등 다양한 곳에서 한다. 강연 중 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무는 창의성·예술의 원천

“여러분 저기 보이는 나무가 지구에서 오래 살았을까요? 우리 인간이 더 오래 살았겠습니까?” 물어본 뒤, “그렇죠 당연히 나무가 더 오래 살았죠. 누가 더 지구상의 선배입니까? 네에 그렇습니다. 나무가 당연히 우리 인간보다 일찍 탄생한 선배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런 뒤 많은 사람들 앞에 있는 나무나 화분 속의 꽃 등 식물들을 쳐다보다가, 나무를 향해 “선배님~”하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그러면 강연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웃고 분위기도 좋아진다. 그런 다음에 “여러분 나무가 되어 봅시다. 다같이 춤추는 나무가 됩시다” 라고 말한 뒤 함께 나무춤을 춘다.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한 즐겁고 유익한 생태춤을 추고 강연을 하며 즐겁게 지낸다. 같이 웃어 즐겁고 운동도 하고 강연비도 받으니 너무 좋다.

나무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나무는 나에게 동식물들을 주제로 한 춤을 주었다. 같이 해보자. 내가 나무라 생각하고 나무처럼 두 팔을 벌리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듯 두 팔을 흔든다. 두 팔을 아주 천천히, 천천히 흔들다가, 조금 빨리, 좀 더 빨리 그리고 빠르게 두 팔을 흔들며 바람 만난 나무가 되어 즐겁게 웃으며 춤을 춘다. 나무춤은 바람 만난 나무, 비 내리는 나무, 우박을 맞은 나무 눈 맞은 나무로 나누어 춤을 춘다. 이 춤을 추면 참가자들과 추면 동작을 함께하면서 웃고 즐거워져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빠르게 친해진다.

나무는 예술가이다. 오래된 나무를 유심히 보면 나무들이 아름다운 조각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알 수있다. 경상남도 창녕군의 우포늪 인근 200여년 된 팽나무는 밑의 줄기가 소나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좀 더 유심히 관찰하면 줄기 중의 하나는 양이나 외국인의 머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부산시 수영구의 600여 년 된 푸조나무는 코끼리의 긴 코 모양과 뿔 달린 소 모양을 하고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본 어느 나무는 귀여운 아기곰 모양을 하고 있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큰 나무를 만나면 감탄만 하지 말고 그 나무를 유심히 관찰해 보자. 독특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움이 몇 배로 더 늘어날 것이다.

나무는 우리 인간들에게 좋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과일 제공과 홍수 피해줄이기 등의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참하게 짓밟고 죽이기도 한다.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나무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법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나는 어느 날 나무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즐거운 생각이 떠 올랐다. 나무에게 박수치기, 노래 불러주기, 사진 찍어주기, 물주기, 웃어 주기, 감사의 마음 갖기 등 30여 가지가 생각났다. 그리 어렵지 않는 일들이 많다.

나무에게 영감을 받아 어떤 이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기도 한다. 너무도 고마운 예술의 원천이다. 누구는 나무에게서 예술의 감흥을 받는데 누구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나무를 제대로 관찰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유심히 보고 살피고 생각해 보시기를 바란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나올 것이다.

◇철새 먹이용 보리 심기

지구에 사는 우리 인간은 자연에서 오랫동안 도움을 받으며 살아오고 있다. 집 앞의 숲은 우리 인간들이 숨을 쉬게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주고, 목화로 옷을 만들어 입고, 장작불을 사용하여 맛있는 음식을 익혀 먹으며 살아왔다. 자연에 대한 의존성이 많이 떨어진 현대에도 대나무를 활용하여 집을 짓고, 심지어 옷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와 풀, 공기 등의 생태가 우리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생태계서비스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정부에서 하는 많은 사업 중 철새들에게 먹이가 되는 보리를 심으면 보상을 해주는 사업이 있다.

우포늪 인근에 우포늪과 화왕산이 바라보이는 밭이 하나 있는데, 그 밭에 무엇을 심어야 할지 몰라 고민을 많이 하였다. 밭에 보리를 심어놓은 친척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이라는 사업이 있는데 보리를 심으면 1평당 1천원 정도 보상을 해준다고 하였다. 서류를 내어 알게 된 것은 우포늪 인근의 같은 마을 땅이라도 모두 되지 않았다. 우포늪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땅은 안되고, 철새들이 지나가는 우포늪 인근에 위치한 땅만 해당되었다. 그 사업은 우포늪 근처에 있는 논이나 밭에 보리를 심어, 보리가 기러기와 오리류 등 겨울 철새들의 먹이가 되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겨울 철새에게 먹이도 되고, 먹지 않은 보리는 자연 그대로의 웰빙 음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녹색의 보리심기를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밭을 우포늪의 유명한 사진작가 분에게 보여주니 그분은 청보리를 심으면 멋지겠다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리를 심게된 것이다.

작년 9월에 주소가 등록된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담당자와 계약을 하였다. 보리를 심어야겠는데 칡이 많아 …씨爭뻬杵했다. 처음엔 포크레인으로 …씨내고 보리를 심는데 50만원이 들고, 보리씨까지 합하면 남는 게 전혀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다 트렉터로 밭을 정리하는데 200평당 6만원이라고 하여 트렉터있는 친척에게 이야기하니, 밭이 높은 곳에 있어 포크레인도 사용해야 하니 40만원을 달라 하여 점심값을 포함해 총 43만원을 주었다.

보리를 심기는 심었는데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한번 만에 끝낼 것을 총 3번이나 보리를 심었다. 주인이 안 가보니 이런일이 생긴 것이다. 보리를 심는 날에 바빠서 못 갔는데, 처음엔 심어야 될 곳의 3분의 2만 심었고, 두 번째는 가만히 있는 다른 사람의 묵힌 밭을 정리해서 보리를 심었다. 가보니 어이구~ 하고 기가 찼다. 이 모든 게 바쁘다는 핑계로 보리심는 날 직접 가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보리를 12월에야 심은 뒤 서울에 일이 있어 갔는데, 지하철 안에서 주소를 둔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보리를 심은 곳이 어딘데 보리가 보이지를 않는다고. 나는 보리를 3분의 2는 심었고 3분의 1은 내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날은 서울에 일이 있어 갔는데, 서울의 지하철 안에서 다른 일도 아니고 보리 때문에 생긴 일이라 더욱 기억이 새롭다.

3번 만에 나머지를 심었다. 보리 심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부탁받은 친구는 자기 밭에 마늘과 양파 심는다고 나의 밭에는 12월 초순에야 심었기 때문이다. 심기 전에는 겨울 날씨가 아닌 봄 날씨처럼 따뜻했는데, 막상 밭에 보리 심을때가 되니 이런~ 진짜 겨울 날씨로 변했다.

보리를 심은 곳에 수차례나 가서 녹색의 보리잎들이 나기를 고대하고 고대했는데, 녹색은 보이지 않고 비둘기들이 보리 씨앗들을 먹는 것만 보고 오기도 했다. 추운 날들을 보내고 1월 중순 경이 되니 와우~ 녹색의 보리잎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야 드디어 올라오는구나 하는 기쁨 속에 혹시 잡초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어 뿌리까지 확인해 봤다. 보리가 맞았다.

며칠 뒤 농업인이 되는 자격과 같은 농업경영체 신고를 하였다. 한국농산물품질관리원 창녕지사에서 전화가 와서는, 밭을 갈기는 갈았는데 보리가 보이지 않아 밭을 파서 살펴보니 보리들이 올라 올려고 하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말했다. 보리 심은 것이 확인된 것이다. 오후에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법적으로 진짜 농업인이 된 것이다.

보리를 심어 올라오면 오리와 기러기를 비롯한 겨울 철새 먹이로 사용하게 된다. 나중에 겨울철새들이 가버린 이후엔 보리를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포늪과 화왕산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 찍기, 보리차 해먹기, 보리 새싹으로 활용하기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어릴 때 경남 하동군에 살던 고등학교 동기는 보리잎들이 영양가 있다고 된장 끓이는데 넣어 사용하였다고 한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다. 보리밥만 들었는데~. 보리가 항염효과가 있으니 멋지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다른 고교동기에게 보리된장국 이야기를 하니 경북 경산시의 어느 식당에도 그렇게 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보리 심으면서 이리저리 많은 경험을 해본다.
 

 

노용호 <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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