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진흙탕 속에서도 꽃은 핀다
[데스크칼럼] 진흙탕 속에서도 꽃은 핀다
  • 승인 2022.03.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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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누구를 믿고 국가의 운명을 맡겨야 하나. 그 날이 오늘이다.

숱한 곡절 속에서 모래알 같은 국민들은 현 정부의 국정을 온 몸으로 겪었고, 각 진영으로 나뉜 편 가르기 싸움판을 낱낱이 목도하면서 결국 오늘을 맞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일을 맞았지만 나라 안과 밖은 유난히 큰일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무겁게 내리 누른다.

초대형 산불이 내리 며칠째 동해안 산악지대를 할퀴고 지나다니고 있고, 오미크론은 '곧 정점이다, 정점이다' 하면서도 연일 최다 확진자 수와 최다 사망자 수를 갈아치우는 와중이다. 팬데믹 상황은 2년도 더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 져 온 세계인을 걱정 시키고 심각한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북한은 계속해 미사일을 쏴댄다.

혼돈의 한가운데서 대한민국은 오늘 국민의 대표가 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엄중하게는 국가의 운명을 가를 선거고, 작게 봐도 내가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이를 리더로 세워 후회하지 않을 미래를 보장받아야 할 선거가 바로 오늘이다.

골이 깊은만큼 산도 높다고, 지난 시절 겪은 저마다의 질곡이 얼마나 깊었으면 사전투표율이 이리 높았을까. 꼭 표로 선택해야 할 사무친 마음이 얼마나 진하기에 바이러스에 감염돼 아픈 이들조차 병석을 박차고 투표소의 긴 행렬에 한 두 시간씩 줄지어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지난 5년 이 정부의 시간은 배반의 계절이었다는 이도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인 시절을 지나왔으니 한 번 더 참민주를 일궈내야 한다는 이도 있다.

어떤 선택이든 오늘 우리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한다.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눠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한 대통령의 말과 다르게 검찰이든 재판부든 권력의 시녀가 되길 주저하지 않았던 지난 세월이 사무칠수록 우리는 더욱 투표소로 향해야 한다. 중립의 위치에서 선거라는 경기를 잘 운영하라고 만든 선관위라는 심판이 선수가 되어 뛰는 염려에 눈에 불꽃이 튈수록 우리는 내 몫의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적폐 청산이 위대한 민주주의 완성의 한 과정이었다는 신념을 갖는 이들 역시 투표장에서 자신의 신념과 신뢰에 한 표를 던져야 한다.

권력의 위선과 오만방자함을 가장 싫어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투표로 제대로 발휘해야 할 날이 오늘이고, 역대 최악의 진흙탕 싸움이 되어 정치 혐오만 더 깊어지게 만든 이번 대선판에서 그래도 오롯이 진주같은 꽃을 피워내야 할 날도 바로 오늘이다.

상처 입은 우리의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고,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침략을 용인하지 않는 힘있는 평화를 얻길 원할수록, 정의와 공정을 회복해 썩은 물을 갈아주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우리는 오늘 더욱 투표 종이의 무게를 엄중히 다뤄야 한다.

국민들은 싸움만 하는 정치가 신물이 난다. 이념을 위해, 당리당략을 위해, 내 편을 위해 온갖 불공정과 내로남불, 불·편법에 눈을 감는 썩은 정치에도 신물이 난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국회의원 공천권을 위해, 소아병적인 당론을 위해 국회의원 하나하나가 단독의 입법기관이지 못하고 당략에 따라 흔들리는 이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는 그런 불완전한 정치에 신물이 난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활기찬 얼굴로, 당당한 가슴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투표소에 가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더 밝은 쪽으로 돌려놓고, 신물 난 정치를 바꿔놓을 수 있는 단초가 바로 투표장에 있다. 나를 믿고 놓치지 않아 줄 새로운 신뢰를 향해 내 몫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때 이런 진흙탕 정치 속에서도 우리는 진주 같은 꽃을 피울 밀알을 뿌릴 수 있다.

"한 사람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해줘야 한다." "절망감을 느끼지 않는 방법은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기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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