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이더리움 트론 청년집단과 탈중앙화
[박한우의 미래칼럼] 이더리움 트론 청년집단과 탈중앙화
  • 승인 2022.03.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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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가상자산과 암호화폐에 문외한이더라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비트코인(BTC)이 디지털 골드라면, 이더리움(ETH)은 포털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의 최근 수익률이 훨씬 높고 미래도 밝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더리움의 경쟁자가 갈수록 많아져서 현재 가격은 시한폭탄처럼 불안하다고 한다. 논쟁이 커질수록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린 부테릭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해 보자. 부테릭은 1994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2000년에 캐나다로 이사했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했으니 부테릭의 부모는 격동기 러시아를 피해서 자유로운 서방 국가에서 아들이 성장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부테릭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2010년경에 인생 전환점이 일어났다. 그건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운영하는 회사 ‘블리자드’가 이용자 동의 없이 마법사 등 게임 콘텐츠를 갑자기 변경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부테릭은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에 대한 환멸을 느껴 방황하던 중에 비트코인을 알게 됐다.

비트코인은 누군가가 운영을 제어하거나 작동을 통제하지 않지만,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부테릭은 비트코인과 유사한 탈중앙화 알고리즘으로 고교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놀라게 했다. 2012년 워털루 대학에 입학했지만, 비트코인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중퇴하였고 2014년경에 이더리움을 개발하게 된다.

우연이라고 말하기에 신기하게도 부테릭과 비슷한 생각으로 행동한 청년이 그 당시에 또 있었다. 디센트럴랜드(MANA)를 2017년에 설립한 아리와 에스테반이 있다. 2021년 말에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변경했다. 하지만 그들은 훨씬 이전부터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2010년 초에 아르헨티나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2012년경에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세계에 빠져들었다.

역시 2017년에 체인링크(LINK)를 주도한 세르게인 나자로브도 빼놓을 수 없다. 이더리움을 많이 소유한 큰 손 집단에서 인기 있는 코인이 체인링크다. 체인링크가 다수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상호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자로브는 2010년 전후에 뉴욕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며 스마트 계약 프로그래밍에 심취했다. 나자로브는 비트코인의 익명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실제 인물로 추정되기도 하면서 유명해졌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인 저스틴 썬이 있었다. 1990년생으로 북경대를 졸업하고 2017년에 트론(TRX)을 세상에 선보였다. 동영상 공유 소프트웨어인 비트토렌트(BTT)와 블록체인 기반 SNS 스팀(Steem)을 인수하고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아펜프트(APENFT)를 개발했다. 2021년 말 대표직 사임 이유로 트론 네트워크가 진정한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소 과장된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국경 저 너머 있는 이 청년집단이 중앙이 조정하는 네트워크를 거부하고 비트코인으로부터 직접적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그 이후 10여년이 지나갔다. 이제 블록체인을 향한 그들의 열정은 ‘탈중앙화 자율적 장치들’ 즉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를 선점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다.

부테릭은 권위적 집중주의와 자유적 분산체제를 불도저(bulldozer)와 베토크라시(vetocracy)로 구분하였다. 불도저는 참여자들의 허락 없이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잠재적으로 위험하고 파괴적일 수 있다. 베토크라시는 파괴적이고 논란이 되는 일을 다양한 참여자로부터 승인받는 체제이다. 하지만 흑백논리식으로 불도저와 베토크라시를 접근한 과거 생각은 다소 순진했으며 유기적 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본 계층은 베토크라시가 적합하지만, 애플리케이션 계층에서 불도저가 가능한 거버넌스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당성(legitimacy)에 방점을 둔 부테릭은 여러 방법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계약 기반 DAO를 통해 공동체 내부의 자원분배가 합리적임을 말했다. 부테릭은 2020년 초에 썬이 불과 20%의 지분으로 스팀을 인수한 사례를 들었다. 썬의 스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하이브(Hive) 블록체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DAO가 성공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더리움 2.0은 이더리움의 경계를 넘어서 사회적 공공선으로 기능할 DAO 플랫폼이 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썬은 2022년 1월 4일에 트위터에서 이렇게 반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DAO는 이더리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현재 이더리움 보유자들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투표할 수 없다.” 이더리움의 역할과 위상을 인정하지만, 완벽한 DAO가 되려면 아직 개선점이 있음을 완곡하게 말한 것이다. 덧붙여 자신이 개발한 트론이 DAO를 대표하는 블록체인으로 자리 잡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가오는 메타버스와 웹3.0 생태계의 운명은 DAO의 기술적 구현과 공동체 내부의 원활한 협력과 합의 여부에 달려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탈리스트 회사들도 DAO와 관련한 블록체인 거래소와 스마트 계약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4년 이후 테더(USDT)가 지배 중인 스테이블(stable) 코인 분야에서도 다이(DAI) 코인이 DAO 기반의 새로운 시도를 2019년 말부터 보여주고 있다. 기존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 골드 등 법정 화폐나 현물을 담보로 특정 기관이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어서, 중앙 집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탈중앙화 흐름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국내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서울 청년은 해외로 이동한다. 지방에 살고 싶지만 서울에서 일하고 싶지만, 탈중앙화 변화에 대한 태도가 안 좋아서 떠난다고 한다. DAO는 분권형 자율조직을 코드(code)를 통해 운영한다. 집중과 분산에서 한 개 유형만 당장 선택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DAO가 비교적 새로운 현상인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통적 정치 행위와 금융경영 방식에서 조속히 탈피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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