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대단한 전시효과보다 일상적 연결효과 필요
[나는 청년입니다] 대단한 전시효과보다 일상적 연결효과 필요
  • 윤덕우
  • 승인 2022.03.22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청년입니다] 정원철 더박스어학원 대표
정원철-청년들과아웃팅프로그램
언어를 매개로 유사한 목표와 공통적인 관심사를 갖고 있는 수강생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아웃팅프로그램’진행 장면.

창업지원을 하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복합문화공간’을 사업 아이템으로 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면 작품 전시와 판매의 기회, 배움의 기회, 작업 공간의 제공 따위를 통해서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예술과 문화를 접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을 의미한다. 현대식으로 풀이한 ‘사랑방’이라는 설명이 더 쉬운 설명일 수 있겠다.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세대는 흔히 개인주의가 강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과거 사랑방의 부활을 꿈꾸는 청년세대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존재로 단정 짓기에는 어딘가 모순점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대구 중구에는 1만 가지 멘토링 시스템을 가지고 청년들을 다양한 테마로 결집시켜 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시키고 있는 학습공동체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영어학원이지만, 그 안에서는 청년들이 서로의 진로에 대해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나누고 함께 모여 공부하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어학원은 하드웨어적으로는 ‘복합문화공간=新사랑방’,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학습공동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MZ세대를 빗대어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기성세대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아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어렵다’ 평가한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더박스 어학원’ 사례는 청년세대가 원하는 공동체성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미래 구성원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정원철 대표
복합문화공간과 학습공동체 기능을 제공하는 더 박스 어학원 정원철 대표.

 

학습 매개 커뮤니티 공간 조성

유사한 목표 가진 수강생 연결

공동 프로젝트 성공 힘 실어줘

구글·테슬라 등 취업사례 증가

◇청년의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중소기업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을 향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청년들은 눈이 높아서 문제’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그러한 눈높이를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높은 스펙을 강요하고 무한 경쟁을 과열시킨 지금의 시스템을 만든 기성세대들이 청년의 개인주의 성향을 비난할 자격은 충분치 않다고 본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청년들은 결코 아무데나 취업하려고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 해 한 해, 나이만 먹어갈 수 없기 때문에 어찌어찌 밀려서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향취업인 경우, 조직문화와 처우 등을 이유로 퇴사를 감행하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나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청년세대를 향해 ‘나약하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등으로 한 번 더 기를 꺾는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이기주의가 자신만의 이익을 중시하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개인주의는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의 존재와 소신·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 뿐이다.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동치 시켜 청년세대를 더 외롭고 설 자리 없이 만들고 있는 것 또한 우리 사회 일각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분위기가 아닐까?

◇청년은 실용적인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를 원한다.

한동안 유행했었던 ‘엄친아’, ‘엄친딸’라는 말이 있다. 과도한 경쟁 제제에 치우쳐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지 못 한 사회의 인식수준을 풍자한 말이었다. 청년세대는 어릴 때부터 누군가와 꾸준히 비교당하며, 경쟁에서 이기라고 배워왔다. 함께 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궁극적으로 시민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시장경제를 풍성하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접한 경험은 적다. 고등학교에 진학 할 때도 그래왔고, 대학에 진학 할 때도, 취업전선에서도 토너먼트 형식의 각자도생만을 배워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사회의 청년들이 행복해 보이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무한경쟁과 각자도생 사회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함께 여러 형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의 시간은 부족했기 때문에 더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급변하는 사회현상을 마주하면서 20대 뿐만 아니라 30대, 심지어는 40대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내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네이버 검색이 익숙한 세대이기에 누군가와 실용적인 고민을 나누고 싶어도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도움을 주고받아야 할지도 막막한 것이 청년세대 이다.

◇청년이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어내다.

더박스 어학원 정원철(35세) 대표는 영문학 전공자도, 경영학 전공자도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공감을 하지 못한 교육계의 이단아이다. 대학이라는 곳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경을 가본 정도이며, 현재는 고졸 상태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어학원을 거쳐간 청년들 중에는 ‘구글’, ‘테슬라’, ‘링크드인’,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사례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런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본인의 숙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학습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사회로부터 꾸준한 역할을 부여받아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받지 않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요구받아온 청년세대에게는 ‘좋은 모델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서 조언을 얻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것에 익숙치 않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러한 소통의 창구를 강하게 희망한다. 학교나 지자체에서 형식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행정 시스템 안에서는 모든 것이 속 시원히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청년들은 좁은 인맥을 활용해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 밖에 없다. 정원철 대표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자신의 역할과 진로를 고민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청년이나 영어권 청년들과 함께 공동의 프로젝트를 희망하는 청년들을 타겟팅한 실용적인 어학원을 만들어 청년들이 학습을 매개로 서로를 이끌어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정화 되어야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2014년에 어학원을 오픈했을 때부터 제 역할은 공간 제공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정원철 대표는 청년 삶에 필요한 것은 단 한 번의 대단한 전시효과(convention effect)가 아니라 일상적인 연결효과(network effect)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연결효과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원이라고 할지라도 가르친다는 개념 보다는 학습커뮤니티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자처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청년들 사이에서 유명한 어학원으로 입소문을 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 역할 분명한 활동 원해

실용적 고민 나눌 공동체 제안

◇1만 가지 멘토링 시스템의 비결은 아웃팅 프로그램

미래엔 어떤 강사가 유능한 강사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유튜브, 인터넷 강의처럼 경계 없이 학습이 일어나고, 세상의 변화에 필요한 학습 방법을 더 빠르게 찾아 대응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교수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실 정원철 대표가 이야기 하는 ‘1만 가지 멘토링 시스템’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을 1대 1로 응대하며 멘토링 하는 방식이 1만 가지가 되기 위해서는 1만명의 청년과 1만명의 강사가 존재해야 할지도 모른다. 1만 가지 멘토링의 비결은 유사한 목표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수강생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아웃팅 프로그램’을 빗댄 표현이다. 사실 이 어학원에는 780여명의 수강생이 있는데 약 10%이상이 외국인 수강생이다. 언어를 매개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연결시키는데 외국인 학생들의 역할도 혁혁했다. 그리고 그것이 청년들에게는 다른 어학원과 다른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정원철 대표의 생각이다.

“청년들은 공동체 활동을 희망합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공동체 속에서 느슨한 자신의 역할과 분명한 활동 이유가 수반 되어져야 공동체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특징이 있죠.” 정원철 대표는 개인주의 성향의 청년세대는 실용적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를 간절히 원한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사회에 청년들이 어떠한 형태의 공동체를 원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나-청년활동연구가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교육학박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