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유쾌하지 못한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
[수요칼럼] 유쾌하지 못한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
  • 승인 2022.03.29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19세기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 Veblen)은『유한계급론(The leisure class)』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세기 당시에는 높은 실업률과 저임금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겨우 입에 풀칠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하물며 이 시기에 여가를 즐기고 여유로운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의 특권층이 아니면 하기 어려웠다. 특권층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값비싼 제품을 소비하였다, 그런 연유로 베블런은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증가한다는 고전 경제학의 수요법칙을 벗어나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수요량이 증가한다는 소비의 외부성인 '과시적 소비'를 제시했다.

이러한 특권층의 소비행태는 사회 전체의 소비행태로 전이되면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까지 모방하였다. 이들도 성공의 수단으로 값비싼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심을 갈구하였다. 이것은 향락을 누리는 특권층이 이제는 빈곤층까지 확대 되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빈부격차가 심리적으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위화감이 조성되고,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특히, 불균형성장이론을 선택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정책으로 인해 큰 혜택을 본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과의 사회적 갈등이 항상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정부는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 1977년 7월 1일부터 특별소비세를 시행했다. 특별소비세는 사치성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조세를 말한다. 이러한 사치세의 목적은 고소득층이나 자산가들이 많이 소비하는 특별한 고가 소비품목에 높은 세율로 과세해 사치성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소비 저변이 확대되면서 종전에 과세대상의 상당수가 생활필수품으로 바뀜에 따라 특별소비세 대상 품목 가운데 상당수가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니라는 논란이 있어졌다. 이에 정부는 2008년 특별소비세의 명칭을 개별소비세로 변경하고, 정책 목표를 사치품 소비 억제보다 외부불경제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했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대상으로 낸 특별활동비 정보 공개 소송에서 옷값을 포함한 의전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김정숙 여사의 사진들을 근거로 그 증거를 찾기에 나섰다. 의상은 김 여사가 입은 옷은 코트 24벌, 원피스 34벌, 블라우스와 셔츠 14벌 등 총 178벌이며, 반지와 가방을 포함한 소품은 207점에 달하며 비용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속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한류 문화를 감안한다면 대통령 부인으로서 김정숙 여사의 의상은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지난 2017년에 김정숙 여사의 의상비 과다 지출과 사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때 청와대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길에 동행한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국의 미를 살린 다양한 의상을 선보였으며, 영부인의 품격과 기품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가 한국의 전통미를 담아낸 다양한 의상과 특유의 쾌활한 모습으로 한·미 간 우호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부정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이 큰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청와대와 여당이 보여준 솔직하지 못하고 일관성이 없는 행태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처음 옷값 논란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는 "공식행사 때 입는 흰색정장은 모 홈쇼핑에서 구입한 10만원대 제품으로 가성비가 좋아 히트상품이었다"며, "분홍색 원피스는 기성복이고, 손바느질로 직접 수선도 한다"는 식의 서민 코스프레를 했다. 또한 지난 2020년 12월 4일 국내 주요 기부금품 모집 및 나눔단체와 각 단체 홍보대사 및 기부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을 때 당시 김정숙 여사는 알이 큰 진주 반지를 끼고 있었지만, 성금봉투를 넣을 땐 알을 돌려 안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이 사회지도층의 과시적 소비인지, 아니면 대통령 부인으로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홍보 대사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 특별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여 세간의 의혹을 깨끗하게 털어내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