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사람들이 말하는 유형에 차이가 있을까?
[대구논단] 사람들이 말하는 유형에 차이가 있을까?
  • 승인 2022.04.03 2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람의 성격을 혈액형이나 MBTI로 분류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사람의 유형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본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생각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의 말하기 유형을 분류한 학자가 있다.

사람이 말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 어떤 사람은 급하게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내고, 어떤 사람은 조용조용 말한다. 빙빙 돌려 말하는 듯한 사람도 있고, 올바르고 당연한 것 같은 말만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어떤 생각, 어떤 관점에서 말을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미국의 유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오키프(O’keefe)는 3가지 말하기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사람들을 대상으로 분류한 유형이지만 한국인의 맥락에서는 어떨지 따져보는 즐거움을 준다.

첫 번째 유형은 “자기표현적 말하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말을 하는 의미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다. 뭐라고 뭐라고 말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뜻이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이 손님과 다투는 것을 봤을 때 자기표현적으로 말하는 사장이라면 “야 이놈아 너 뭐하는 짓이야, 손님 다 끊기게 생겼네, 그러려면 월급 받을 생각도 하지 마!”라며 꾸짖을 수 있다. 자신이 화난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말하는 것만 집중하다보니, 말하는 순간의 상황이나 맥락 혹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다 보니 듣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자리에 따라서는 부적절한 언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기표현적 말하기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항상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오픈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마주한 상대방도 생각하는 바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두 번째 유형은 “관습적인 말하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말하기라는 것이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규칙과 관습을 확인하고 실행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사람들은 대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을 말하려고 한다. 자신은 사장이니까 이렇게 말해야 하고 종업원은 저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님과 다툼이 난 종업원에게 근무 규정은 어떻고 자네는 종업원이니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역할, 관계, 맥락 등에 따라 사회적으로 옳은 행동이 무엇인지를 말하며 규칙을 암시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수사적인 말하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말하기를 화자와 청자가 각자의 목적을 타협하는 도구로 간주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상황을 융통적으로 전환하기도 하며,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주는 영향을 고려하곤 한다. 대체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뛰어나고 융통적이기 때문에, 자기표현적 말하기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교활하거나 노회하다고 싫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손님과 다툰 종업원에게 수사적 말하기를 하는 사장이라면 “네가 요즘 열심히 일했는데 어제 집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 있었니? 휴식 시간을 바꿀 수도 있으니 필요하면 먼저 말하렴” 처럼 종업원이 손님과 싸운 상황을 종업원이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상황으로 전환하며 사장과 종업원이 모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키프는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말하기는 갈등적 상황이나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그리고 성격유형과는 달리,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표현적 말하기를 많이 하다 점차적으로 관습적 말하기 그리고 수사적 말하기를 많이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고도 한다. 세 가지 유형의 말하기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우리가 상황에 따라 혼합적으로 사용해야하는 말하기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오키프의 세 가지 말하기 유형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서에 나오는 관념적 이론에 불과하지만 나는 어떤 말하기를 편향적으로 사용했는지 반성하게 한다. 나이가 들면 수사적 말하기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내 감정과 내 생각만 일방적으로 말하려는 사람이 아니었는지 돌이켜 본다. 그리고 우리는 말을 하는 이유나 목적을 스스로 다양하고 풍성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