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꺼져도…지구의 온도는 여전히 뜨겁다
산불은 꺼져도…지구의 온도는 여전히 뜨겁다
  • 채영택
  • 승인 2022.04.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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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 (34) 탄소중립 ‘넷 제로’를 위해
산불에 지구온난화 가속
소나무 1㏊ 타면 탄소 54t 발생
한국 30년간 평균기온 1.4℃↑
2℃ 이상 오르면 심각한 자연재해
탄소중립 사회 동참을
훼손된 자연 복구 오랜시간 걸려
기후위기 최소화 중장기 계획 필요
예방·방지에 다함께 노력해야
울진산불2
산불은 자연과 인간에게 모두 큰 위협이다. 철저한 예방만이 산불로부터 인간과 자연을 지키는 길이다. 사진은 울진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삶의 터전.

전 세계적으로 10년 동안 평균 2.5배의 산불이 발생했고, 15년 동안 한국의 42배 크기의 숲이 사라졌다. 한반도의 산불 발생도 피해도 심각하다. 최근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되어 삼척으로 확대된 동해안 산불은 약 1만4천100ha의 산림을 앗아갔다.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주도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문가들은 산불로 소실된 산림이 회복되기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불피해는 매년 심화되고 있어 지구 온난화에도 더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 터키와 러시아, 남미, 미국, 캐나다 등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산불피해를 심각하게 입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염은 전례 없는 재난을 일으켰지만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 한해 전 세계 산불로 인해 3억4천만 톤 이상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지구촌 전체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IPCC(유엔 정부간 협의체)는 2050년까지 기후 위기를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2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확정하고 환경부와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이 25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내용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40%로 높이고 국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 온실가스를 흡수및 제거(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하는 개념으로, 실제 배출량은 0이 된다. 즉, 흡수된 탄소의 양은 배출된 탄소의 양과 같으므로 “탄소의 순배출량이 0”이므로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라고 한다.

순탄소 배출이 0이 되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은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 인류는 장기적인 목표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 왔다. EU 국가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2℃ 목표를 강력하게 주장해 왔으며, 2007년 IPCC 제4차 기후변화 종합평가 보고서에 2℃ 목표가 포함되었으며, 그 결과 코펜하겐 협정에 2℃ 목표가 포함되었다. 2009년 15차 COP15의 의결을 거쳐 이듬해 16차 COP16에서 칸쿤 협정을 채택하여 공식화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의 이상기후 현상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화석연료 비중이 높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평균기온이 1.4°C 상승했고, 온난화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진국이 해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교토의정서’(1997)를 채택한 데 이어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참여한다. 이 협정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2016년 11월 4일 발효되었다. 한국은 2016년 11월 3일 파리협정을 비준(比準)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며, 이를 1.5℃로 제한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2℃ 이상 상승하면 폭염, 한파 등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상승 온도를 1.5°C로 제한하면 생물다양성, 건강, 생계, 식량 안보, 인간 안보 및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을 2℃ 미만으로 상당히 감축시킨다.

지난 3월 초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많은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국유화재 현황을 보면 울진, 강릉, 영월, 금정구, 부산, 개포, 강남, 서울, 함양군, 경남, 영천, 청도, 가창에 큰 산불이 발생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시베리아 등에서도 대규모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로 인한 산불 위험 증가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예방하고 방지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산불은 산림과 인명,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그을음이나 매연을 통해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산불이 발생하면 1헥타르의 소나무 숲에서 54.1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자동차 1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8톤)의 6.8배에 달하는 양이다. 지구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적의 친환경 솔루션은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숲과 나무이다.

산림을 이용한 탄소흡수의 원리는 탄소를 빨리 흡수하는 어린나무를 심어 탄소흡수량을 높이는 것이다. 산림녹화, 산림경비, 벌채 등을 통해 산림을 관리할 때 산림은 탄소흡수원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후위기의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피해 중 하나인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탄소배출 제로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산불로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산불피해 복구가 오래 걸리는 데는 피해목 제거, 묘목 생산, 사방사업, 나무 심기의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단계 피해목 제거는 산불에 의해 연소된 나무들을 제거하여 새로 심을 나무의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고, 2단계 묘목 생산은 다듬어진 자리에 나무를 다시 심기 위해 어린 나무들을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3단계 산·강가·바닷가 등에서 토사(土砂) 및 자갈의 이동·유출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돌을 쌓는 사방사업을 해야 하고 마지막 4단계에 피해지역에 나무를 심는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복구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피해 복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산불 및 기타 산림과 나무의 손실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불 예방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동해안 산불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등산객이 증가하면서 산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필요한 때다.

지난 2년 이상,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인간의 활동이 지구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사건이 있어 왔다. 그중 하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유난히 낮았고 중요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는 기후 위기의 누적 효과를 생각하게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지구 탄소 순환에 의해 결정된다. 많은 양의 배출된 탄소는 토양, 바다, 식물 등 지구계의 다양한 탄소 저장소에 저장되고 나머지는 대기에 축적된다. 따라서 단기간의 노력으로 이산화탄소 농도저감 및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기후위기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단기적인 계획은 물론 장기 계획 및 조치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넷-제로(Net-Zero)’을 위해 우리는 삶의 많은 측면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몇몇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중기·장기적으로 개인·지역·국가·지구적 차원의 대비와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신경용<자연보호대구시달성군협의회장·금화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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