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피아노 독주회, 슈만 피아노곡 연주 ‘봄의 축제’로 초대
강지영 피아노 독주회, 슈만 피아노곡 연주 ‘봄의 축제’로 초대
  • 황인옥
  • 승인 2022.04.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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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나비’·‘사육제’ 등 왈츠풍 3곡
가이드라인 속 상상력 꽃 피워
유럽·전국 무대 공연서 존재감
“기업-연주자 콜라보는 윈윈”
피아니스트 강지영
피아니스트 강지영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로베르트 슈만은 살아생전 정신병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적어도 음악 안에서 만큼은 자유로운 낭만주의자를 자처했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번지는 꽃내음에 취해 달려가다가도 갑자기 소나기와 우박을 몰고 오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을 쏟아냈다. 슈만은 순간순간 예상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낭만 가득한 음악으로 승화하며 무한한 자유를 누렸다.

피아니스트 강지영은 슈만의 곡을 연주할 때 유난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연주 내내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변화무쌍한 감정들을 경험하지만 오히려 그런 변화들이 그녀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에너지원이 된다. 너무나 풍부하여 엉뚱하기까지 한 슈만의 상상력에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라고 감탄하며, 시공을 뛰어넘어 그의 음악과 기껍게 교감해 간다. “어쩌면 슈만과 나와 성격적으로 아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슈만의 음악과 그녀의 음악적 취향은 합이 잘 맞는다.

◇ 슈만으로 봄을 만끽한다.

봄의 출발을 알리는 피아니스트 강지영 독주회를 장식하는 작곡가는 슈만이다. 슈만의 피아노곡 ‘나비’ Op. 2,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 Op. 26, ‘사육제’ Op.9를 연주한다. 3곡 모두 3/4박자의 왈츠풍이 강하게 느껴지는 밝고 즐거운 곡으로, 꽃이 만개한 계절인 봄의 기운과 잘 맞아 선택됐다. 강지영은 “희망의 기운이 넘실대는 이 세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봄의 축제’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이번 음악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작품 ‘나비’는 갓 20대가 된 젊은 슈만이 작곡한 작품으로, 그의 피아노 음악의 출발점이라고 할 만큼 슈만 특유의 독창적인 상상력, 심오한 낭만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슈만이 사랑한 소설가 중 하나인 장 파울 리히터(J. P. F. Richter)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으며, 12개의 짧은 소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육제’는 비범하고 환상적(幻想的) 창조력이 넘치는 슈만의 명곡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곡은 사육제 광경을 묘사한, 개개에 표제(標題)를 지니는 20곡의 소품으로 구성된다. 제1곡 ‘서곡’에서 사육제의 소란을 묘사하고, 이하 여러 모양의 이름이 붙은 소곡이 계속되며, 맨 나중에 다윗 동맹원의 힘찬 승리의 행진으로 끝나는 슈만의 기지에 넘친 명곡이다.

그리고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는 5악장으로 구성된 독주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다. 빈 여행에서 경험한 사육제의 떠들썩한 풍경을 환상적인 음악으로 그려낸 곡이다. 슈만은 이 곡에 ‘환상적인 회화’라는 부제를 붙이며 사육제의 다채로운 인간군상과 축제의 면면들을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강지영은 장장 10여년에 걸친 대장정인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지난해 마무리 지었다. 지난 10년간 그녀가 가장 존경하고 위대해 마지않는 작곡가인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며 그녀는 연주자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9회에 걸쳐 진행했던 베토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그녀가 찬란한 계절인 올 봄에 선택한 작곡자는 슈만. 베토벤을 잠시 내려놓고 슈만의 음악적 세계에 관객과 함께 빠져볼 작정이다.

슈만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다. 슈만의 음악과 그녀의 음악적 취향이 찰떡궁합이라는 것은 어린 시절에 이미 간파했다. 음악 안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직진하는 슈만의 음악적인 스타일에 일찌감치 눈 뜨고 그의 음악에 매료돼 갔다. 둘 사이의 똑 떨어지는 궁합은 이번 연주에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코로나 19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지쳐가는 관객들의 마음에 밝고 화사한 희망의 기운을 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장장 10여년에 걸쳐 베토벤 앓이를 했던 그녀가 이번 무대에 임하는 각오는 사뭇 달라졌다.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며 베토벤의 삶을 이해하고 곡을 작곡할 당시의 베토벤의 심리를 알고 녹아내린 감정을 얹어 표현하려 했다면, 슈만의 작품에선 슈만의 상상력 안에서 연주를 하되 연주자인 자신의 상상력을 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주자의 무한대의 표현력을 허용하는 슈만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연주자인 강지영의 표현력도 주저없이 펼치게 된다.

“비록 현실에서는 정신병으로 힘들었지만 음악 안에서는 자유와 행복을 추구했던 슈만의 이상을 연주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엉뚱하기까지 한 슈만의 상상력이 제 연주를 통해 꽃을 피우게 될 겁니다.”

◇ 기업의 후원은 음악활동의 원동력

강지영은 경북대 음악학과 2학년 때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나 빈 국립음대에서 학사, 석사,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빈 국립음대 재학 중 요세프 디히러 국제콩쿠르 1위, 빈국제콩쿠르 2위에 입상했다. 브람스음악협회 초청연주를 비롯해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회, 부다페스트 음악축제 등에 초청받는 등 유럽 여러 도시의 연주 무대에 올라 존재감을 알렸다.

강지영은 2006년 귀국 후 귀국연주회를 시작으로 20여 차례의 독주회를 열며 피아니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대구, 서울, 부산 등 전국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이라는 대공연장에서 3회 연속으로 공연도 펼쳤으며, 베토벤 소나타 음반도 발매했다. 지역 연주자의 활동력 치고는 보폭이 넓다.

대구의 메인무대를 장식하고, 지역 출신으로 서울의 중앙무대에 진출하며 연주자로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개인적인 연주 역량이다. 하지만 기업의 후원에 힘입은 바도 적지 않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하이트 진로로부터 지속적으로 후원을 받아왔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공연장 거리두기가 엄격하던 시기에도 객석점유율 부담없이 큰 공연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하이트 진로 후원의 힘이 컸다.

기업과 연주자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그녀는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고 평가했다. 강지영은 “연주자로서 후원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지만 후원이야말로 연주자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기업차원에서도 예술분야에 대한 후원은 기업 문화발전의 기본적인 힘이 된다”며 후원의 중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하이트 진로의 후원으로 연주자로 계속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예술이 모든 분야의 출발선이고, 모든 분야의 종착지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하겠습니다.” “청중이 있는 한 무대에 남겠다”는 강지영의 피아노 독주회는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8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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