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진보논객들의 문 대통령 팬덤정치 비판
[데스크 칼럼] 진보논객들의 문 대통령 팬덤정치 비판
  • 승인 2022.04.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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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팬덤은 정권 초기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현 정권내내 반대편에 선 정치인들을 겨냥한 지지층의 ‘문자폭탄’은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의견 개진 기회를 막아버리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조국 사태, 추·윤 갈등 국면에서 잘못된 팬덤은 더 기승을 부렸다. 더불어 민주당 내에서도 문제 인식이 있었지만 현 정권내내 묻혀버렸다.

그동안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를 비롯해 신평 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률 회계사, 민변 출신의 권경애 변호사, 홍세화 작가, 강진만 전북대 교수 등등 많은 진보 인사들이 문재인 정권의 팬덤정치를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현 정권과 깐부격인 진보논객들까지 비판의 대열에 가세해 대선패배의 원인까지 문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은 뜻밖의 일이다.

진보논객 도올 김용옥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원인은 문재인 대통령 탓”이라며 “다시는 문재인 같은 대통령이 이 땅에서 태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빌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문재인의 문빠 정치가 진보 세력을 망쳤는데 지금도 아무도 이런 얘기를 안 한다. 문재인처럼 통치 기간에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을 한마디도 못 한 정권은 없었다”면서 “보이지 않는 문빠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의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당내 건강한 토론 문화가 사라졌다”고 했다.

하루 뒤인 25일엔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인 진보논객 김규항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밀려난 윤석열을 파격 발탁한 사람, 대통령은 꿈도 꾼 적 없다는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만든 사람, 대선 후보 윤석열에 대한 압도적 실망과 냉소 속에서 정권 교체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아 결국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라면서 “그 모든 국면에서 제 몸을 조국과 추미애와 이재명 따위 뒤로 숨겨, 임기 말 지지율 45%를 차지한, 유례없이 비겁하고 노회한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이들은 ‘팬덤’ 정치가 현 정권의 문제점이라고 말한다. 지지율을 의식해 팬덤에 의지하는 바람에 일반 대중과 멀어졌고, 문 대통령을 향한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마저 상실시켰다고 했다.

대부분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왜 이제와서 퇴임을 앞둔 대통령을 두고 험한 말까지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지난 4년 여간 현 정권 편들기에는 옆도 돌아보지 않던 그들이 커밍아웃이라도 한 걸까. 임기 말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45%에 달하는 역대 최대치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같은 진영의 현직 대통령이니 말이다.

이제는 문 대통령을 향하던 팬덤이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축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 상임고문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재명계가 민주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이낙연계는 안 된다”는 등의 문자폭탄을 돌렸다. 심각성을 인지한 이 고문이 직접 자제를 촉구했지만 원내대표 선거 당일까지 문자폭탄을 종용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처럼 이 고문을 축으로 형성되고 있는 민주당의 새로운 팬덤 또한 문빠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유력 정치인에게 팬덤은 당연한것 일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지지자들을 절대지지층으로 굳히고 싶어한다. 웬만한 잘못을 해도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지지자들은 큰 자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세를 확산하는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나 보수를 떠나 반대세력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절대 지지층을 바탕으로 한 팬덤정치는 개방성과 다양성이 상실된 독재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잘 봐왔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중 하나도 이런 팬덤정치의 폐혜에 따른 국민들의 외면이 주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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