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1인 가구는 시대적 흐름…개인의 행복 초점 맞춘 정책 필요”
[나는 청년입니다] “1인 가구는 시대적 흐름…개인의 행복 초점 맞춘 정책 필요”
  • 윤덕우
  • 승인 2022.04.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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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청년 1인 가구
1인 가구의 문제
전연령에 걸친 자연스런 현상
타겟 연령층에 따라 문제 달라
과거 핵가족화보다 훨씬 복잡
전문 지원기관 설립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 STAY.G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청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 끌어
정재욱대표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도시혁신그룹 무브먼트 주식회사’ 정재욱 대표(39세)가 서울 강남구 1인가구청년모임에서 참여자들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1인가구소셜다이닝프로그램
‘1인 가구 소셜다이닝’프로그램 참석자들이 함께 음식물을 만들어 먹으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산업화 이후 가족 형태의 변화

레트로 열풍이 한창이었던 지난 몇 년간 tvN에서 방영한 ‘응답하라 시리즈’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었는데 30대 이상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20대 이하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전문가들의 호평도 있었다. 극 속에 비춰진 가족의 형태는 거의 대부분 핵가족이었다. 산업화가 고도화되면서 1980년대 이후 우리사회의 가족유형은 핵가족화가 가속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응답하라 1988’의 2화에서는 주인공 할머니의 장례식에 친척들이 모여드는 장면이 그려졌다.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던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시대의 변화상을 녹여낸 것이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는 대가족이었고, 1980년대 이후 핵가족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빚어진 이슈들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기도 했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그 시절의 시대상을 정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수업시간에 핵가족화의 문제점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있었던 것도 같다.

◇ 핵가족화에 이은 1인 가구의 증가

오늘날 우리는 핵가족화를 걱정했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회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에 전체 가구 대비 9% 수준에 불과하였으나, 그 후로 빠르게 증가하여 1995년에는 13%를 차지하였고, 그 후로 연평균 3%p정도씩 늘어나 2000년에는 20%를 상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30.4%(약 6,214만 가구)로,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라는 사회적 문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부부+자녀’와 3세대 이상의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1인 가구의 가구 수가 ‘부부+자녀’의 가구 수 보다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2025년에는 ‘부부+자녀’와 ‘3세대 이상의 가구’의 합산한 수를 뛰어 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1인 가구의 문제

그간 우리사회는 대가족 체제에서 핵가족 체제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가족 구성원의 역할방식을 바꿔나가는 형태로 해결책을 마련해 나갔다.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율 증대를 위한 사회분위기 전환노력은 우리사회가 핵가족화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인 가구의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1인 가구는 전연령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타겟 연령층에 따라 특성과 문제 상황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핵가족화에서 불거졌던 문제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비부머세대 이상의 1인 가구는 실직·가족해체·파산 등으로 고독사, 절대적 빈곤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면, 청년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데 오랜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사회 안착 연령이 늦어져 발생하는 문제 등에 노출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개개인의 여건과 사정에 따라 가지고 있는 문제상황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세대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과거 가족공동체가 담당했던 돌봄의 기능과 혈연중심의 마을공동체가 담당했던 커뮤니티의 기능이 부재한 상황에 놓여져 사회적 고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적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는 정재욱 대표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대체적으로 암울하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초기단계이다 보니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험적 정책 정도만 만들어지고 있는 수준이다.

서울시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 STAY.G’의 초대 센터장으로서 STAY.G를 기획하고,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물인 ‘도시혁신그룹 무브먼트 주식회사’ 정재욱 대표(39세)는 말한다. “1인 가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사회에 다양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1인 가구의 증가는 미래를 이끌어갈 2030세대의 삶의 패턴이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청년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이미 변화했다고 볼 수 있으며, 우리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절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인 가구를 소외계층으로만 바라보고 복지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사회보장망을 확충해 나가면서 과거 가족공동체와 마을공동체가 담당했던 역할을 현재의 버전으로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 STAY.G’는 강남구가 설립하고 사단법인 한국공유경제진흥원(이사장 서준렬)에서 위탁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1인 가구 전문 지원기관이다. 1인 가구라면 누구든지 방문해 휴식을 취하거나 1인 가구를 위해 구성된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다양한 1인 가구(여성/청년/중장년 등)를 대상으로 기획된 맞춤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1인 가구 사회적 고립 예방 및 커뮤니티 지원’, ‘소셜 다이닝(함께 음식을 나누며 안부 묻기)’을 비롯해 ‘자기 방어 훈련’, ‘마음건강 워크숍’ 등이 있는데, 1인 가구 청년들 사이에서는 그 인기가 매우 높다. 정재욱 대표는 이곳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적 실험을 이어나가다가 공공의 한계를 넘어 더 큰 차원의 도시혁신 실험에 도전해 보기 위해 최근 소셜벤처기업 ‘도시혁신그룹 무브먼트’를 창업했다.

◇ 정책적 실험은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것

1인 가구 청년의 삶은 청년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여가’나 ‘정서안정’ 등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측면에서 접근해 한다는 것이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정재욱 대표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가족이나 집단의 안정화가 아닌 개인의 ‘행복’이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1인 가구 청년의 삶을 ‘일과 가정’, ‘돌봄’ 등 과거 핵가족화에서 다뤘던 논의들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대표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일각에서는 1인 가구 청년을 바라 볼 때, 2인 가구를 거쳐 3인 가구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바라보고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발생하는 인식적 오류라고 생각 합니다.”

정대표는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정책을 개발해야만 그 효과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의 청년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1인 가구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구축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접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체계 속에는 청년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인 ‘자원’과 ‘자원에 대한 관리’가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시대적 과제는 이 체계를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1인 가구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사용되는 수단을 ‘자원=정책’이라고 할 때, 욕구 충족을 목표로 하는 단위에서 ‘자원의 관리’가 욕구충족의 수준과 라이프 스타일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정대표의 설명이다.

“1인 가구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존재하는 유기체입니다. 환경과 계속적으로 상호작용하므로 섣불리 일반화 하거나 개별 대상으로만 간주하게 된다면 정말 필요한 정책이 만들어지지 못 해 정책적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인 가구를 둘러싼 생활환경에 대한 관심을 늘려나가는 것이 청년세대로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재욱 대표는 1인 가구를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 미래’라고 설명하며, 우리 사회가 1인 가구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돕는 것이 본인의 역할과 소명이라고 말했다. 정재욱 대표의 사례는 청년 인구유지와 유입을 희망하는 지방도시가 ‘청년 1인 가구’를 어떠한 각도에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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