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새로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
[대구논단] 새로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
  • 승인 2022.04.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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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대구보건대 임상병리과 교수
미국 미생물학자 로널드 아틀라스와 스탠리 말로이는 2020년 저서 ‘원헬스(One Health)’에서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환경의 건강을 하나로 묶는 원헬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은 발생한 후 치료하기보다 예방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필자도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기에 언제 또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새로운 질병을 예방하는 우리의 혁신적인 준비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인류가 신종 감염병으로 겪고 있는 위기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과거의 기록들을 보면 역사상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감염병은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 간격으로 있어왔다. 가까운 과거일수록 규모가 작은 사건들도 더 잘 기록되기 마련이어서 유행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 시대별로 공평하게 감염병의 발생 빈도를 알려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21C 들어서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지카, 코로나19 등의 감염병이 인간세계에 퍼지고, 그중 일부는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켰다는 것은 분명히 인간이 과거와는 달리 훨씬 더 빈번하게 신종 감염병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신종 감염병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인간이 자연의 생태계 안으로 계속 침범해 가면서 인간과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신종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증이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미생물은 새로운 서식지에 노출된다. 변화된 서식지에 노출된 미생물은 선택 압력으로 새로운 독성을 획득한다. 이렇게 미생물이 새로운 독성을 획득하는 것이 대게 인간에게 질병을 발생시키는 새로운 요인이 된다. ‘원헬스(One Health)’는 인간의 건강, 동물의 건강, 환경의 건강 사이의 상호 의존성에 바탕을 둔 개념이다. 감염병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의학, 수의학, 환경과학을 포함하는 다양한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동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실제로는 다학제간 원헬스 접근법을 시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의사나 수의사나 환경과학자들은 자신의 분야에 관련해서는 집중적인 교육을 받지만 다른 영역은 거의 배우지 않는다.

신종 감염병의 위협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페러다임을 바꿔야한다. 기존의 방법은 아픈 환자나 동물을 진찰하고, 병원체를 동정하며, 질병의 증상을 경감시키는 치료법을 적용했다. 반면, 원헬스법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환경, 동물, 인간에 대한 감시를 통해 질병의 집단발병을 예측하고, 환경과학자, 수의사, 의사와 함께 감염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조기중재법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전 세계로부터 정보를 모의고, 데이터를 평가하며, 문제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대규모의 전산화된 방식이 개발되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에서 새롭게 확인된 신종 감염병의 75%가 동물로부터 유래하였다. 이렇게 미생물은 자연적으로 인간, 동물, 환경 사이를 넘나들고 있어서 우리는 현실에 입각한 원헬스의 개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야생동물과 가축에서 생기는 질병으로 인해서 인간의 건강뿐만 아이라 경제와 환경의 위험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예에는 핸드라, 니파, SARS,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와 돼지인플루엔자, 약제 내성 결핵, 장알균이나 다른 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 발생, 그리고 가장 중요한 HIV/AIDS 등이 있다. 또한 광견병,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페스트처럼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질병들의 재출현도 여전히 계속되는 위협이다.

원헬스라는 개념은 파스퇴르와 코흐가 미생물학을 선도했던 19세기 후반, 의사 루돌프 피르호가 제창한 것이다. 피르호는 ‘인수공통감염증’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수의학과 의학 사이에는 구분이 없으며 있어서도 안된다”라고 언급했지만, 최근까지도 이 개념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헬스 접근법을 탐구하고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은 불과 지난 10년 동안이었다. 우리는 보다 혁신적으로 기관, 개인, 전문가, 분야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여러분야의 전문성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인간, 가축, 야생동물의 건강과 전 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애완견 등 반려동물과의 생활이 일상화 되어있는 생활환경을 감안한다면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1개월 후면 윤석열정부가 출범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염병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방법에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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