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법
[박명호 경영칼럼]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법
  • 승인 2022.04.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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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주말 오후 감삼동에 있는 서남시장에 들렀다가 시장의 활기찬 모습에 크게 놀랐다. 통칭 서남시장은 서남시장과 그 주변에 자생한 서남신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결한 시장 거리와 잘 정돈된 점포, 그리고 상인들의 밝은 표정에서 시장의 성공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코로나19 시국인데도 시장은 많은 고객들로 붐볐다. 상품의 진열이나 가격표시, 소분포장과 날짜표시, 고객응대, 친절 등 어느 하나 흠잡을 것이 없었으며 장사도 잘 되고 있었다.

서남시장과는 개인적 연고가 있다. 오래 전의 일이다. 달서구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월배·서남시장을 살리기 위해 달서구청이 의뢰한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당시 서남시장은 공 점포가 60% 이상이었고, 문을 열고 있던 점포들도 하루 평균 매출액이 10만 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나마 노점상들만 장사가 좀 되는 편이어서 입점상인들과의 다툼이 잦았다. 그렇게 침체되어 있던 서남시장이 이렇게 활성화된 비결이 매우 궁금했다.

지금까지 정책당국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구조적 측면의 지원에 집중했다. 전통시장의 열악한 시설을 현대화하거나, 특화시장으로 추진하는 등 행·재정적으로 활발한 지원을 했고 나름 성과도 있었다. 국회도 소상인들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2010년부터 12년간 유통산업발전법을 제·개정하며 대형유통기관의 영업제한을 계속 강화해 왔다. 하지만 전통시장을 대형마트와 경쟁관계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는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유통기업들은 유통규제가 오히려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당선인도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이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전통시장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시설이나 제도적·법적 보호 장치가 아니라 사람, 곧 ‘상인’에게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전통시장의 번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상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상인들은 더 이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 자율적 성장 주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답이 있다. 상인이 변해야 시장이 산다. 전통시장을 변화시키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역량은 결국 상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상인들 스스로 살아날 길을 찾아내야 하고, 정책당국은 그 길을 밝혀주고 장애물을 걷어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전문가들의 상담, 교육, 컨설팅 지원이 긴요하다. 당면한 문제를 시장 현장에서 맞춤식으로 해결해주는 핀 포인트(pin point) 방식으로 도와야 한다. 상인들에게는 구체적인 점포 운영 지식이 중요하다. 실제로 상인들은 상점 경영과 마케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품거래, SNS 홍보 등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상인’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수년전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과 일본의 강소상인들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ST·R·O·NG’이란 키워드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상인정신(Spirit; 절실, 성실), 목표설정(Target), 고객관계(Relation), 온리 원(Only One), 네트워크(Network)와 기본충실(Ground)이다. 처음 두 가지(ST)는 장사의 필수 덕목이다. 고객관계(R)란 상인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라는 마케팅 실천이다. 가격, 용량, 품질, 입고일자, 원산지 등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반드시 알기 쉽게 제공해야 한다. 온리 원(O)은 차별화다. 다른 점포로서는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할 고객접대, 상품구색, 정보 등을 제공해서 고객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나만의 존재‘로 인정받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이고 우호적인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네트워크(N)와, 초심을 잃지 않고 장사의 기본(G)을 충실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장사는 차별화가 가장 절실한 과제다. ‘다름’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와도 같지 않은 방식’으로 장사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경쟁 방식이 승리한다. 이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전쟁에서도 증명된다. 전쟁도 하나의 경영이기 때문이다. 장사에서처럼 전쟁도 사람을 다루고, 변화에 즉시 대응하여, 승리를 목표로 한다. 보스턴대학의 역사학자 아레귄-토프트(Ivan Arreguin-Toft) 교수는 “지난 2세기 동안 일어난 전쟁에서 약소국이 강대국과 싸워 이긴 경우는 20%에 못 미친다. 하지만 강대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으로 싸운 경우는 승률이 63.6%나 되었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땅에서는 여전히 비극적인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러시아군의 만행이 연일 보도되면서 전 세계인들은 극심한 분노와 슬픔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와 같이, 이 전쟁에서도 결국은 ‘다르게 싸우는’ 자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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