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공룡급’ 대구세계가스총회와 오스틴 효과
[박한우의 미래칼럼] ‘공룡급’ 대구세계가스총회와 오스틴 효과
  • 승인 2022.04.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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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전염병 감염의 우려로 지난 2년 동안 사람들이 모이기 힘들었다. 오미크론 공포가 정점을 지나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행사에 대한 2022년도 계획과 방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1월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소비자가전전시회)는 오프라인으로 추진했다가 반쪽짜리 행사가 되었다. 2년간 온라인로만 개최하다가 3년 만에 3월에 하이브리드로 재개한 텍사스 오스틴의 SXSW는 꽤 많은 사람들이 대면으로 참여해서 화제가 되었다.

5월에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가스총회도 백퍼센트 오프라인 개최를 결정하였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정군우 박사에 따르면 가스총회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4499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4185명으로 집계됐다. 세계가스총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오프라인 참석자가 등록했을 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외국인 참가자 6200명과 내국인 참가자 5800명의 소비액 538억 원 등을 근거로 했다. 전례 없는 초대형 행사를 위해서 대구시도 184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에 2694억 원을 투입했다. ‘공룡급’ 예산이 들어간 컨벤션이니 대구의 숙박, 식사, 관광 업계의 코로나 침체기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을만한 경제효과가 파생되기를 바란다.

코로나 위기를 대(大)회복으로 전환하기 위한 복원력은 새로운 상상과 질서에서 시작해야 한다. 컨벤션을 통한 오프라인 정보교류는 현대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는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명확한 아날로그로부터 멀어지면서, 유연하고 탄력적인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컨벤션에서 장소(venue)는 행사에 참여하는 살아 움직이는 정보와 다양한 사물을 담는 형식적 그릇이다. 대면 혹은 비대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의 인위적 경계 짓기가 아니라 적응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목표이다.

대구세계가스총회도 대면으로만 추진해 나간다고 해서, 디지털 체험과 참여와 전시라는 새로운 분야의 도전적 이슈의 해결을 피해 가면 안 된다. 이번 총회는 천연가스와 에너지 시장의 상업적 또는 정책적 관여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역 전용행사이다. 이번 기회에 자동차 2차 전지와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으로서 대구의 잠재력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최적화된 모바일 소통으로 파티 효과를 촉발할 상징적 이벤트를 준비해야 한다.

2012년 SXSW 행사에서 ‘트위터’가 공식 채널처럼 사용이 되었다. SXSW 덕분에 2006년에 나온 트위터는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개최지인 오스틴은 디지털 신제품과 온라인 비즈니스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도시로 자리매김하였다. 며칠 전에 테슬라가 오스틴 공장 개관 기념으로 ‘사이버로데오 및 기가텍사스‘ 행사를 대면으로 개최했다. 일론 머스크는 텍사스의 상징인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그는 오스틴 밤하늘에 폭죽을 터트리며 테슬라의 ’메이드 인 텍사스‘ 시대를 힘주어 강조했다. 기가팩토리 쇼는 구독자 217만명의 테슬라 공식 유튜브에서 중계되었고, 한국어 등으로 해설하는 위성 채널들도 있었다.

4월 11일 기준으로 대구세계가스총회 홈페이지(wgc2022.org)에서 소셜 미디어 현황을 조사해 봤다. 유튜브 구독자 78명, 페이스북 팔로워 439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497명, 링크드인 팔로워 1879명, 트위터 팔로워 4915명로 나타났다. 링크드인과 트위터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지만, 다른 채널들은 아직 많이 미진한 편이다. 대구세계가스총회의 투어와 참여와 전시 프로그램도 여전히 레거시(legacy) 지향적이다. 도심 투어는 계산성당, 청라언덕, 서문시장 등이다. 과거와 비교해서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러한 보수적 태도는 새로운 질서 생성에 조응하는 것이 아니라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정서가 여전히 아날로그의 따뜻한 만남과 온화한 표정에 익숙하다는 점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코로나 네이티브 세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면 중시 컨벤션은 구(舊)세계의 관습에 뿌리박혀 있는 불완전한 적응자 집단의 유물로 치부될 수 있다. 전환기 시대인 지금 당장에 겪는 딜레마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정보과학기술학회인 ASIS&T(Association for Information Science & Technology)는 최근에 도시별, 국가별 시차가 주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 24시간 운영하는 온라인 컨벤션을 홍보하고 있다. ASIS&T는 미국에서 시작하여 현재, 데이터 사이언스와 문헌정보학 분야의 세계에서 가장 큰 학회이자 협회이다.

대구세계가스총회는 무엇보다도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행복한 경험이 주어진다면 배타적으로 특정 모드를 반드시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혼종(hybrid) 모드를 통해서 국내외 각지에서 직접 오거나 접속한 사람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면서 해당 행사의 소속감과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에만 치중하면 외부 관광객의 유입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아날로그에 익숙한 공급자 논리일 수 있다.

대구세계가스총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이 매개된 투어와 체험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대응 방식을 피하거나 다루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디지털 연결을 통해, 사람들이 가스총회가 지닌 독특한 의미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보, 기술, 공간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 세계가 만들어지고 디지털플랫폼 컨벤션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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