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대구논단]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 승인 2022.04.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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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주말마다 PC방에서 알바를 하는 손녀가 범죄 피의자가 되어 경찰에서 조사받고 검찰에 송치된 일이 있었다. 18세 이하는 밤 10시까지 게임방에서 나가야 하는데 이를 어긴 고교생 3명을 밖으로 내 보냈더니 분풀이로 10시 넘어 PC방이 영업을 한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경찰서 수사과에서 조사를 받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결정 통지를 받았다.

‘귀하에 대해 접수된 사건은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이후 문의 사항은 대구지방검찰청으로 하시면 됩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단지 관리를 잘못한 알바 생의 처지를 고려해서 선처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경찰은 오로지 법 집행에 철저했고 검찰 이송으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에 다니면서 용돈벌이로 알바를 하는 손녀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지레 겁을 먹었다. 변호사에게 문의했더니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잘못되면 벌금형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손녀가 담당 검사에게 탄원서를 내었다. 앞으로 절대로 법을 어기지 않겠다며 구구절절 애소한 결과 여성 검사가 기소유예 결정을 내려 주었다. 보통사람들은 경찰은 쉽고 검찰은 좀 어렵다고들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 조사과정이 없었다면 손녀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 ‘검수완박’ 문제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민주당은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박탈하여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만 가지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172명 전 의원 찬성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국가의 모든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회에 입법권을 위임한 것도 국민이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수의 논리로 법안을 억지 통과시키려는 데 대해 검찰과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모두 반대하고 있으며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이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국회 본회의에서 법률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개정 법률을 공포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검수완박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는지 대부분 국민들은 몹시 의아해 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은 범법 피의자와 깊은 관련이 있는 법률이라고도 단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법이 개정·시행되면 사회와 일반 국민들에게 주는 간접적 피해는 엄청 클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담당해 오던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이 박탈됨은 물론 검찰이 조사·수사 중인 대형 사건들, 예를 들면 대장동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월성 원전, 그 외 문 정부 때의 주요 범법 수사가 모두 중단될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해 오던 수사권이 뺏기면 검찰의 존재가치, 약화 등이 불 보듯 하므로 결사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경찰은 종래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조사를 하던 소극적 역할에서 검찰 수사권 이양으로 조직역할의 증대, 위상이 고양됨으로써 조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검수완박이 정치적 문제로 확대·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에 정권을 물려주는 민주당은 정치적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지사를 비롯한 전 정권의 범법·위법행위를 덮기 위해서 검수완박이라는 무리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를 박탈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민들은 검수완박 법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여론에 개의치 않고 개정법을 통과시켰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법 공포를 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애매한 말을 했다. 이 말에 따른다면 검수완박 법은 여러 측면에서 분명 국민을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민주당은 진행 중인 법 개정 절차를 철회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쉽게 하면서도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치적 계산으로 법을 함부로 주무른다면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말하는 시스템에 의한 정치·행정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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