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 다자주의와 고립주의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미국의 세계패권전략 : 다자주의와 고립주의
  • 승인 2022.04.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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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은 글로벌 파워게임에서 독주체제를 갖추고 있다. 장기판에 성조기를 단 미국 선수 한 명만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극히 미국 중심적이다. 미국은 평범한 국가가 아니고 특별한 국가이며, 무정부상태에서 미국의 세계지배는 국제정치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이것이 미국의 세계전략을 일방주의로 몰아가고 있는 한 축인 미국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미국예외주의이다.

미국이 군사적 지상주의, 도덕적 우월주의, 예외주의에 근거하여 세계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일방주의 세계전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제국주의적 과도팽창의 덫에 빠져 제국멸망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세력균형으로서 패권국가에 대항한 반미동맹이 생겨날 수 있고, 중?소 반미연합전선전략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 빈곤, 물 부족, 글로벌 질병, 식량문제 등의 글로벌 이슈를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이 이를 혼자서 해결하고자 일방주의 전략을 추구하면 미국에 대한 불만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미국의 힘은 축복이지 짐이 아니며,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이 세계에 좋은 것이고, 미국의 파워가 세계에 도움이 되고 미국의 리더십이나 자비심에 대해 전 세계가 추종해야 한다는 미국의 오만함이 세계인의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자주의는 국제문제를 미국 혼자서 마음대로 처리하지 않고 동맹과의 협력 및 국제기구, 특히 UN과의 협조를 통해서 세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외정책의 접근방법이다. 다자주의는 국제연합의 의사결정에 무게가 실리고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안정된 정부가 각 지역에 자리잡을 때 세계는 좀 더 평화스럽고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 주장한다.

다자주의의 맹점은, UN과 같은 국제기구는 창조주인 인간이 만든 피창조물에 불과하여 미국이 국익을 포기하면서까지 UN의 결정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UN이 전지전능하고 세계정부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나 순진하고 유토피아적 사고방식이다. UN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달성하는데 하나의 도구로 이용될 뿐이다. 1991년 걸프전 때 60만대군이 UN깃발을 달았지만 실제 그 중 50만명은 미군이었다.

다자주의가 미국의 일방적 행위를 은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정책은 2가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동맹국들이 세계 여론, UN결의 등의 환상을 미국의 파워로 혼동한 나머지 소위 난장이가 거인을 잡아먹는 걸리버효과가 발생하여 정작 미국의 말을 쉽게 무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행동의 자유, 운신의 폭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다자주의적 접근방법이 미국의 영향력과 파워를 희석시켜 미국 리더십의 후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먼로독트린이란 1823년 제임스 먼로 미 대통령에 의해 주창된 외교정책으로, 외부의 파워가 미국과 중남미의 국제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이는 잠재적 적대행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먼로독트린의 의의는 중남미를 미국의 지배권, 세력권 하에 두어 누구라도 이를 어길 시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먼로독트린은 과거 스페인을 미국에서 몰아낼 때 및 양차세계대전 때 잠시 사용되다가 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 대선에서 다시 나타났고,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일 때 고립주의 논리를 선거캠페인에 많이 사용했다.

고립주의는 미국이 취하는 세계전략의 스펙트럼에서 ‘밖으로’를 선택할 것인지, ‘안으로’를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전자는 세계패권, 대외개입주의를 선택하는 것이고 후자는 해외주둔군을 불러들이고 경제, 사회, 복지 등 국내문제에 최우선을 두는 것(Put America First)이다. 1991년 소련의 몰락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국외 대 국내 우선순위간의 논쟁을 가열시켰다.

다른 국가의 문제가 왜 미국의 문제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은 우리의 시장을 훔치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들을 방어해야 하는가? 부자나라 한국을 왜 38선에서 지켜줘야 하는가? 중국은 우리의 시장을 강간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기술이전을 해야 하는가?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부녀자가 건달에 의해 목숨을 잃는데 우리는 페르시아에 군을 보내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고립주의의 대답은 미국의 경제 상태나 미국의 역할을 생각할 때 명확하다. 미국은 국내문제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며, 소련과의 냉전이 끝났으니 미국은 집으로 돌아와야 하며 동맹국에 더 이상 사탕수수 아저씨나 Big Brother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립주의의 선택은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쌓아온 세계패권의 이득을 쉽게 포기할 수 없고 세상은 이미 고립주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바이든은 작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바이든이 돌아왔다. 다자주의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선택은 일방주의를 주축으로 다자주의와 고립주의를 믹스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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