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검수완박과 형사소송법 교과서
[생활법률] 검수완박과 형사소송법 교과서
  • 승인 2022.04.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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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원칙적으로 검사의 수사권한을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두고 여야 및 언론에서 너무 많은 주장을 하여 국민들로서는 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학생들이 배우는 형사소송법 교과서 및 외국에는 그 내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누구 말이 맞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 독일, 한국의 법률체계를 대륙법계라고 하고 영국, 미국의 법제도를 영미법계라고 한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 검사의 수사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그 내용을 떠나 법체계가 다른 대륙법계인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기형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교과서 및 독일 학자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이 검사제도 및 수사지휘권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검사제도의 탄생 및 존재가치는 아래와 같다.

첫째로 과거 법관에게 소추권(범인을 수사하여 재판에 넘기는 권리)와 재판권을 동시에 인정하여 법관이 수사도 하고 재판도 하였다. 조선시대에 원님이 범인을 잡아들고 재판까지 한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획기적인 증거가 등장하지 않는 한 원님은 당연히 유죄를 선고하게 된다(무죄를 선고한다면 원님 스스로 수사를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법관 이외에 수사를 총괄하는 검사제도를 새로 만들어 법관은 단순히 재판만 하는 기관으로 바뀌어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둘째로 검사의 존재가치는 경찰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를 하는 것이다. 즉 검사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찰활동에 대한 적법한 형식을 보장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따라서 검사는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등장한 것이다.

판사를 사법기관이라고 하고 검사는 준사법기관으로 취급하여 일반 공무원에 비하여 고도의 독립성 및 신분을 보장한다. 하지만 경찰이 아무리 수사권한을 가져도 준사법기관이라고 하지 않는다. 일반 행정기관에 불과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의 수사에 대하여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면 경찰수사의 적법성 및 인권보장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넘겨진다(국민들 입장에서는 호랑이 한 마리를 피하려다가 늑대 무리를 만나는 꼴이 된다).

프랑스, 독일에서도 검사에게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을 인정하여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主宰者)’로 취급하고 수사에 있어 경찰은 검사의 보조기관으로 보고 있다. 수사의 주체가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상 수사의 대부분은 경찰에서 행하고 있지만 조직면에서 검사와 경찰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일에서는 검사를 ‘팔 없는 머리(ein Kopf ohne H?nde)’라고 표현한다. 경찰수사권독립론에 대하여는 검사는 원래 수사에 있어서 인권침해의 위험을 제거하고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하여 탄생된 것이므로 수사지휘권을 부정하는 것은 검사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고, 법관에 준하는 법률지식과 자격을 가지면서 신분이 보장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는 것만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답한다. 다만 검사의 수사지휘권 존재 이유가 ‘검사를 통한 국민에 대한 수사 인권 보장’이므로 검사의 투철한 인권의식을 전제로 한 때만 타당하다.

이상이 우리나라 및 독일 교과서 내용이고 이를 보면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기본적으로 박탈하는 검수완박 논란에 대하여 어느 정도 답이 될 듯하다. 다만 정말로 교과서 같은 이야기이다.

교과서에서 검사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역할’하고 ‘법치국가원리의 대변인’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이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검사를 신분이 보장된 최상위 포식자 권력기관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유죄라고 예단한 사건에 대하여는 오로지 유죄증거 수집에만 혈안이 된 아귀 같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오늘날 검사는 국민들로부터 피가 터지도록 두들겨 맞아야 한다. 검사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역할’로 돌아가기 위하여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는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고, 투철한 인권의식을 전제로 그러한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때 검수완박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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