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아탄, 예술상회 토마서 첫 개인전 “미완성된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삶”
한데 아탄, 예술상회 토마서 첫 개인전 “미완성된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삶”
  • 황인옥
  • 승인 2022.05.08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키 출신 사진작가
사진에 매료돼 수학교사 그만둬
코로나로 이스탄불 전시회 무산
남편따라 대구서 거주하며 준비
인물을 중심에 놓고 사물 연결
꿈 향한 여정 다양한 심리 묘사
낯선 결합 통해 현대미술 연결
아탄 작 'TO COMPLET #01'
한데 아탄 작 ‘TO COMPLET #01’
아탄 작 'TO COMPLET #02'
한데 아탄 작 ‘TO COMPLET #02’
작가
한데 아탄

극과 극은 통한다. 터키 출신의 사진작가 한데 아탄(Hande Atan)은 극과 극이 통한다는 명제를 증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수학과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예술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그의 사고체계가 문을 연 첫 세계는 ‘수학’이었다. 이스탄불에 있는 마르마라 대학 수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12년간 수학교사로 재직하며 수학적인 재능을 한껏 발휘했다.

아탄의 예술적 기질이 기지개를 편 것은 사진을 공부하면서 부터다. 수면아래 잠자던 미적 감수성이 분출하기 시작하면서 수학교사를 그만두고,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사진은 어린시절부터 수학과 함께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당시에는 인화된 사진 자체보다 순간을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하기까지의 아날로그적인 과정에 매료됐다”는 것이 작가의 귀띔이다. 그 호기심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카메라를 잡았다.

사진 공부는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터키교육부 정규과정인 사진관련 기초 교육을 받고, 공부의 심화를 위해 이스탄불의 유명한 사진학교 중 하나인 Poto Life Academy에서 진학하여 사진의 기초, 고급, 인물, 흑백사진에 대한 공부를 다시 했다.

그를 사진가로서의 면모를 다지게 한 인물들은 국제적인 사진작가 메멧 툴구트(Mehmet Turgut)와 페티 카드만(Fethi Karaduman)였다. 두 걸출한 사진작가에게 본격적으로 사사하면서 예술사진에 한 걸음 다가갔다. 사진을 통해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하는 한데 아탄의 첫 개인전이 예술상회토마에서 시작됐다. 전시에는 인물사진 15점을 걸었다.

첫 개인전이 터키가 아닌 대구에서 열리게 된 이유는 코로나 19 대확산에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첫 개인전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19로 발이 묶이면서 예술상회토마의 문을 두드렸고, 유지숙 대표가 흔쾌히 수락하면서 대구에서 열리게 됐다. 그는 2019년 터키에 본사를 둔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고, 현재 대구에 거주 중이다.

작업의 주제와 전시제목이 ‘완성(TO COMPLETE)’이다. 인간의 삶을 ‘꿈을 완성해가는 여정’으로 인식하는 작가의 인생관이 주제와 제목에 녹아있다. 그가 주제와 전시 제목으로 택한 ‘성공’을 ‘지에갈니키’ 효과와 연결 지었다. 지에갈니키 효과는 “모든 사람들이 미완성된 것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완성시키려고 노력하는 효과”를 말한다. 아탄은 “마음에 남아있는 미완성된 부분을 해결하려고 평생 노력하는 것이 삶”이라고 인식하고, “완성을 향해 노력할 것”을 강변한다.

그는 사진을 현대미술의 범주로 받아들인다. ‘완성’이라는 주제를 구현하면서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구성을 취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단순 재현이 아닌 현대미술로 격상한다. 관점을 달리하고, 사유하고, 질문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인식할 때, 그 역할에 부합하고자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찢어진 레코드판을 바느질로 꿰매고 있는 어머니, 하트를 뜨개질로 완성해가는 아버지 등이 그의 대표적인 낯선 표현방식이다.

“각각의 사진에는 미완성된 사물을 어울리지 않는 방식과 맞지 않는 조건으로 결합하려는 시도가 담겨져 있습니다.”

주된 피사체는 인물이다. 인물을 중심에 놓고 사물을 인물과 연결짖는다. 사물들은 찢어진 레코드판이나 고장난 축음기, 완성되지 못하고 진행 중인 하트 모양의 뜨개질 등 불완전한 대상들이다. 작가가 구입하여 소유하고 있는 유물급 사물들인데, 이 사물들은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은유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성공에 대한 서사는 하나의 인물에 압축적으로 담겨진다. 희망적인 표정과 절망적인 표정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하여 나란히 전시하는 것. 이러한 방식은 꿈을 향한 여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심리를 동시에 담기 위한 나름의 포석이다.

“기존의 이야기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족과 유물급 사물들을 연결 지으며 서사를 만들어 갔죠.”

사진 속 피사체는 모두 작가와 가까운 대상들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에 자신의 가족을 배치한다. 가족을 자신의 꿈에 가장 깊게 관여한 존재들로 바라본 결과다. “저 역시 여느 사람들처럼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왔고, 그 과정에서 도와주고 위로해준 존재가 가족이었음을 자각하게 되면서 가족을 피사체로 선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물 또한 작가가 소유한 것들이다. “저와 가장 가까운 주변을 끌어들임으로써 주제는 심화되고, 작품 속 진정성은 한껏 물이 올랐어요.”

그의 작품에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결합방식이다. 그는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결합한다. 뻔한 방식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직시하고, 낯선 조합을 떠올렸다. 낯선 조합이야라 새로운 서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

작가는 ‘낯선 결합 방식’을 사진의 현대미술로의 가능성과 연결짓는다. 이른바 사진의 확장성이다. 그는 “낯선 상태에서 해석의 여지가 넓어진다”며 운을 띄웠다. “너무 모호하면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서사는 전달하면서 모호함을 함께 활용하여 해석의 여지를 넓히려고 했어요. 그것이 미술과 사진의 공통점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죠.” 전시는 15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