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의 경영칼럼]아날로그의 귀환
[박명호의 경영칼럼]아날로그의 귀환
  • 승인 2022.05.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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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이달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가 해제됐다. 2020년 10월 도입된 지 무려 566일만이다. 많은 이들이 환영하고 있으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마스크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의무이지만 대면활동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택근무 대신 직장에 출근하고, 대면회의를 하고, 학교에서도 대면수업이나 운동회 등이 허용되면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 분위기 속에서도 일이나 모임이 온라인 또는 하이브리드로 운영되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않게 원격근무와 온라인 회의가 상당한 성공을 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우리 일상 속에서 오프라인 대면활동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달 대한상공회의소는 2분기 소매유통업계의 경기전망지수(RBSI)가 99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했다. 전국 7대 도시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온라인 쇼핑을 제외한 모든 오프라인 유통 업태에서 지난 분기보다 경기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백화점은 RBSI가 111로 기준치 100을 훨씬 상회했다.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호황을 예상하며 매장을 재정비하는 등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코로나19로 폐업 위기에 내몰렸던 오프라인 매장들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에는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교감과 즐거움이 있다.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느끼는 ‘실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한 관계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MZ세대들도 흥미를 느낀다. 오감의 문이 활짝 열리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며, 오감을 통한 만족감과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경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날로그로의 회귀다.

기술이나 편리성보다 사람과 관계가 중시되는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경향을 데이비드 색스는 ‘아날로그의 반격’이라고 불렀다. 그는 밀레니엄 세대가 종이책을 선호하는 현상을 ‘기술과 인간의 균형을 찾는 시도’로 설명했다. 또한 레코드 LP판과 종이노트 몰스킨, 보드게임과 필름 카메라 등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촉각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경험을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몰스킨 창업자 마리아 세브레곤디도 “우리 인간은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과 같은 감각기관을 통한 물리적인 자극을 매우 필요로 한다”고 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어떤 정보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테크놀로지 시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적극적으로 듣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낯선 사람과는 대화조차도 어렵다.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더욱 중시하고, 개인별 취향과 관심사는 매우 다양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초개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동시에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고객 집단을 이루는 신부족주의 현상도 나타났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의 마케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략을 요구한다.

컨설팅전문회사인 EY의 자넷 발리스(Janet Balis)는 지난해 3월 ‘코로나 이후에 적용되어야할 10가지 마케팅 진실’이란 글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했다. 먼저 마케팅은 고객이 아니라 고객 집단을 이해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경쟁의 대상은 경쟁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마지막으로 경험한 최고의 경험이라고 했다. 따라서 고객 집단이 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알고, 고객관계의 형성에서부터 고객유지관리까지의 전 과정에서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경험에 있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변함없는 신뢰를 확보하고, 진정성과 친밀감을 기반으로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들은 고객관계의 관리를 위해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가나 초콜릿 하우스’, ‘무신사 스탠다드’, ‘두껍상회’ 등과 같은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이 바로 그것이다. 매장에서 고객과의 직접적 교감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여 고객관계를 맺는 것이다. 브랜드컨설팅 전문회사인 필라멘트앤코의 최원석 대표는 매력 있는 오프라인 공간은 무엇보다도 ‘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새롭고 독창적인 스토리가 있는 감각적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그곳에서 ‘오직 당신뿐(only you)’이라는 개인화된 고객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오프라인 공간이 장차 유통의 미래를 이끌 것이다.

고객이 진정 갈망하는 것은 인간중심의 경험과 공감의 인간관계다. 만남과 정(情)이 핵심이다. 정이 우러나는 관계는 사랑보다 더 무섭다. 행복한 경험, 감성적 유대와 애착을 쌓은 고객은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다. 정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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