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공간의 변화
[문화칼럼] 공간의 변화
  • 승인 2022.05.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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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지난 주말 대구문화예술회관 '중정홀'에는 평소와 달리 아름다운 음악이 가득했다. 전시나 각종 행사의 개회식 용도로 주로 쓰이던 공간이 이날은 예쁜 공연장으로 탈바꿈 하였다. 중정홀 천장으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좌우 정면 전체를 감싸는 유리창 너머로는 금봉산 수목이 바람에 일렁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참 아름다운 날씨에 고즈넉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주말 한 낮 이었다.

이날 연주한 이들은 '비아트리오'라는 단체다. 바이올린·첼로·피아노 그리고 해금으로 이루어진 4명의 멤버지만 이름은 트리오라고 부른다. 아무튼 온화하고 포근한 날씨만큼 따뜻하고 정갈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비아트리오의 연주 소리와 이들의 화사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음악회였다. 평소 적막감이 감도는 미술관 입구의 이 공간이 이들로 인하여 아름답게 살아났다. 음악회를 진행하는 스텝들도 행복해 하는 시간이었다. 공식적 행사로 접하던 이 공간이 비아트리오의 음악과 함께 만나는 순간,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곳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사실 이날의 음악회는 토요일 오후 시민들께서 가족과 함께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찾아 작고 예쁜 음악회를 즐기고, 전시도 감상한 후 두류 여울길을 두어 바퀴 걷는,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오후를 즐기라는 우리의 마음이 담긴 기획 이었다.

사실 공간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과 효용가치가 달라진다. 한편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공간의 재해석에 무심한 편이다. 공간의 해석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곳도 매우 다양한 매력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으로 들어오면 처음 마주치는 곳이 중정홀이다. 유리로 된 아트리움인 이곳은 원래 연못이 있는 중정이었으나 지금은 바닥 전체가 마루로 덮여 있다. 건립 당시에는 아트리움의 양식에 맞게 만들어 졌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원래의 모습을 찾았으면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므로 지금의 중정홀을 더 효용가치가 높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주말처럼 몇 번의 테스트 공연을 거치며 운영상 문제점들을 체크해 내년에는 연중 시민들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화예술회관은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갖춘 공간이다. 연간 천 만 명 이상 찾는 두류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요소요소에 멋진 공간들이 많다. 이를테면 성당못 한쪽에 자리한 부용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지만 공연을 위해서도 최적의 장소다. 일전에 시행한 바 있지만, 부용정 음악회는 감상하는 분들에게 잊을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체험을 드릴 수 있는 곳이다. 음악 특히 국악감상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성당못 역시 매우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 조용히 명상을 하거나 산책코스로서도 아주 좋은 공간이다. 이곳에서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을 때 수 백 명의 시민들이 함께 손을 잡고 성당못을 돌며 강강술래 퍼포먼스를 한다면 대단히 멋질 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극복 기념으로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내년에 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게 된다. 이 때 대구의 섬유산업과 사진을 결합한 패션쇼를 비엔날레 전시장 연결 통로에서 연다면 시민들에게 멋진 시간을 선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옛 두류 정수장으로 시청이 이전 할 때쯤 두류공원 일대는 많은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이미 대구대표 숲 조성, 두류야구장 개발 등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향후 모습이 많이 바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두류공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하화해 공원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드는 안이 자주 회자 되고 있다. 이런 물리적 변화와 함께 두류공원 곳곳에 담을 다양한 문화예술·휴식 공간·놀이시설 등이 예정·구상 중인 것으로 안다. 한마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조화롭게 공간 가득 담기게 되리라 기대된다.

이처럼 두류공원 일대의 미래는 멋진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모습으로 만들어지리라 기대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문화와 스포츠 그리고 오락까지 완벽히 조화되어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것들의 완성은 공간조성과 더불어 거기에 무엇을 어떻게 조화롭게 담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공간이 말하는 것을 들을 줄 알아야한다. 거기에 가장 어울리는 소리는 무엇인지 어떤 색깔이 그곳과 가장 조화로운지 그리고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이런 고민을 함께 해야만 모두가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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