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잘 생겼다
[달구벌아침] 잘 생겼다
  • 승인 2022.05.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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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인물이 훤하고 아주 멋진 남자 배우를 보면 우리는 "잘 생겼다."라고 표현하고, 여자 배우를 보고는 "예쁘다"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누가 있을까? 먼저 우리나라 배우 중에 잘생긴 사람을 꼽아보자면 장동건, 원빈, 현빈, 정우성, 이정재, 이병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예쁜 여자 배우로는 김태희, 한가인, 김혜수, 김태리, 한지민 등 수도 없이 많다. 잘생긴 사람, 그리고 예쁜 사람의 이름만 적기만 해도 몇 장을 써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나는 남자다. 그래서 그냥 남자를 예로 들어보자면 남자들에게 최고의 찬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대체로 "멋있다." "잘생겼다."라는 표현쯤일 것이다. 나 역시 남자인지라 '잘 생겼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기분은 좋아질 것이며, 바닥을 기고 있던 나의 자존감은 수직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이십여 년 가까이 강의를 해오면서 어쩌다가 학생이 나를 보고 잘 생겼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있었다. 그 학생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는 의도는 확실하지 않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정말 그의 눈에 그렇게 보여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학점을 좋게 달라는 일종의 아부성 발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진실은 그 학생만이 알겠지만 그래도 그 말을 들은 나는 기분이 좋았었다. 또, 간혹 지인 중에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잘 생겼다'라는 말을 해 준 경우도 있었다. 그 사람 역시 왜 그런 말을 내게 했는지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 말을 들은 나는 기분이 좋았었다. 이렇듯 '잘 생겼다'라는 말은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나는 잘 생긴 사람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내가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거울 속의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나는 늘 '참 못났다.'까지는 아니지만 '잘 생겼다.'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나 스스로가 내린 결론은 나는 '못생긴 사람'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못생겼다.'라고 생각했던 나를 '잘 생겼다'로 바꾸게 되었다.
얼마 전 나의 생일이 지났다. 나는 따뜻한 봄날, 온천지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 4월에 태어났다. 생일날 아침이 되니 많은 사람이 축하의 문자를 보내왔다. 제자에서부터, 우리 법인의 직원, 지인들, 친구, 가족 많은 사람이 축하를 해주었다.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았다.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많은 축하 메시지 가운데 이런 메시지를 주신 분이 계셨다. 메시지는 "이 땅에 와줘서 고맙습니다"라는 글이었다. 생일날이 되면 늘 내가 어떤 축하의 인사보다, 어떤 선물보다 받고 싶은 말이 바로 "이 땅에 와줘서 고맙습니다." "태어나줘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난 정말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우리 부모에게 듣고 싶었고, 내 가족에게, 내 친구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다는 것은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나의 탄생 자체가 축복이며, 내가 태어난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기쁨이 된다면 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이제 '잘 생겼다'라는 말은 얼굴이 잘생긴 사람만을 지칭할 때만 쓰는 말로 묶어 두지 않기로 했다. 잘 생겼다는 것은 "잘 태어났다." 이 땅에 "잘 오셨다."라는 의미로 확장하기로 했다. 다시 말하면 잘생겼다는 말은 "잘 생겨났다." "잘 태어났다."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의미로 해석하며 다시 한번 나에게 질문해본다. "나는 잘 생긴 사람일까?" 최소한 우리 가족이 나를 좋아해 주니 나는 잘 생겨난 '잘 생긴 사람'인 것 같다. 또한 최소한 이 땅에 와서 내 이익만 챙기는 그런 시정잡배 같은 저급한 사람은 아닌 듯하니 나 스스로를 '잘 생긴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이 땅에 와서 죽으려 하는 사람 몇은 다시 살게 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히 나는 '잘 생긴 사람'이라고 믿어도 될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할 때도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인 경우가 더 많았으니 누가 뭐라 해도 나 스스로에게 나는 '잘 생겼다'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며칠 전 나의 손녀가 태어났다. 그야말로 온 우주가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그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할아비의 말도 "잘 생겼다."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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