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혐오에 노출되는 아이들
[교육논단] 혐오에 노출되는 아이들
  • 승인 2022.05.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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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혐오는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다. 여성혐오로 점철된 N번방 사건, 혐오에 대한 AI의 학습으로 서비스까지 중단됐던 이루다, 장애인 단체의 시위와 관련한 갈등… 사회의 많은 사건들은 혐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는 우리나라의 혐오와 차별이 성별, 고용 형태, 학력이나 학벌, 장애, 빈부격차, 출신 지역, 외모와 같은 신체조건, 출신국가, 성정체성, 나이, 종교의 순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혐오 표현은 사실 꼭 그러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혐오표현 리포트를 통하여 '혐오 표현(hate speech)'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인권위에서 말하는 혐오 표현이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차별, 폭력의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뜻한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것은 혐오다. 이러한 차별의 양상은 혐오로 촉발되고, 이는 집단적 차별의식을 낳게 된다.

'왜 그런 게 혐오냐', '그냥 나는 말하는 입장에서 이야기할 뿐이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라고 하더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존재 자체로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 혐오다. 윤리의식의 희박 속에서 이러한 담론은 이어지고, 정당화의 작업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여, 결국 무엇이 문제인지 망각하게 만든다. 자연스러운 편견과 차별에서 발생한 혐오는 차별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러한 사회의 그러한 모습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반영된다. 최근 서울 한 고교의 행사에 걸그룹이 참석한 이후 혐오의 언어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사용되다가 일어난 이슈들도 그러한 반영일 수 있다. 정치 등 사회에서 보여지는 남녀의 젠더갈등이 학교에까지 이어지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SNS를 타고 혐오 표현은 아이들에게 투과 없이 스며든다. 이러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은 결국 폭력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를 무시하고 조롱, 경멸하고, 열등하게 보는 행위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학교폭력의 문제에서도 혐오와 차별은 배경이 된다.

이러한 시대적 문제에 대하여 학생들이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체제가 필요하다. 교육기본법에서 언급하듯 학생들이 교육을 통하여 인간다운 삶, 민주시민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교육의 가치가 있다. 제정된 지 11년째가 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는 이러한 지원의 일례를 보여준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통하여 이러한 혐오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는 소수자 학생들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포함하였다. 조례는 소수자 학생을 빈곤, 장애,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외국인, 운동선수, 성소수자, 일하는 학생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혐오와 차별이 없는 학교에 대한 인권종합계획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상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인권교육에 대한 사회 곳곳의 의견이 찬반으로 분분하지만, 학생의 차원에서 각종 혐오와 차별을 고려하였다는 점에서는 그 의미가 크다. 대구의 경우 대구교육권리헌장이 있긴 하나, 학생인권조례 자체는 없기에 한 번 들여다 볼 점이기도 하다.

대구시교육청은 혐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인성교육의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에 있어서 인성교육을 전학년 학기별 15회 이상 운영하고, 프로젝트학습의 설계도 안내한다. 마음챙김 명상이나 감사하기 워크북 등으로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자료도 제공한다. 이러한 정책을 통하여 혐오의 폭력을 행하지 않도록 학생의 바른 인성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큰 문제에 학생 주도의 목소리로 경각심을 가지는 과정이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잘 반영이 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할 수 있다.

사실 혐오의 문제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2년의 코로나 기간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등 세계적으로 더욱 심각한 사안이 되었고, 이제 사회는 이러한 정화 작용에 참여하고 있다. 연예 및 스포츠 기사의 댓글 기능이 잠정 중단되고, 다른 이용자 존중 규정을 마련하는 등 각종 포털 사이트, 소셜 미디어 역시 혐오에 대한 책무성을 고민 중이다. 교육 역시 이러한 혐오의 문제에 한 발 앞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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