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검찰 수사권 약화를 활용한 범인들의 방어 전략
[생활법률] 검찰 수사권 약화를 활용한 범인들의 방어 전략
  • 승인 2022.05.12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2022년 1월 1일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2021년까지는 경찰작성피의자신문조서(경찰이 범인에게 조사한 내용을 ‘범인-경찰’ 사이의 대화체로 작성한 문서) - 검사작성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절차를 거쳐 위 2개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한다. 재판 과정에서 2개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경찰작성피의자신문조서는 범인이 부인하면 판사는 그 서류 자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검사작성피의자신문조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판사에게 제출되어 유죄의 증거가 된다. 따라서 검사 앞에서 자백하였다가 법정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자백을 취소하면 판사는 ‘범인이 자꾸 말을 바꾸니 범인 말은 신빙성이 없다’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고, 검사 앞에서 범행 경위를 불리하게 자백하였다가 재판 과정에서 다르게 말할 경우 역시 판사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검사의 조사는 경찰의 조사를 바탕으로 하므로 경찰이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으면 검사도 쉽게 자백을 받을 수 있어 검사는 경찰에게 가급적 자백을 받아내는 방향으로 수사 지휘를 한다.

2022년 1월 1일 시행된 바뀐 법에 따르면 경찰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재판 과정에서 범인이 언제든지 부인할 수 있고, 일반인이 보기에 별다른 변화처럼 느끼지 못하지만 수사 및 재판과정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고, 이에 익숙하지 않은 경찰 및 검사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수사기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옛날식으로 조사하고 있어 재판과정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새벽 술 취한 행인이 소방도로에 누워 있다가 지나가는 차에 치여 사망하였다. 사망 장면 목격자는 없었으나 비슷한 시간대에 지나간 차량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차를 조사하니 핏자국이 있었고, 운전자를 상대로 ‘차량에서 피가 나왔으니 자백하라’고 하였다. 이제 바뀐 법에 따른 변호 전략은 경찰조사에서 자백하고, 검사조사에서도 자백하고 재판에서 부인하는 방법이다. 수사단계에서 범인이 자백하였고 차량 핏자국 증거가 발견되었으므로 안이하게 생각하여 CCTV 확보 등 세밀한 증거 수집을 하지 않게 된다. 검사는 범인이 자백하였으니 구속하지 않고 선처하는 내용으로 형량을 정하여 재판에 넘긴다. 재판에서 범인의 변호사는 죄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다. 과거 같으면 검사작성피의자신문조서를 판사가 볼 수 있으므로 검사 앞에서 자백하였다가 합리적 이유 없이 부인하므로 재판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제는 판사가 위 서류를 볼 수 없어 범인이 검사 앞에서 자백하였는지 알 수 없으므로 범인은 앞에서 마음 놓고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 비로소 검사가 증거를 수집하려고 하여도 시간이 너무 흘렀고 재판 중 검사의 독자적인 증거수집 방법에도 한계가 있어 새로운 증거를 추가하기 곤란하다. 이때 피고인은 ‘내차에 피가 묻은 것은 맞지만 내가 지나가기 전에 다른 차에 치여 사망하였고 그때 나온 피가 내 차 바퀴에 묻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주장하고, CCTV가 모두 지고, 사고 상황에 대한 직접 목격자를 구할 수 없으면 결국 무죄가 선고된다.

폭행 사건에서 범인이 경찰에서 무죄를 주장하였고, 검사가 ‘자백하면 선처하지만 부인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라고 하여 자백하였다. 이에 검사는 불구속하고 아주 낮은 벌금형을 택하였다. 범인은 구속을 면한 후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게 되면 판사는 검사작성피의자신문조서를 볼 수 없게 되므로 검사의 불구속 및 낮은 구형에 대하여 ‘검사도 사건이 애매하다고 판단하여 무죄 가능성이 있어 자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구속한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판사는 피고인이 검사 앞에서 자백하였는지 여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검사 앞에서 자백하였다가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래저래 검사의 수사권은 약해지고, 형사재판에서 무죄 주장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되어 많은 판사의 재판 부담이 늘어나고 재판이 지체되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가 발생하여 그 피해는 전 국민에게 미치게 된다. 70년 이상 지속되어온 수사 및 재판제도가 크게 바뀌었으므로 장래 수년간 재판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분명 범인들에게 많은 이득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