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민스미트 작전'...섬세한 기만작전으로 히틀러를 속여라
영화 '민스미트 작전'...섬세한 기만작전으로 히틀러를 속여라
  • 김민주
  • 승인 2022.05.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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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정보전에 혼란 야기
역사 바꾼 기막힌 첩보 실화
실제 작전 기획위원회 일원
007시리즈 저자 등장 화제
‘1917’ 제작진 의기투합
연출력에 긴 러닝타임 무색
민스미트작전1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참혹한 희생을 멈추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머리를 짜내며 뒤에서 끊임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 작전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한 구절이다.

11일 개봉한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액션 신 없는 전쟁 첩보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를 속이기 위해 역대 전쟁의 기만작전 중 전세를 완벽하게 역전시킨 ‘민스미트 작전’을 그려낸 영화이다.

1943년, 역사상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과 독일군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교두보 시칠리아를 두고 팽팽하게 대치한다. 이미 23만 명을 주둔해 공격 태세를 갖춘 독일군이 단연 우세하다. 나치 독일의 멸망을 위해 연합군의 해군 장교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와 ‘찰스 첨리(매튜 맥퍼딘)’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리기로 계획한다.

그들은 이름 없는 부랑자의 시체를 가져다 영국의 해군 장교 ‘윌리엄 마틴’으로 가짜 신분을 부여한다. 시체를 이용해 마치 1급 기밀을 가지고 있다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연합군이 시칠리아가 아닌 다른 곳에 상륙할 것이란 암시를 준다. 가족의 편지, 여자친구 사진까지 추가하는 등 당시 독일 나치의 뛰어난 정보전에 혼란을 주기 위해 온갖 수법을 동원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 역사 속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민스미트 작전’은 고기가 들어있지 않지만 ‘미트’라는 표현을 쓰는 영국 전통 음식에서 따왔다. 결국 영화는 ‘독일군을 유인하는 미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긴 러닝타임 동안 사실적이지만,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인만큼 실화가 주는 재미도 존재한다. 첩보물의 대명사 ‘007시리즈’의 원저자인 ‘이안 플레밍’이 등장한다. 실제로 그는 민스미트 작전을 기획한 ‘20인 위원회’의 일원인 해군 정보부장이자 ‘민스미트’ 작전의 초안 구상에 참여하는 등 핵심 인물로 활약한 점이 영화에 담겨 색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영화는 실화를 충실히 다루면서도 전쟁 첩보물 장르에 맞게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타닥, 타닥, 타닥…’ 타자기를 치는 소리와 전쟁 영화 속 ‘팡!’ ‘팡!’ 흔하게 울려 퍼지는 총성 대신 연합군이 두뇌와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할 때 음 높이가 자주 바뀌고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가 점차 고조되는 음악은 밀도있는 긴장감을 쌓아간다.

여성 인물들의 서사도 눈여겨볼 점이다. 작전 회의를 위해 모이는 지하방에 남성 장교 외에 열정적으로 군사 작전을 짜는 ‘진 레슬리(켈리 맥도날드)’, ‘헤스터(페넬로페 윌턴)’ 등 실존 여성 인물들을 조명한 점이 그간 전쟁 영화에서 찾을 수 없는 신선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진’과 ‘몬태규’와의 로맨스 요소를 넣은 각색은 다소 아쉬움이 든다. ‘민스미트 작전’에 큰 역할을 수행한 ‘진’의 프로페셔널한 점을 부각했다면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살고 극 전체적인 몰입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셰익스피어 인 러브’ 존 매든 감독이 연출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출연한 콜린 퍼스가 20년 만에 존 매든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에 제작 과정부터 영화 팬들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또한 전쟁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한 영화 ‘1917’과 ‘이미테이션 게임’ 제작진이 함께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사실적이지만 전쟁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를 방해하지 않는 섬세한 연출은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총성 없는 전장의 긴장감과 그 과정 속 사람들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린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치열함을 다른 시선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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