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성년이 되는 젊은 세대들이 경험하는 개인·집단주의 문화
[대구논단] 성년이 되는 젊은 세대들이 경험하는 개인·집단주의 문화
  • 승인 2022.05.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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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5월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만 19세가 되는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 사회는 바람직한 성인이 무엇인지를 규범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속된 직장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사랑하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떤 성인이 바람직한 것인지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성인의 개념이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름 아닌 개인화 물결 속에서 ‘개인주의’에 입각한 성인의 모습이 부각되는 것이다.

1980년에 발표된 홉스테드(Hofstede)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은 개인주의-집단주의 문화차원에서 확연하게 집단주의 성향이 높은 사회로 분류되었었다. 한국사회에서 올바른 성인이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며, 자신의 욕구나 목표보다는 집단(가정, 직장, 국가 등)의 목표를 우선시 할 줄 알아야 성숙한 어른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집단의 구성원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가운데 개인의 성취도 나오는 것이라고 인식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은 개인성, 자율, 자유보다도 관계를 유지, 강화, 창조하는 일이 우선시 된다. 한국사회에서 결과적으로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성인상은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에 조화롭게 참여하고, 관계적 규범에 순응하며, 집단적 욕구의 성취에 공헌하고, 상호간에 서로 책임이 공유되는 관계 속에서의 파트너로 역할하는 인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성인상을 가진 한국사회에서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자아중심적인 인간은 성숙하지 못하고 교양적이지 못한 인간으로 간주되어 왔다. 관계와 사회적 의무가 개인의 욕구와 그에 대한 표현보다 우선시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는 성인이 되기 위해서 어린 시절부터 남과 화합하고 규범에 순종하도록 교육받으며 자아를 표현(발표)하는 것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듣고 잘 알아듣도록 교육받아 온 것이다.

반면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취향, 신념, 태도, 개성 등이 뚜렷해야 하고 그러한 것들은 환경과 관계없이 스스로에 의해 자율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개인주의 사회에서 건강하고 올바른 성인이란, 동기, 믿음, 목표, 선호 등을 뚜렷하고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인간이며, 자율적으로 개인의 성공, 성취를 추구하는 인간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간관계나 집단압력은 이러한 개인적 목표에 걸림돌로 보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미국과 한국의 대학생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적어보게 한 실험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의 대학생들은 한국의 대학생들에 비해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의 분량이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이고 취향이 무엇이며 가치관은 무엇인지 등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소개하는 반면, 한국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이름, 학교, 가족관계 정도 외에는 특별히 자신이 누구인지를 소개하는 내용이 매우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집단주의 문화에서 사는 한국 대학생들의 자아에 대한 인식과 표현이 개인주의 문화권인 미국의 대학생과 비교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필자가 학교에서 대학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해 보라고 하면 과거와 조금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자신의 이름이외에도 요즘 학생들은 자신의 성격 유형(MBTI)을 말하거나, 좋아하는 음식(떡볶이나 피자 등) 혹은 싫어하는 음식(민트초코 등) 등을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좋아하는 패션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도 가끔 볼 수 있다. 확실히 과거의 대학생에 비하면 개인의 취향이나 욕구에 대한 표현이 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집단에 속해 집단의 일부로 묻혀 사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한국사회에서 이제는 개인에 대한 의식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중요해짐에 따라 개인의 욕구나 권리가 중요해지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개인의 욕구나 권리를 억누르는 것이 있다면 개인주의 문화에서 그런 것은 타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젠더, 병역특례, 세대차이 등의 문제가 갈수록 크게 불거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개인의 욕구와 권리가 억압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개인주의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문화로 형성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올해 성인이 되는 젊은 세대는 개인의식이 뚜렷하고 책임의 소재를 자신에게 두는 단단한 개인으로서 성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늠름하고 듬직함에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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