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앉으니
나뭇가지 출렁인다
낱낱이 쪼개진 뒤
유리성을 만드는 햇빛
바람은 소리내며
숲 사이로 숨고
오월 한낮
나른하게 늘어진다
살아온 세상
멀리 새 소리 속 빨려들어가고
오늘에 발 딛는
팽팽한 긴장
원래 내 것일 리 없는
과분한 축복의 힘
◇신평= 1956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판사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공익로펌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헌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2013)했고, 저서로는 ‘산방에서(책 만드는 집 12년刊)’, ‘일본 땅 일본 바람’,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등이 있다.
<해설> 이리저리 밭을 돌보다 보면 책 읽을 새가 없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오월의 대기가 황홀하기만 합니다. 그대로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워 시를 하나 지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내가 사람을 잘 봤구나 하는 기쁨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그는 강한 리더십에다 어쩌면 국가를 이끌어가는 가장 기본적 요소를 하나 더 갖추었습니다. 그것은 복잡한 것을 이해하는 두뇌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미사여구의 문장이라도 혀에서 겉돕니다. 자연히 듣는 사람이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연설문 낭독에서 그가 말하는 내용이 그에게 착 들러붙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지요? 그가 국정의 전반적 상황을 냉철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증표입니다. 이제 ‘잃어버린 10년’은 확실히 끝났습니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입니까? 전 정부는 왜 이 중차대한 개혁을 거의 외면하며 5년간 허송세월을 보내었을까요. 그는 우리의 시야를 확보하여, 우리가 함께 싸워가야 할 힘겨운 대상이 무엇인지 알게 해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맡은 위치에서 자신이 가진 역량을 새 시대를 위하여 바쳐나갈 수 있지요. 조만간 전개될 새 시대의 양상에 커다란 기대를 겁니다.
-성군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