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디저트 음식 날개를 달다] (1)‘힙성로’를 대표하는 맛 북성로 공구빵
[대구 디저트 음식 날개를 달다] (1)‘힙성로’를 대표하는 맛 북성로 공구빵
  • 김종현
  • 승인 2022.05.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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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너트·스패너 모양 빵…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맛
일제 수탈 아픔 간직한 북성로
이곳 문화 상징 로컬 콘텐츠 제작
선일포금 최학용 대표 빵틀 완성
2017년 개점 후 성공가도 달려
관광객들, SNS 통해 빵맛 공유
대구관광재단 공모전서 ‘변신’
다양한 맛과 향으로 매력 더해
잊혀져 가는 기술자·도구 알리기

요즘 관광은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맛기행을 빼면 의미가 없다.

대구를 찾은 세계 곳곳의 관광객들이 오면 꼭 들러야하는 대구만의 디저트 음식 가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구시와 대구관광재단은 코로나 이후 대구관광의 새 활로를 찾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대구의 대표 시그니처 디저트 발굴 공모전’을 개최했다.

지난달 최종 선정된 로컬 디저트 상품은 5개. 전문가들로 부터 호평을 받은 이들 상품은 현재 전문가 컨설팅과 마케팅 작업이 진행중이다.

‘달디달구’라는 이름으로 곧 유명 백화점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른 곳에서 따라 올 수 없는 독특한 맛과 비주얼, 지역스토리를 기준으로 선발된 5개 디저트 음식들을 지면으로 먼저 소개한다.
 

 

북성로공구빵오프라인샵전경
FACTORY 09 북성로공구빵 오프라인 샵 전경.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드는 북성로’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행을 선도하는 ‘힙’. 대구의 ‘힙’함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 골목투어는 필수다. 대구는 한국전쟁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아 역사, 문화가 골목마다 살아 숨 쉬고 있다. 패션, 다양한 식품과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 등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곳인 만큼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느낌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대구 원도심의 명물인 북성로는 대구 최초의 신작로로 1906년 일제가 상권을 차지하기 위해 대구읍성의 북쪽 성곽을 허물고 그 자리에 길을 내면서 생긴 곳이다. 일제 수탈의 아픔 속에서 시작된 북성로는 광복 이후에는 미군부대에서 사용하던 철제 수통이나 드럼통, 탄피통 같은 폐공구 수집상이 모이면서 공구 골목이 형성됐다.

북성로의 역사만큼 수많은 장인들도 탄생하였고 1970~1980년대에는 공구 관련 점포수가 600여개로 증가하며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국내 최대 공구 골목이자 명장들이 모여 있던 북성로도 IMF를 피해갈 수 없어 상권은 위축되었고 젊은 기술자들이 떠나가면서 쇠락하여갔다.

하지만 지금도 300여 곳의 공구 가게가 웽웽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용접기의 불꽃으로 낡고 녹슨 건물 사이 골목을 채우며 빈티지 감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온다. 카페, 문화예술 공간이 하나둘 들어서며 대구 힙스터들의 성지로 통하고 있다.
 

FACTORY09의북성로공구빵2
FACTORY 09의 북성로 공구빵.

 

◇북성로에서 탄생한 공구빵

공구 거리 사이 수제화골목에 자리한 ‘북성로 공구빵’에는 몽키스패너·볼트·너트 세 가지 공구 모양의 아주 특별한 마들렌이 있다.

폐목재 팔레트를 수거해 업사이클을 진행하는 회사를 운영하였던 최현석(38)대표는 북성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다 기술 장인들과 가까워지고 어느새 공구 골목만이 가지고 있는 낡고 오래된 느낌에 푹 빠지게 되었다.

북성로의 매력과 공구 골목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북성로의 문화를 상징하는 로컬 콘텐츠 만들기로 했다. 결국 북성로에 유일하게 남은 비철금속 주물집 ‘선일포금’의 최학용(73)대표와 함께 공구빵틀을 완성했다.

2017년 문을 연 FACTORY 09 북성로공구빵은 개점 이래 그야말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공구거리를 찾은 사람들은 북성로 공구빵 가게를 찾아 인증샷을 남기고 직접 경험한 마들렌의 맛을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모양으로 구매 욕구 상승’, ‘부드러운 식감’, ‘입 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풍미’, ‘너무 달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맛’이라는 평이 다수다.

이러한 소감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며 대구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북성로 공구빵으로 이어지고 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날 터!

공구거리의 특징을 부각한 특색 있는 포장을 더한 공구빵은 가족, 친구, 지인들을 위한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2021년에는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며 지역 특산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선일포금최학용대표와-출처HOOLA제공
선일포금 최학용 대표(왼쪽)와 최현석 대표. HOOLA 제공

◇기술자를 기억하는 공구빵 체험

북성로 공구거리를 상징하는 테마 상품으로 제조 판매되어오던 ‘북성로 공구빵’은 대구관광재단의 ‘대구 시그니처 디저트 공모전’ 참여를 계기로 새롭게 변신했다. 기존 마들렌 제품에 지역 특산품인 칠곡 한오백벌꿀, 대구 평광 왕건사과 등을 더해 다양한 맛과 향으로 더욱 매력적인 시그니처 디저트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공구빵으로 북성로를 힙성로로 부흥시키는데 일조 중인 최현석 대표는 “천연 벌꿀과 사과 등 지역 특산품으로 대구의 상징성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감각적인 맛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라면 더욱 특별한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공구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구빵 외에도 공구 모양의 에스프레소 잔, 액세서리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북성로 골목여행과 공구빵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으로 관광객으로 가득한 북성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꿈을 전했다.

최학용 대표는 “잊혀져가는 기술자, 그들의 도구를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이 거리의 전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계획입니다. 북성로 공구빵이 대구 시그니처 디저트 ‘달디달구’의 대표 브랜드로 발전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찬 포부를 남긴 최현석 대표의 멋진 바람처럼 세월이 흘러도 매력적인 거리를 찾은 사람들로 가득한 북성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시상식
‘대구의 대표 시그니처 디저트 발굴 공모전’ 입상자 시상식.

▨8.8대 1의 경쟁률 ‘대구 시그니처 디저트’ 달디달다+달구벌 ‘달디달구’로 공동마케팅 예정

대구시와 대구관광재단은 지난달 25일 대구경북 디자인진흥원 컨벤션 홀에서 대구의 특별한 스토리를 담은 대구 시그니처 디저트 5선에 대해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공모전은 대구지역 3대문화(신라·가야·유교)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대구 대표 디저트를 발굴해 대구의 대표 미식기념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됐다.

대상은 보정당의 ‘앞산샌드&포도베리슈페너’로 대구의 특산물 연근과 포도를 활용한 디저트다. 연근 가루를 첨가한 비스킷에 커피 바닐라와 견과크림이 가미됐다. 최우수상은 ‘연근양갱&카라멜’(봄빛담다)이, 우수상은 복숭아요거트(옹그릭), 북성로 공구빵(팩토리09),‘꿀뽂이&납작만주’(당근에프앤비)가 선정됐다.

대구관광재단 박상철 대표이사는 “훌륭한 퀄리티의 디저트들이 44점이나 접수되었는데, 다들 좋은 제품이어서 선정의 어려움이 있었다. 선발된 디저트들은 앞으로 대구 대표 디저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단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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