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꽃 같은 다육이
[달구벌아침] 꽃 같은 다육이
  • 승인 2022.05.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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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꽃밭을 가꾸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한 어린 아이의 소원이 있었다. 아직 이루어지지 못해서인지 남의 꽃밭을 보아도 탐이 나고, 남의 화분을 보아도 예뻤다. 드디어 자신만의 작은 화분을 키우기 시작했다. 평균 하루 10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 위에서 부터였다. 휑한 책상 위를 녹색으로 생기를 넣고 싶었다. 한 개가 생기고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다른 사람의 식물에 새끼를 분양받아 뿌리를 내리며 쑥쑥 자라는 모습은 단비가 되었다.

번식 욕구가 생기는 것인지, 화분이 두 개 세 개 자꾸 늘었다. 자리 이동을 할 때면 사무용품보다는 화분을 옮기느라 더 자주 왔다갔다 했다. 사무용품과 화분을 제자리를 찾아주면 다시 안정이 찾아왔다. 그렇게 화분은 일하는 짬짬이 휴식을 선물해주었다.

주로 잎이 큰 화분을 좋아했다. 녹색 잎이 큰 것이 울창한 숲을 보는 것 같았다. 산소도 많이 내뿜어 숨쉬는 데 도움이 되리라. 나무처럼 크게 자랄 수 있는 화분이 좋았다. 잘 죽지 않고 얼마만큼 크는가 상상하는 것으로도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향기를 주는 허브는 손으로도 그 감촉을 느꼈다. 살짝 손을 맞대면 손에 자신의 향기를 내어주는 장미허브, 로즈마리, 페퍼민트였다. 번식력도 강하고 생존력도 강하다. 한 가지를 잘라서 뿌리를 내리면 동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들이 주는 나눔을 실천했다.

사무실앞에 꽃집이 있어 봄이 되어 길가에 햇빛을 받으라고 내놓았다. 구경을 하는데 다육이가 1천원이었다. 작은 다육이도 2천원은 하는데 1천이라니 적극적으로 구경했다. 분홍색 다육이와 빨간색깔 다육이를 샀다. 특이했다. 작은 새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니 예뻤다. 마치 꽃을 보는 것 같았다. 분갈이를 하다가 떨어진 잎을 마른 흙에 심어두니 뿌리가 내렸다. 번식도 쉬웠다. 이전부터 키우던 다른 다육이들도 보니 새로이 예뻐보였다. 잎이지만 꽃과 같았다. 매일 꽃을 보고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었다. 꽃이 아닌데도 꽃처럼 보여 상상력을 펼치게 해 주었다. 1천원이라 더 구매욕이 생겨 두 개를 더 샀다. 자꾸 애정이 가서, 검색해 보니 10만원, 200만원 하는 다육이도 있었다. 작년 꽃 박람회때 가서 꽃보다 더 예뻐서 찍어둔 다육이 사진도생각났다. 자꾸만 다육이가 생각나고 다양한 다육이를 갖고 싶었다. 중독인가? 참기로 했다. 사무실에 늘어나는 다육이 화분이 욕심처럼 보였다. 남이 가진 다육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로 했다. 오늘 잘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 마음을 먹기로 했다. 마음을 다잡는데 며칠이 걸렸다.

다육이는 생명력이 강하다. 큰 다육이에 자구가 생기면 따로 떼어내서 화분을 만들 수 있다. 떨어진 잎을 버리지 않고 마른 흙에 심어 두면 시간이 오래되어도 죽지 않고, 가느다란 뿌리가 난다. 신기하고, 강한 생명력에 놀란다. 다육이 하나로 자꾸 새 다육이 화분을 만들 수 있어 자꾸 늘어가기 십상이다. 번식력이 참 강하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바쁘다보면 물 주는 것을 잊을때도 있는데 마르지 않고 살아있다. 오히려 자주 물을 주면 과습으로 물러서 죽는다. 돌보기가 편하다. 크더라도 크기가 작아 공간을 많이 차지 않고, 작고 예쁜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다. 꽃처럼 예쁜, 다양한 다육이와 화분으로 인테리어효과도 많다.

사무실에 있던 것을 집으로 옮겨 홍희 방 책상위에 두었다. 방이 아기자기하고 화사해졌다. 작은 다육이가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도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창문을 닫은채 하루종일 있으면 시들까봐 출근할 때는 창문을 1cm쯤 열어둔다. 햇빛도 쬐도록 블라인드를 조절해둔다. 퇴근하면 그 동안 잘 있었는지 인사를 하고, 잠을 잘 때도 다시보고 잠을 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다육이를 쳐다본다. 베란다에 둔 다육이에게도 찾아가서 밤새 무사히 잘 자랐는지 확인한다.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 기쁨을 주는 꽃같은 다육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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