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검토할 때가 됐다
[목요칼럼]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검토할 때가 됐다
  • 승인 2022.06.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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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치열했던 격전은 끝이 났다.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이번 선거는 지난 3월 9일 불과 25만 표 차이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치열했던 선거가 끝난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실시됨으로써 그 결과는 각 정당의 현재 지도부가 지속적으로 당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느냐의 문제와 직결되고,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게 되는가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barometer)가 된다. 따라서 각 정당에서는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아전인수 격 평가를 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사실이다.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달리 국가 운영이라는 큰 살림살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역 내에서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복리증진과 직결되는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생활정치의 현장이다. 따라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국내 어디에 주민등록이 있든지 상관없이 출마할 수 있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반드시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해당 선거구내에 60일 이상이라는 거주요건이 뒤따르게 된다. 실례로 과거 이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후보자가 주민등록 이전을 늦게 하여 자신이 출마한 선거구에서 자신에게 투표하지 못하고, 다른 선거구에서 투표를 한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물론 당선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지방선거는 지난 92년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시작되어 벌써 3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사람의 나이 30이면 이미 성년에 접어들어도 한참 지났을 세월이건만, 어찌하여 지방선거는 30년이라는 세월동안 8차례나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그 행태나 내용면에서는 전혀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예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권을 박탈한 무투표 당선자가 지난 2018년 제7회 지방 선거 때의 86명 보다 무려 5배 넘게 늘어, 전국 313개 지역구에서 494명으로 전체 선출 인원의 12%나 되었다. 대구의 경우는 더 심하게 8명의 기초자치단체장 중 2명(중구, 달서구), 선출직 광역의원 29명중 20명이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한 채 당선되었다. 과연 이런 일이 선거를 통해 그들의 대변자를 선출하는 민주사회에서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록 민주주의의 암울기라는 유신체제하의 대선에서 단독출마가 있기는 있었지만, 그외 대선이나 총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혹자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를 후보자의 자질을 따지기보다는 지지하는 정당 혹은 지지하지는 않지만 싫어하는 정당의 반대당에 무조건 올인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지적하기도 한다. 과연 이런 성향만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후자의 경우라면 제3, 제4의 군소정당의 후보자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고 있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던 하지 않던, 좋아하던 싫어하던 주어진 선택지내에서 한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무투표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유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박탈하는 것이다.

오히려 필자의 견해는 유권자들의 투표성향 보다는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이 더 큰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비록 정당공천제가 아무런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자들의 자질을 일차적으로 검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정당공천제는 이러한 목적보다는 지방선거 선출자들을 자신들의 지방하부조직으로 활용하고자하는 중앙정당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인식을 가진 중앙정당의 인식 전환 없이는 우리의 지방자치는 영원히 스스로 걸음마를 뗄 수가 없다. 즉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는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선거기반을 붕괴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공천 폐지문제가 나오면 아무리 반목이 심한 여·야 라 할지라도 이때만큼은 합심하여 온갖 이유를 들이대면서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무어라고해도 지방자치의 기본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이런 기본 이념의 달성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와 의회 구성이 어느 한 정당이 독식할 경우 절대로 기대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2명을 뽑는 선거구에 각 정당이 한명씩 공천하는 꼼수를 동원하거나, 지역 정서 때문에 출마자가 나타나지 않음으로 인하여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대량의 무투표 당선을 보면서, 독임제인 자치단체장의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합의제 기관인 지방의회만큼은 정당공천제의 폐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현상이 일회성이라면 모르지만 지방선거가 거듭 될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공천제 폐지가 중앙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칫 지방조직을 와해시키고 나아가 정권쟁취에 큰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가운영의 또 다른 한축인 지방자치의 발전과 정착에 불씨가 될 수 있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표를 의식하여 말로만 지방분권을 외치지 말고 지방이 진정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의 구성에 있어서만큼은 중앙정당의 간섭을 배제하는 조치의 하나로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진정성 있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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