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비건, 먹고 바르고 신는 것까지…친환경 소비 바람 ‘솔솔’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비건, 먹고 바르고 신는 것까지…친환경 소비 바람 ‘솔솔’
  • 류지희
  • 승인 2022.06.0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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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비건 화장품 브랜드 ‘러쉬’
플라스틱 쓰레기로 용기 제작
패션브랜드도 동물 도살 거부
코로나 후 천연제품 수요 증가
식물성 일부 추가한 제품 출시
100% 비건 아니어도 의미 커
제로디자인 추구 분위기 확산
환경 파괴로 신종 감염병 발생
동물·환경보호 의식 확대돼야
채식주의
비건문화 바람의 시발점인 채식주의 운동의 모습이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 식문화로 육식을 피하고 채소 위주의 푸드를 섭취하는 채식주의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Unsplash 제공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과 건강 관련 소재들에 대한 이슈가 일상이 되었다. 손에 닿는 생필품부터 몸에 바르는 화장품,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들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야만 소비자들의 마음에 신뢰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환경파괴로부터 돌연변이 질병들이 발발하면서 청정한 자연으로부터 얻는 천연 아이템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훨씬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큰 타격으로 주춤했던 뷰티업계에서는 시장의 방향성을 바꾼 듯 보인다. 더 예뻐 보이기 위한 색조 메이크업에서 ‘건강함이 아름다움’이라는 컨셉으로 천연 화장품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건조한 사막의 선인장에게 오아시스가 있듯이 마스크 속에서 숨 죽어가는 피부에 생기를 주자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은 마스크로 인해 얼굴이 가려지거나 메이크업이 무너지기 때문에 화장품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신 민감해진 피부의 건강을 생각한 데일리 케어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천연 제품 중에서도 요즘 단연 트렌드는 비건(vegan)이다. 유제품이나 동물성 기름이 들어가지 않고 순하고 건강한 식물성, 채식주의 재료로 만든 화장품이다. 영국의 천연 브랜드 러쉬(LUSH)는 1995년도에 설립한 영국의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로, 섭립 초기부터 환경보호와 동물 실험 반대, 과대 포장 반대 등 사회적인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비건 인증 화장품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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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적인 모양이 사랑스러운 천연 비건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이다. 착한 브랜드철학과 착한디자인, 착한 가격까지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두터운 충성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러쉬코리아 홈페이지 제공

사실 에코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필자의 경우, 러쉬 제품을 10년 동안 애용하고 있는 충성고객으로 러쉬가 걸어온 발자취에 대한 건강한 철학과 우수한 제품성에 대해 몸소 느껴왔다. 제품 중에 ‘렛 더 굿 타임즈 롤’은 러쉬의 클렌징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데, 옥수수씨 가루, 옥수수 오일, 시나몬 껍질 가루 등이 대표 성분으로 들어간 노란색의 반죽형 클렌징이다. 반죽을 적당크기로 뜯어 물에 개어서 마사지팩을 하듯 사용하면 클렌징 효과 뿐만 아니라 오일리한 영양감이 피부 속까지 꽉 채워주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트러블이 자주 나는 민감성 피부가 개선된 것도 러쉬의 천연 비건 화장품 효과를 톡톡히 본 덕이다.

게다가 러쉬 제품은 환경을 생각한 소재와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비누, 입욕제, 클렌저 등 제품 자체의 형태도 수제로 만들어 유기적인 모양이 인공적이지 않아 매력적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러쉬의 화장품 용기는 태평양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에 앞장서고 있는 환경 단체 오션 레가시 재단(The Ocean Legacy Foundation)과 협력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용한 용기를 5개 이상 모으면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마케팅 역시 환경문제와 소비자심리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러쉬는 앞으로도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는 제품 종류를 확대하고 용기 제조 과정에서 일반 플라스틱 소재보다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의 비중을 더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뼛속까지 친환경적인 제품 패키지와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실질적으로 자연에서 얻은 원료로 스스로 보존이 가능한 유통기한이 짧아 자주 버려지고 생산해야 하는 비건 제품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비건 제품 하나가 기능과 효능을 따라 건강한 소재와 브랜드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천연 비건 염색의 경우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비건 문화 중 하나이다. 머리카락을 물들이는 독한 염색약이 피부와 시력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시간이 더 걸리고 조금 덜 정교하더라도 자연으로부터 온 내추럴한 재료로 모발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식물성과 동물성이 섞인 재료로 100% 비건 제품은 아지니만,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다. 사용해 보면 열감이 발생하는 화학염색약에 비해 두피가 숨을 쉬는 듯 시원한 쿨링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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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에서 비건 가죽 피나텍스로 만든 ‘해피 파인애플’ 컬렉션 스니커즈이다. 구찌와 아디다스도 신소재 데메트라와 버섯으로 만든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어패럴뉴스 제공

비건 문화가 식품, 뷰티, 패션에까지 점차 확장이 되면서 그에 따른 디자인도 간소화하는 미니멀 디자인을 너머 버려질 때조차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제로디자인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최근 잇달아 개발되고 있는 식물성 가죽의 혁신과 확산 속도는 괄목할 만하다. 파인애플 껍질을 이용한 식물성 가죽 피나텍스가 전기차 ‘테슬라’에 들어갈 정도로 판로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하운지’라는 한지를 이용한 종이가죽도 호평을 얻고 있으며, 코르크나무 껍집을 벗겨 만든 코르크 가죽의 소품들, 버섯으로 만든 가죽 마일로 등도 있다. 폴리에스터를 이용해 만드는 ‘페이크 퍼’ 기술도 날로 발전해 패션계에서도 환경과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한 비건 브랜드로 앞다퉈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건(vegan)이라고 하면 채식주의자들이 주로 행하는 ‘채식 운동’, 즉 먹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 환경문제들로 인한 재해가 계속되는 이상 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막고 인간과 동물이 조화롭게 환경의 밸런스를 맞추며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모습이 하루빨리 보편화되어야 한다. 코로나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원숭이 두창, 진드기 바이러스 등 다른 변이 바이러스들이 발발하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자연의 재앙들이 오염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로부터 생겨난다는 점이 반드시 시사되어야 할 부분이라 본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궁금적인 방식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이 함께 융화되는 삶의 방식을 일상화하는 것이 아닐까.

동물복지단체 ‘포포즈’는 세계 주요 브랜드의 ‘착한 순위’를 매겨 공개했다. 스웨덴의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이 1위를 차지했고, 파타고니아가 2위, 마운틴에큅먼트가 3위, 노스페이스와 도이터가 4위이다. 이들은 식용 거위와 오리를 직접 도살하거나 착취하지는 않지만, 부산물을 쓴다는 점에서 ‘비건 패션’은 아니다. 그러나, 미적 욕망 그 자체를 위해 새로운 고통과 죽음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씩이지만 변화되는 인식과 실천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식물과 인간이 조화로운 비건 문화, 그 변화의 바람에 소비자이자 디자이너로서 ‘착한 디자인 제품’에 동참해 나가고자 한다.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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