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법무빌딩 방화 참사로 숨진 피해자에게서 자상 흔적이 발견되고,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도 나와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대구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은 10일 오전 11시께 수성구 범어동 빌딩 화재 현장에서 정밀 감식에 돌입했다.
사고 발생 이틀째 빌딩 안에 남은 흔적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게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창문 파편과 검은 재가 쌓여 있었고, 전기가 나간 2층 복도는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
특히 불이 난 203호 사무실과 가까운 복도는 천장 타일이 일부 떨어져 나가고, 벽면 창틀만 볼품없이 남을 정도로 까맣게 탄 상태였다. 203호 내부는 출입이 통제됐다.
경찰은 앞서 9일 진행한 1차 감식을 통해 흉기 1개를 찾아 범행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밖에 현장 감식을 통해 확보한 잔류물 감정 등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인화물질 종류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피해자 2명에게 남은 자상 흔적은 전날 임시 검안 과정에 확인됐다. 이들은 변호사와 사무장 등 남성 2명으로, 배와 옆구리 등에서 찔린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후 사망자 7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탈출한 직원 등 사건 주요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3호 사무실 근무자는 모두 10명이며 이 가운데 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인 9일 오전 10시 55분께 범어동 대구지법 뒤편 한 법무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에서 방화로 인한 큰불이나 용의자 천모(53) 씨를 포함한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천 씨는 최근 주택정비사업 투자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뒤 앙심이 생겨 상대측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천 씨가 원한을 품은 변호사는 당시 출장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