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방선거 단상
[데스크칼럼] 지방선거 단상
  • 승인 2022.06.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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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경북본부장

치열했던 6.1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전국적으로 국민의 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며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를 거두었다. 선거 전부터 누구나가 예상했겠지만 경북의 결과는 예상대로다.

이철우 도지사는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고, 임종식 교육감도 50%의 득표율에 도달하며 보수 교육감으로 재선의 고지에 올랐다. 기초의원은 경북 23개 시·군 288명 중에 국민의힘은 225명으로 78.1%를 장악했다. 이번에 새로 구성되는 제12대 경상북도의회는 총 61석 중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의원 2명뿐이다. 무소속 당선인은 3명이지만 모두 보수 성향이다. 4년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9명으로 처음으로 양당체제를 구성하며 나름대로의 견제 구도가 성립됐던 4년 전과는 격세지감이다. 제12대에는 교섭단체도 구성할 수 없게 되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선 60석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41명, 민주당이 9명, 무소속 9명, 바른미래당 1명으로 경상북도의회 개원 처음으로 다당제 구도가 형성됐다.

6.1 지방선거로 국민의힘이 다시 경북도의회를 일당체제로 장악하게 되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같은 당 단체장이 이끄는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일 외에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는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의원과 시·군의원은 주민 삶에 필요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의결하며 단체장을 감시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다. 같은 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단체장으로선 시정이나 도정 현안들을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이 약화될 때 '거수기' 또는 '호위대'로 전락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방의회는 지자체장들이 지역살림을 제대로 하는지, 주민들이 낸 세금을 허투루 쓰는 일이 없는지, 지역발전을 위해 예산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감시하는 기구다. 지방의원들은 주민들로부터 이러한 일을 잘하라고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앞서도 몇 번을 강조했듯이 지방의회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 못 할 정도로 막강하다. 지방세 관련 조례나 행정 규칙 등을 제정하고, 단체장의 예산 집행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그 권한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세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무보수 명예직이던 기초의원도 2006년부터 유급제가 도입돼 연평균 4,000만원 정도의 의정비를 받는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북대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광역·기초의원들의 조례안 발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발의건수가 광역 2.99건, 기초 2.05건에 불과했다. 지방의원의 기본 책무 중 하나가 조례안 제정과 심의인데 1인당 발의건수가 고작 2∼3건에 그친 것이다. 기초의원 2981명 중 723명은 연평균 조례안 발의건수가 1건도 안 된다.

이 같은 지방의회의 현실과 더불어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보도되는 지방의원들의 추태와 갑질 등은 지방의회 무용론을 확산시키는데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지방의회 폐지가 정답인 것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 폐지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교각살우의 잘못보다는 지방의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원인부터 찾는 것이 제일 우선 되어야 한다. 그 원인에서 우리 경북의 유권자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이다. 지방선거가 광역단체장 후보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 선거'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유권자의 무관심은 우려할만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의 투표율은 53%를 넘지 못했다. 아예 상대 후보 없이 국민의 힘 후보만 출마한 무투표 당선은 예천군수를 비롯하여 도의원은 17명, 기초의원은 26명으로 어느 때보다 무투표 당선이 많았다. 지방자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또 다른 원인은 유권자의 투표 행태이다. 한국 유권자는 후보의 소속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크지만, 특히 경북은 보수당의 공천만 받으면 누구라도 당선은 걱정 없다는 식의 선거가 계속 되어왔다. 그러니 출마자들은 유권자들 보다는 지역 국회의원과 소속 정당에 충성하게 된다. 유권자들의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방의회의 역할과 수준은 나아질 리가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지방의회의 폐해를 보면서 지방의회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유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했는지를 생각해보자.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라는 명언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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