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작가 열한 번째 개인전…갤러리 문101, 24일까지
정연주 작가 열한 번째 개인전…갤러리 문101, 24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2.06.22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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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맛 있는 그림을 좋아해요”
자신 주장 강요 ‘묵비권’ 연작
사회참여 활동 위해 정치 입문
4년 기초의원 생활 기운 소진
내면 채우려니 화면은 비워져
칼라-정연주작-산
정연주 작 ‘산’

작가의 얼굴에서, 그의 그림에서 특유의 진지함이 한풀 꺾여 있었다. 얼굴의 표정은 부드러웠고, 그림 속 분위기는 말랑말랑했다. 작정하고 덤벼든 변화라기보다 환경의 변화에 몸을 내맡긴 결과다.

“그림이 삶과 완벽하게 분리되지 못한다”는 전제에 비춰볼 때, 최근에 그의 삶에서 큰 변화가 생겼음이다. 그가 싱긋 웃으며 “4년 만에 기초의회 의원이라는 옷을 벗고 오롯이 작가로 다시 섰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정연주 작가의 열한 번째 개인전이 갤러리 문101에서 열리고 있다.

‘산(山)’을 주제로 한 신작과 그동안 집중했던 ‘인물’에 변화를 준 신작 등 10여점을 걸었다.

‘산’ 작업은 ‘인물’을 그리던 시기에 실험적으로 시도하던 작업이었는데, 이번 전시에 주제화해 시리즈로 출품했다. 모두 최근의 심적 변화들이 반영된 조형언어들이다.

평소 정 작가는 스스로를 지진계나 풍향계에 비유했다. 모두 변화를 감지하는 장치들이다. 그는 지진계나 풍향계처럼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들을 미리 인지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감지자를 자처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 태도는 오롯이 작품에 반영됐다. 정치, 사회, 예술 분야에서 미세하게 일어나는 현상들을 예리한 촉으로 감지하여 시각적인 언어로 조형화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세상을 인식하는 그의 예민한 촉은 대표작인 ‘묵비권’ 연작에서 두드러졌다. 거대한 세력이 말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사회구성원에게 강요하는 세태를 ‘묵비권’ 연작에서 표출했다.

“때로는 말보다 묵비권이 더 강렬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입술을 꽉 다문 인물을 통해 드러냈어요.”

급기야 2018년에 그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미술작가로 정치 일선에 뛰어든 드문 사례였다.

사회적인 발언들을 좀 더 실천적으로 해 보고 싶은 열망에 결행한 결과였다. “사회적인 병리현상을 정치일선에서 온 몸으로 맞닥뜨려 해소해 보고 싶어 정치권으로 들어갔어요.”

4년이 흐른 지금, 그가 “지난 4년간 비전문가가 놓치기 쉬운 예술 부분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챙기며 예술과 정치 활동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대변자로 보람 있었지만 이제는 작가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작가로 돌아온 배경을 밝혔다.

그의 작업은 원색을 다양하게 혼합하여 자신의 주장이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번 신작에서도 그런 태도들은 여전히 견지된다. 하지만 화면 속 기운이나 색의 두께에서 전에 없던 가벼움이 포착된다. 지진계나 풍향계를 자처하며 경직되었던 모습을 신작들에선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바깥으로 향하던 의식을 자신에게로 돌리려는 욕망이 스멀거렸고,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결과”라고 언급했다.

“40대 중반,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역할론에 너무 집착했던 저의 모습이 보였어요. 이제는 저를 돌아보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 역할에 천착하던 이전과 달리 신작에서는 작가 자신을 반추한다. 작가의 시선에서 또는 정치인의 시각에서 사회현상을 포착하고 갈등을 조정하려 했던 시간들이 중첩되면서 피로감도 함께 누적되었고, 급기야 결단이 필요한 시점까지 이르렀다.

삶의 새로운 좌표 설정이 필요한 시기에 놓여진 것이다. 이른바 태세 전환의 시기였는데, 그때 뇌리를 스친 것이 산(山)이었다.

“의정활동하며 지쳤을 시기에 산을 올랐어요. 등산하는 과정에서 피곤할 법도 한데 묘하게 위로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 기억을 떠올려 산을 작업의 주제로 가져왔어요.”

산이나 주변 풍경은 매개다. 핵심은 작가 자신의 감정 표출에 있다. 그의 작업이 표현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감정표출은 형상과 함께 색도 거든다. 추상과 구상을 병행하지만 이전 작업들에 비해 신작에선 색면회화의 요소가 더 짙어졌다.

“감정에 충실하게 되면서 색에 감정을 더 싣게 되었어요.”

색도 가벼워졌지만 물감의 두께도 얇아졌다. 사회참여적인 태도를 캔버스에 물감으로 켜켜이 쌓던 과거의 방식에 비견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했고, 그러면서 기운이 소진된 이유가 변화의 단초가 됐다.

이제는 다시 채워야 하는 시기임을 직감하고, 화면을 비워냈다. “이번 신작들은 저의 내면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렸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화면은 비워지고 가벼워졌어요.”

비웠다고는 하나 형상이나 색에서 과거의 환영이 스멀거린다. 인물이나 산과 배경의 경계에 여전히 굵고 강렬한 색채가 도포되어 있는 것. “지금은 저에게 집중하는 시기지만 내면에는 역할론에 대한 소명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요.”

보드라워졌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여전히 거칠다. 이 또한 매끈함을 선호하지 않는 그의 취향과 결부된다. 그는 거친 손맛에서 정신이나 감정을 표출하는 스타일이다.

“완벽하게 짜여진 디자인적인 그림보다 사람 손맛이 있는 그림을 좋아해요.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졌죠. 세월이 준 선물 같아요.” 전시는 24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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