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순간만큼 더 높이 날아오르지
돌아올 약속 따위 바람에 걸어둔 채
게으른 날개짓에도 서걱대는 갈대숲
잊은 지 오래인 듯 익숙한 듯, 울음은
등 돌린 계절 따라 몰려가고 몰려와서
서둘러 몸을 섞는 바다, 강물 끝에서 만나지
서녘을 물들이며 붉게 젖은 안부처럼
허공을 밀어내고 웃자란 갈대꽃이
물 맑은 모래섬 기슭에서 시린 눈을 맞추지
◇김미정= 1961년 경북 영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제5회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2017년 대구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장. 시조집 『고요한 둘레』, 『더듬이를 세우다』, 현대시조 100인시선집 『곁』 등을 냄.
<해설> 문득 갈대숲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등 돌린 계절마다 갈대는 울음을 만들어 내고, 지키지 못할 약속에 걸어 둔 마음에 꽃을 피워 날려 보낸다. 시린 눈을 맞출 이는 돌아오지 않고, 모래섬 기슭에 만나게 되는 오랜 목격자와 서글픈 대화를 하는 장면이 연상 되면서 시를 감상하였다. 시인의 탁월한 감성에 박수를 보낸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