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방황은 노력의 증거
[달구벌아침] 방황은 노력의 증거
  • 승인 2022.07.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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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세상에 실패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굳이 사람들에게 붙들고 물어보지 않아도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맞다. 우리는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패로 인해 좌절하고 넘어져 우는 것이 두렵다. 그렇다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도 아주 간단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애당초 도전하지 않고, 또한 애쓰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어지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음'으로 '실패하지 않음'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고 멈춰 있는 사람이 '괜찮아. 나는 실패하지 않았어'라고 자신을 위로한다.

인간은 도전하고,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존재다. 그 결과 인간은 흔들리는 것이고, 넘어지고 엎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성장하고 더 성숙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와 같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자전거를 배우기를 시도하지 않으면 넘어지는 경험은 하지 않아도 된다. 몸에 상처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자전거 위에서 넘어지면 어떡할까? 벽에라도 부딪치면 어떡할까?라는 두려움도 없을 것이다. 도전하지 않았기에 실패하지도 않았고,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지 못하는 것도 생긴다. 그것은 자전거를 직접 몰고 운전하는 방법은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얻으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전거를 배우려 도전하지 않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노력하지 않으니 방황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기 위해 자전거 안장에 올라앉으면 그때부터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두렵고 떨리는 시간도 찾아올 것이고, 넘어지고 상처 나는 시간도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실패의 두려움을 넘어서고, 기어코 자전거를 자신의 힘으로 운전하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 지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이 과정을 거쳤다. 반면에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서 귤을 까먹으며 만화책 보는 것과 같다. 세상 편안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사실은 그런 편안함이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표현했다. 그의 저서 '팡세(Pensees, "생각"이라는 뜻)'의 서두에 이런 글이 있다.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L'homme n'est qu'un roseau le plus faible de la nature:mais c'est un roseau pensant"). 나 역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며, 늘 흔들리는 존재가 맞다. 파스칼이 인간을 일컬어 '생각하는 갈대'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인간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존재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생각하고, 노력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시간 돌아보면 우리 삶은 흔들림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흔들려왔고, 지금도 흔들리고 있고, 앞으로도 흔들릴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흔들림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방황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방황은 나쁜 것이라는 거다. 정말 방황이 잘못된 것일까?
그 옛날 독일의 천재 소설가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나도 돌아보니 수많은 방황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마치 역마살이 낀 것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한 공간에, 한 장소에 오래 있지 못하고 수 없는 곳을 배회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때를 생각해보니 그때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때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방황해야 한다. 방황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의 증거가 된다. 살아 있기에 흔들리고 방황을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늘 갈등이 있고, 방황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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