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어울림
[달구벌아침] 어울림
  • 승인 2022.07.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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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꽃기린은 꽃이 빨갛고 가지에는 가시가 뽀죡하다. 장미처럼말이다. 장미보다 작은 손톱만한 꽃잎이 앙증맞게 귀엽다. 의자 크기만큼 크게 자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크게 자라니 가시도 많고 커 보여서 위협적으로 보였다. 귀여운 꽃의 느낌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꽃기린을 키우는 사람에게서 가지 하나를 잘라서 심었다. 꽃기린은 뿌리를 잘 내린다. 쉽게 죽지 않고 잘 산다. 크기도 잘 큰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꽃을 피운다. 가지 하나에서 새로운 가지가 뻗는다. 그 가지를 잘라서 흙에 꽃으면 또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하나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기 쉽다.

세 개나 되는 꽃기린은 화분을 사지 못해서 아이스커피 마신 플라스틱 투명 컵에 심어두었다. 흙이 보이고 물이 스며드는 모습도 보인다. 산 화분보다 예쁘지 않지만 꽤나 실용적이다. 화분이 없을 때 쉽게 심을 수 있는 방법이라서 여러 개가 있다. 플라스틱 화분에서 꽃기린은 잘 자라서 붉은 앵두같은 꽃이 피고지고 피고진다. 햇빛아래서 붉게 피어 오래도록 볼 수 있어 사무실 분위기를 한층 밝게 해주고 업무하다가 지칠 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으로도 족했다. 그런데 같은 과에서 동료가 집에서 안 쓰는 화분을 갖다 주었다. 키우던 화분이 겨울이면 죽어서 다시 무엇인가를 심지 않아 흙만 남은 화분이었다. 백자처럼 생긴 것 두 개, 된장 독처럼 생긴 까만 항아리 한 개였다. 키우고 있는 식물 중에서 어떤 것들이 잘 어울릴까 며칠을 두고 보았다. 까만 장독처럼 생긴 화분은 하얀 부스러기가 묻은 것처럼 지저분해보였다. 오래돼서 색이 바랜건가 생각했다. 예쁘지도 않은 데 가져왔네, 크기가 작은 것이라 가져왔나보다 하고 생각하며 뭘 심어도 어울릴 것 같지 않앗다. 그냥 두자니 가져다준 사람의 성의를 봐서 그럴 수는 없었다.

일단 화분을 깨끗이 ㅤㅆㅣㅆ었다. 흙에 물을 뿌려서 적신다음 나무젓가락으로 깊숙이 찔러서 흙을 뒤집었다. 농사지을 때 밭을 써래질하는 것처럼 흙을 부드럽게 뒤섞었다. 오래도록 마른채 있었던 흙이라 황무지처럼 메마르고 영양분도 없어 보였다. 지난번 사다준 부엽토를 넣어 주었다. 흙을 고르고 어떤 식물이 잘어울릴까 대 보았다. 옷을 위아래 맞춰보듯이 말이다. 장미허브, 카랑코에, 뱅갈고무나무, 제라늄 그리고 마지막에 꽃기린 차례였다.

꽃기린과 까만 장독 같은 화분이 잘 어울렸다. 이렇게나 예뻤나 싶을 정도로 꽃기린은 쭉뻗은 가지위에 대롱대롱 꽃이 돋보였다. 항아리 같은 까만 화분도 까만색이 반들반들했고 굴곡이 아름다웠다. 서로에게 찰떡궁합이었다. 까만 항아리 화분이 꽃기린의 가시를 품어주고 돋보이게 했고, 초록 잎과 빨간 꽃을 피워낸 꽃기린이 화분에 시골정서를 자아내게 했다.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보더니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둘의 어울림이 서로 존재감을 갖게 했다. 각각으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서로를 빛내주었다.

그래 자기한테 맞는 것을 찾는 것도 필요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고 예쁘지 않은 것처럼 식물도, 화분도 각각 자기에게 어울리는 것이 있었다. 잘 어울린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와 맞지 않는 어떤 것을 버리지 못하고 맞추려고 애를 쓰지만 시간이 지나고 노력한다고 해서 잘 어울리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사람관계가 그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그러하다. 10년간 주5일을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좋은 관계를 갖기위해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꿈이 생긴 이후로 30년간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는 꿈이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은 누굴까, 나와 잘 맞는 일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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