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대구시 공공기관 통·폐합, 교각살우 아니기를
[목요칼럼] 대구시 공공기관 통·폐합, 교각살우 아니기를
  • 승인 2022.07.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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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박사


민선8기 홍준표 시장의 취임과 함께 낙후된 대구의 50년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를 만든다는 기치아래 이루어지는 강도 높은 공공부문 개혁과 사회적 책임 강화 정책으로 산하기관을 비롯한 공직사회에 한바탕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즉 지난 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시 산하기관 개혁안을 제시하였고, 현재 시정혁신단에서 TF를 구성하여 구체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너무 통·폐합이라는 목표에 몰두한 나머지 급속하게 이루어져 자칫 통·폐합 과정에서의 걸림돌을 간과하거나 통·폐합후 내부 갈등 문제로 인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통·폐합은 홍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거론하였던 것으로, 당선 후에도 "일부 기능이 유사한 기관을 통·폐합하면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다"며 "선거 공신들 자리 만들어주려고 인위적으로 만든 조직은 모두 통·폐합하겠다"고 강조하여 예견된 것이다. 이는 홍시장이 시 산하 18개의 공사·공단과 출자·출연 기관 중에는 위인설관으로 설립된 기관이 있고, 여기에 선거공신들이 낙하산으로 임명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홍시장의 판단은 그가 SNS를 통해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 코드인사로 임명된 정무직들은 당연 퇴직 됨이 상당함에도 임기까지 버티겠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라고 밝힌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은 이번 제249회 대구시 임시회에 '대구광역시 정무·정책보좌공무원,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안'을 제출함으로써 구체화되고 있다. 이 조례안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는 것은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경우 남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시장 임기 개시 전에 임기를 종료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이미 1명의 공사 사장과 3명의 출연기관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반면 일부 기관장들은 비록 완곡하지만 반발을 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듯이 시 산하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그 설립의 목적을 감안할 때 소위 낙하산 임명이 아니라면, 새로운 시장의 시정철학을 공유하기 위한 재신임의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전임 시장때 임명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문성 있고 능력 있는 기관장들이 그 자리를 물러나는 일은 기관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이미 사회 일각에는 이번에 신설되는 공공기관에 어떤 인사들이 임용될 것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풍문들이 나돌고 있다. 차후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현재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18개를 10개로 대폭 통합하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이유로는 분야별로 난립한 공공기관에서 기능 중복과 방만 경영 등으로 시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어,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운영의 효율성 증대이다. 가히 기능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기관을 기관의 명칭을 중심으로 테마별로 묶어 단순화시키는 혁신적인 방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각종 기관의 통·폐합과정에서 그것이 현실화되는 과정에 있어서 많은 갈등들이 표출되어 안정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경험하여 왔다. 당장 이번 통·폐합과정에서 대구테크노파크로 통합되는 일부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관련 중앙부처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또한 통·폐합으로 시 조직인 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대구교통공사로, 운영권이 시 사업소에서 문화예술진흥원으로 넘어가는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겠지만, 공무원신분을 버리고 그 기관으로 옮겨가던지 아니면 시 산하 다른 부서로 옮겨가야한다. 또한 통·폐합되는 기관에서 어느 기관이 모태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통합후 구성원들 간에 주도권 쟁탈로 많은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사실이다.

운영의 효율화는 기관의 통·폐합으로 인한 단순화보다 누가 어떻게 그 기관의 설립목적에 맞게 잘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번 기능중복과 방만한 경영을 이유로 통·폐합되는 기관들도 설립 당시에는 설립되어야만 하는 분명한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통·폐합이 기관의 설립목적이 달성되어 존립의 필요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홍시장의 생각대로 특정인을 위해 유사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인설관으로 설립되었다고 판명되었다기 보다는, 기관의 난립과 기능중복 및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시재정의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를 내세워, 침체된 대구의 분위기를 쇄신시켜 보려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이번 통·폐합으로 기관장 임금 등 공통경비와 중복 사업비 절감 및 자산 매각 등으로 1천억 원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통·폐합과정에서 모든 직원이 고용 승계될 경우, 그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기관장 임금 등 공통경비는 절감이 되겠지만, 자산매각은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우선 당장은 큰 수입원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향후 새로운 사업을 위해 자산을 매입해야할 경우 손실이 너무 크고, 서로 다른 기관에서 각각 추진함으로써 발생하는 중복 사업비도 통합 후 해당사업에 모두 투자된다면 사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고 담담 인력만 줄이는 것이 되므로 큰 실익은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통·폐합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필자가 판단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정을 이끌어가는 선장으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이상 그의 시정 철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성원해야 하는 것은 유권자로서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번 통·폐합은 단순히 겉보기에 테마별로 묶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주어 이를 기화로 기관장들을 물갈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통·폐합의 필요성이 있다면 최소한 설립목적과 경영에 관한 기관 및 경영진단과 같은 절차를 거쳐 통·폐합하는 것이 통·폐합후 기관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 확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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