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정담 (校門情談)
교문정담 (校門情談)
  • 여인호
  • 승인 2022.07.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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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아침 먹었어요?”, ”교장 선생님, 사랑합니다. 아침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뭘 먹었어요?”, “밥에 고기를 비벼서 먹었어요.”

“아침부터 맛있게 먹었구나. 어머니 음식 솜씨가 좋은가 보다.”, “예, 엄마가 음식을 잘해요.”

“어머니 음식 솜씨가 좋으니 식구들 모두 행복하겠네. 식구는 몇 명이니?”, “어머니와 아버지, 고 2 언니와 저 그렇게 4명입니다.”

“그렇구나. 공부 재미있게 하고 점심도 맛있게 먹어요.”

2022년 7월 1일 금요일 아침에 교대부초 교문에서 6학년 김서림(가명) 학생과 주고받은 이야기입니다. 서림이가 일찍 등교하는 편이라 이야기를 주고받을 시간이 있습니다. 아침 먹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메뉴가 바뀌는 걸로 봐서는 어머니의 집밥 정성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성 가득한 아침을 먹고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와서 교문을 들어서는 서림이의 표정은 매우 밝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엄마가 태워준 차에서 내릴 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인사를 할 것도 부탁합니다.

교문은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영호는 아이들이 들어설 때마다 표정이나 걸음걸이, 손발에 깁스를 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하고는 아침을 먹었는지도 꼭 물어봅니다. 먹지 않았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조금 다릅니다. 하품을 하면서 들어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자초지종을 물어보면 학원 숙제 등으로 잠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6학년의 한 아이는 제법 늦은 시간까지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도와준다고도 합니다.

영호는 몇몇 아이와는 매일같이 손을 잡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한 명 더 들어서면 서로 마주보고 자기소개를 하게 합니다. 같은 반이거나 학년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소개를 마치면 칭찬을 주고받게 합니다. 그러면 서로 모르던 아이들도 금방 친해집니다. 그런 다음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포도가 익어가는 영호의 고향인 김천의 싱그러운 포도밭 같은 풍경입니다.

교대부초에는 5학년과 3학년인 형제가 같이 다니는 집이 있습니다. 몸집만 다르지 생김새나 머리 모양이 쌍둥이 같습니다. 신호등을 건너온 형제의 이름을 부르면 영호 앞으로 옵니다. 영호가 오른손을 들면 형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부초 어린이 다짐’, ‘부초 학부모 다짐’, ‘부초 교원 다짐’을 막힘없이 외웁니다. 연이어 영호가 들고 있는 팻말에 한글과 영어 문장인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를 읽습니다. 그리고 영호와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고 교문을 들어서는 형제는 동화 속의 ‘의좋은 형제’ 그대로입니다.

영호가 어릴 적 대신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교문에 대한 추억은 같은 마을의 친구 10여 명과 함께 우르르 들어간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아포중학교와 김천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모자와 교복 매무새를 고치고 선생님과 선도반의 눈치를 보면서 들어서던 기억이 납니다. 생활 담당 선생님은 오른손에 든 짧은 몽둥이를 왼손 바닥에 탁탁 치면서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복장을 매의 눈으로 살폈습니다. 덩치 좋은 3학년 선도반 학생들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장승처럼 버티고 선 교문이었습니다. 지금과는 퍽 다른 중고등학교의 교문 풍경입니다.

교대부초 교문 앞에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대곡중학교 학생들과 일반인들도 많이 다닙니다. 중학생 몇 명과는 매일같이 인사를 나눕니다. 중학교 선생님 한 분과도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병원의 원장님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학교와 붙어있는 공원을 청소하는 분, 아침마다 교통봉사를 하는 어르신들과도 인사를 합니다. 교문은 만남과 인사의 장입니다.

교대부초의 교문은 늘 활기가 넘칩니다. 이 교문을 들어서기가 가장 힘들었던 아이는 정송건(가명)입니다. 5월 11일 수요일부터 정상적인 등교를 한 정송건이 친구의 손을 잡고 저만치서걸어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마스크를 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문득 두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2022년 6월 30일 목요일의 교대부초 교문정담입니다.



김영호 대구교대부설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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