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향토 예술인
[문화칼럼] 향토 예술인
  • 승인 2022.07.2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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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한 이십년 정도 지난 일인 것 같다. 대구시 남구문화원에서 ‘향토가곡제’라는 행사를 몇 해 동안 열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남구문화원은 대덕문화전당을 위탁경영하며 일반적인 문화원보다 매우 활발하게 사업들을 추진했다. 향토가곡제 역시 이러한 기조 하에 문화원 이사 중 한분의 제안으로 시작 되었으며 시작 단계부터 많은 검토를 했었다. 나 역시 이사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하게 되었는데 당시의 주된 고민은 향토 작곡가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많은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지역 출신으로서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타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출신, 타 지역 출신이지만 대구·경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 이렇게 정리 되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는 이것도 결론을 내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었다.

지역 출신의 범위를 태어난 것으로 할지(여기서 태어났지만 성장과 학업은 타 지역에서 했다면?), 출생 지역은 다르더라도 대구에서 공부를 한 경우 당연히 범주에 들겠지만, 학업의 범위를 초·중·고·대 어디까지 할 것인지 또는 여기서 대학을 다니다가 수도권으로 학적을 옮긴 것도 포함해야 하는가? 그리고 타 지역 출신이지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것의 범주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즉 일주일에 하루정도 강의를 오는 사람도 포함 할 것인지 또는 대학에 강의는 하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거주하며 홀로 작품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소소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기준들이 제시 된 기억이 있다. 향토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니 여러 가지 운신의 폭에 제한이 많았다. 아무튼 그렇게 ‘향토가곡제’는 시작되었고 지역음악계에서 꽤 내실 있는 행사로 평가받음과 동시에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하는 사업이었다.

흔히들 대구는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배타적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예술계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6.25 전쟁으로 인하여 전국의 많은 예술인이 피난 온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환경을 비롯하여 대구는 예술에 있어서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 진 역사가 많다. 최근의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는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성격만큼 국내외를 망라한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하여 지역 성악가의 해외진출도 심심찮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의 또 하나의 자랑인 콘서트하우스의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는 그야말로 전 세계 모든 음악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의 향연이다. 최근에 끝난 대구국제뮤지컬축제 역시 우리끼리 할 수 없는 잔치다. 이름 그대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몸담고 있는 국제적 아티스트들이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공간이다.

공연에 비하여 최근의 전시상황은 이와 같은 교류의 장이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앞으로 지역의 대표적 미술관을 중심으로 즉 공적인 영역에서 더 깊이 다루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계전반에 걸쳐 대구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안팎에서 대구라는 높은 담장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대구에 뛰어난 예술인이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한다. 음악, 미술,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 장르의 전통도 깊거니와 우리 역사에 남을 인물들이 많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대구가 문화예술에 관한한 서울 부럽지 않은 고장이 되기까지는 경향 각처의 예술인과 활발한 교류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주에서 열린 ‘예술인기록사업 관련 포럼’에 다녀온 분의 소회를 적은 글을 보았다. “예술가들을 기릴 때 출생지가 중심이 되어야 할지, 활동 공간이 주가 되어야 할지…, 예술인 현창, 출생지와 활동지 달라 지역 간 ‘소유권’경쟁하기도…” 이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 공통사항일 것이다. 출생지가 되었건 활동공간이 되었건 설득력 있고 매력적으로 먼저 스토리텔링해서 멋지게 제시 하는 곳이 역사를 선점한 몇몇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대구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충분한 근거가 있다. 우리가 가진 것과 다른 컬러가 흘러 들어오더라도 잘 받아들이고 오히려 더 다양한 색채감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가 더 탁월한 저항력과 회복력을 나타낸다고 한다. 최근 전국 각처에서 취업과 예술 활동을 위해 대구로 정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이분들이 몸만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 ‘대구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에는 우리의 넉넉한 품도 필요하다. 이렇게 대구의 자산은 쌓여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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