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리단길 마을] 추억이 먼저 반기는 곳, 이젠 이색체험이 오라 손짓하네
[경주 불리단길 마을] 추억이 먼저 반기는 곳, 이젠 이색체험이 오라 손짓하네
  • 배수경
  • 승인 2022.07.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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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코로나에 관광업계 휘청
경주, 도시재생사업 적극 지원
숙박업소 트렌드 맞춰 새 단장
토요일 플리마켓 다양한 체험
봄엔 대공원 ‘왕겹벚꽃축제’
가을엔 토함산 단풍길 인기
이색카페 찾는 MZ세대 발길
운동선수 전지훈련장 각광
불리단길은 천년고찰 불국사 앞 상가와 숙박시설단지 일대를 이르는 별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불국동 일대로 경주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불국사 앞에 있는 단단히 재미나는 길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불리단길은 천년고찰 불국사 앞 상가와 숙박시설단지 일대를 이르는 별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불국동 일대로 경주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불국사 앞에 있는 단단히 재미나는 길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2022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경주 불리단길 마을

‘그대 추억을 가졌는가. 어떤 추억을 얼마나 가졌는가.’ 누구나 지나온 삶의 궤적 구비마다 추억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먹고 산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추억도 있지만 다시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아픈 추억도 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수학여행의 신나는 추억이 있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했던 신혼여행의 추억도 있다. 지금은 혼자만의 가슴속에 묻어둔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도 있을 것이다.

경주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의 추억을 떠올린다. 최근 경주가 추억 여행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고 있다. 중장년층이 학창시절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재현하는가 하면, 신혼여행의 달콤함을 새롭게 느껴보기 위한 부부 여행객도 있다.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한 MZ세대의 방문도 많다. MZ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인 중의 하나는 이색적인 카페거리다.

이 같은 경주여행의 중심에 ‘불리단길’이 있다. 불리단길은 천년고찰 불국사 앞 상가와 숙박시설단지 일대를 이르는 별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불국동 일대로 경주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불국사 앞에 있는 단단히 재미나는 길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불리단길의 담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불리단길의 담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불리단길의 담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불리단길은 추억 재생소로 불릴 만큼 수많은 스토리를 품고 있다. 누구나 불리단길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수학여행과 신혼여행, 가족여행이 대표적이다. 유스호스텔을 중심으로 한 숙박업소는 언제나 북적였다. 식당에선 언제나 맛있는 냄새가 넘쳐났다.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를 비롯해 석굴암과 동리문학관 등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자신만의 추억을 겹겹이 쌓았었다.
 
이제 그 추억들은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태어나고 있다. 불리단길의 명성은 언제까지나 순탄한 길만 걸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세월호와 메르스, 경주지진이 연달아 덮치면서 불리단길 뿐만이 아니라 관광의 메카로 불리던 천년고도 경주 전체의 관광산업이 무너져 내렸다. 여기에 코로나19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수학여행은 중단됐고, 가족여행객까지 뜸해졌다. 학생들로 북적이던 유스호스텔과 상가시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들 악재는 수많은 여행객들의 추억도 삼켰고, 스토리도 삼켜버렸다.
왕겹벚꽃
불리단길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왕겹벚꽃.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었다. 지역 주민과 상인, 기관단체, 경주시가 나섰다. 지난날의 영광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상인들은 자체적으로 화합잔치와 관광객 사은행사를 개최했다. 숙박업소들은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맞게 리모델링을 하고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경주시에서는 불리단길 도시재생사업을 통하여 지원하고 있다. 불국사 연등테마마을 추진위원회도 구성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떠났던 관광객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MZ세대로 불리는 신세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신세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데에는 이색적인 카페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불리단길에는 한옥카페와 공방카페, 감성카페, 고양이카페 등 40여 개의 카페들이 있다.

봄이면 대공원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왕겹벚꽃축제도 빠뜨리지 않고 보아야 할 축제다. 왕겹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늦은 4월 하순에 피고 개화기간이 2주일 정도로 길다. 꽃송이가 크고 화려하다. 왕겹벚꽃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을에는 토함산 단풍길이 명소로 변한다. 40년 전 불국동 청년회에서 토함산 등산로에 심고 가꾼 단풍길이다. 단풍잎이 빨갛게 물 들면 단풍과 관광객이 길을 가득 메운다.

 
 
불리단길 중앙에 위치한 소공원에 전시중인 귀여운 곰돌이 정크아트와 황룡사터에서 출토된 거대한 ‘치미’를 재현한 작품

불리단길 중앙에 위치한 소공원에는 ‘김후철 정크 아티스트’의 정크아트가 전시되고 있다. 정크는 폐품과 쓰레기, 잡동사니를 의미한다. 정크아트는 이것들을 활용해 만든 예술작품이다. 공원 중앙에 사방을 바라보면서 늠름한 모습으로 서있는 사천왕상은 불리단길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인다. 볼트와 너트, 기어, 휠 등 수많은 자동차 부품을 일일이 용접하고 조립해 만든 작품이다. 부식방지, 도색과정도 거쳐 야외에서도 잘 보존될 수 있게 만들었다.

 
불리단길에서는 매주 토요일 플리마켓이 열린다.

황룡사터에서 출토된 거대한 ‘치미’를 재현한 작품과 귀여운 곰돌이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플리마켓이 열린다. 경주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이 판매된다. 공예품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체험도 할 수 있다. 거리방송국도 운영하면서 지역 소식도 전한다. 경쾌한 비보이공연도 함께 진행된다. 한편에서는 현장의 풍경을 빠르게 드로잉하고 채색을 하는 어반스케치 회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어반스케치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불리단길의 담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유소년 야구대회와 축구대회 벽화를 통하여 그 날의 짜릿함을 다시 느껴볼 수 있다. 즐겁고 신나던 수학여행에서 열리던 장기자랑 장면을 보면 누구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는 추억여행이 된다.

 

불리단길의 담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불리단길의 담장에는 다양한 모습의 벽화가 그려져있다.

불리단길은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을 이용한 태권도와 야구, 축구선수들이 전지훈련장으로 많이 찾는다. 불리단길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착한 가격의 숙박시설을 선수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토함산을 중심으로 한 쾌적한 환경이 있어 훈련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운동선수들에게 맛과 영양을 갖춘 맛집들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경주에서 열리는 유소년 태권도대회와 유소년 축구대회, 유소년야구 대회는 물론 포항 등 인근 도시에서 열리는 각종 체육대회 참가 선수들도 이곳 불리단길에 숙소를 정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훈련을 한다. 불리단길은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경주시에서는 불리단길 광장에 체육시설을 설치하고 전지훈련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볼거리와 먹거리, 문화유산, 전지훈련장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하고 있는 불리단길이 모든 관광객들의 추억재생소와 힐링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영준기자·강현수필가

<우리 마을은>

 

김태열 청년회장

김태열 불국동 청년회장...“왕겹벚꽃축제·문화유산 연계 관광 활성화”

김태열(49) 청년회장은 이곳 불국동에서 나고 자랐다. 한 번도 불리단길을 떠나 본적도 없고, 떠날 생각을 해본적도 없다. 그러면서 불리단길의 변화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도 보았고, 세월호와 메르스, 지진, 코로나를 거치면서 무너져 내리는 불리단길의 쓸쓸한 모습을 보고 몸으로 겪었다. 23년 동안 택시운전을 하면서 경주관광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경주를 알리는 민간 홍보대사 역할도 했다. 24살에 청년회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9년에 회원들의 추대로 청년회장을 맡고 있다. 11살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장애도 입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생활하고 있다. 금년부터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주시지회장도 맡아 장애인 복지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 회장은 청년회장직을 맡으면서 경주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왕겹벚꽃축제다. 그 동안 열리던 경주시민 노래자랑을 ‘왕겹벚꽃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일반 벚꽃이 진 이후에 피는 대공원의 왕겹벚꽃을 불리단길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축제가 열리면 대공원 일대에는 화려한 왕겹벚꽃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임기 2년의 회장직을 마쳤으나 회원들로부터 재추대를 받는 영광도 누렸다.

“이제 불리단길은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 동리문학관과 연계해 불리단길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을 리마인딩하는 추억여행지로 만들겠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불리단길을 다시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불리단길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을 되살리고, 다시 한 번 꼭 가봐야 하는 1순위 여행지로 만들어 가는 주춧돌로 삼겠다고 김 회장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현수필가

<가볼만한 곳>
 
낭산 남쪽 봉우리에 있는 선덕여왕릉

△경주의 진산 ‘낭산’

신라 선덕여왕이 스스로 자신이 죽을 날을 예언하고 신하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도리천에 장사를 지내라” 신하들이 도리천이 어디냐고 묻자 “낭산 남쪽에 있다.” 예언한 날에 여왕이 죽자 낭산 남쪽 봉우리에 장사를 지냈다. 누에고치 모양으로 생긴 낭산은 경주의 진산이다. 높이 100미터의 조그마한 산이다. ‘산이 높다고 해서 모두가 명산이 아니고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려 있어야 명산이다’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산이다. 삼국사기에는 ‘413년 낭산에 뭉게구름이 피어났는데 누각처럼 생겼고, 향기가 가득 퍼져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본 실성왕이 “이는 신선이 내려와 노는 것이니 복받은 땅이다”고 하면서 벌목을 금지시켰다. 남쪽에는 사천왕사와 망덕사를 세우고 북쪽에는 황복사와 9층 목탑을 세웠다. 낭산은 신라 왕들의 안식처다. 남쪽 봉우리에 선덕여왕릉을 시작으로 불국사 방향으로 국도변에 신문왕릉과 효공왕릉, 신무왕릉, 성덕왕릉, 효소왕릉이 있다. 경주국립박물관에서 9월 12일까지 ‘낭산, 도리천 가는 길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낭산은 배반네거리에서 울산방면으로 700미터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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