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우리 사회의 규제에 대한 고찰
[수요칼럼] 우리 사회의 규제에 대한 고찰
  • 승인 2022.07.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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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사회가 복잡해지는 만큼 규제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규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하며, 법령 등 또는 조례·규칙에 규정되는 사항이다(행정규제기본법 2조 1항). 일반적으로 규제는 행동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함에 있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규제가 때로는 개인과 사회의 긍정적인 행동이나 생산성을 저해하기도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A 도로에서 운전 중 사망사고를 일으켰다고 가정해보자. 이에 관계 부서는 해당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신호등을 늘리고, A 도로의 속도를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었다고 하자. 이럴 경우 A 도로에서 사망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속도를 느리게 제한하면 할수록 사망사고는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사고를 내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한 운전자들도 신호등과 속도 제한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새로 생긴 규제로 인해 에너지 효율이 감소하고 이동 시간도 증가하게 될 수도 있다. 즉 규제는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제약하기도 한다. 따라서 규제를 만들 때에는 이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규제들은 대부분이 문제를 예방하거나 재발을 막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문제에 초점을 둔 규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가 어떻게 하면 다시 발생하지 않는가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대학의 어떤 연구자가 연구비를 부정으로 사용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정부는 연구비를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새로운 규제를 만든다. 연구비 사용에 대한 증빙을 늘리고, 연구비 관리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한 지침을 만든다. 이러한 규제는 연구비의 사용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바람직한 규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연구비를 정당하게 사용하는 다수의 연구자들도 함께 규제하게 된다. 만일 이와 같은 규제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면, 아마도 연구자들은 본연의 목적인 연구보다는 연구비 증빙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다양한 장면에서 추가적인 행정업무가 본연의 업무를 위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바로 문제에 초점을 둔 규제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규제 역시 문제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이 촉진되거나 장려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규제의 정의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에 초점을 두어서는 결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결코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병이 없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 사회의 목표가 문제없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분명히 우리 사회의 목표는 더 나은 사회,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회 일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문제를 없애고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가?

그리고 규제를 만들기에 앞서 개인적인 문제와 전체의 문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훌륭한 교사들, 공직자들, 기업인들, 일선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에는 일탈 행동을 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가령, 아동을 학대하는 어린이집 교사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수는 훌륭한 어린이집 교사에 비하면 극소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로 인해 모든 어린이집 교사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매도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규제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문제는 그 직업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히 개인의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일탈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올바른 법이고 규제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세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지 나쁜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규제도 같은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에서 벗어나 무엇을 잘 하기 위한 규제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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