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거울이 필요해
[달구벌아침] 거울이 필요해
  • 승인 2022.07.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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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도박장에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먼저 도박장에는 벽에 걸린 시계가 없다. 어느 건물이나, 공간에 흔히 붙어 있는 벽시계가 도박장에는 없다. 그 이유는, 도박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모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창문이 없는데 그 이유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함도 있고, 창밖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창밖을 보다 보면 자신은 도박에 빠져 일확천금을 바라며 망가져 가는데 바깥에서는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면 정신이 번쩍 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외부가 보이지 않게 창문을 다 막아뒀다. 마지막으로 도박장에 없는 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거울이다. 도박장에 거울이 없는 이유는 도박에 미쳐서 뻘겋게 달아오른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사람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존재라, 자신이 못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면 행동을 멈출 확률이 매우 높다. 거울이 있으면 자신의 그런 못난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현실로 돌아와 도박을 더 지속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오롯이 미친 듯 도박에만 집중하도록 도박장에 거울을 가져다 놓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 친구를 거울과 같은 존재라 이야기한다. 거울 속 모습과 실제 모습이 똑 닮았다. 그렇듯 친구도 '유유상종'이라고 서로를 닮았다. 그래서 거울 같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친구는 나이로 맺어지는 관계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가 될 수 있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같아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추구하는 바가 비슷해서, 생각이 비슷해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의 거울 같은 친구 모임을 소개해볼까 한다.

오늘 소개할 모임은 부부로만 구성된 모임이다. 흔히 부부 모임 그러면 나이대가 비슷한 또래의 부부 모임으로 생각할 것이다. 남편의 친구들로 구성된 부부 모임이거나, 아니면 아내들의 친구들로 구성된 모임쯤이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부부 모임은 조금 다르다. 나이대가 다양하다. 가장 젊은 부부가 40 초반이고, 가장 나이 많은 부부가 70을 넘었다. 거의 부모님과 자녀의 나이 차이쯤 된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부부가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의 부부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로 구성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프로그램으로 실시 한 10여 주의 부부교육이 끝나고,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너무 모임이 좋다고 지속적인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회장을 선출하고 회비를 모아서 계(契) 모임 형식으로 모임을 10여 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우리 부부를 포함 총 일곱 부부가 함께 모임을 해오고 있다.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살아온 이야기도 나누면서 부부의 사이를 점검해 가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다른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부부를 점검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부부에게 본이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처럼 비춰주면서 10여 년 동안 모임을 해오고 있다. 참 좋은 모임이다.

사람은 자기를 잘 살피지 못한다. 흔한 예로 밥을 먹다가 입가에 뻘겋게 묻은 양념 자국도 우리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름 주의하여 의식하면서 티슈로 닦지 않는 한, 가져간 손거울로 얼굴을 비춰보지 않는 한, 얼마나 입 주위를 붉게 물들였는지, 입안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고춧가루가 끼었는지도 우린 잘 모른다. 화장실 가서 거울에 비춰보거나 아니면 앞에 앉은 사람이 거울이 되어 나에게 얘기해줘야만 안다.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지 않고서는 내 모습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은 거울이 되어줄 친구가 필요하다. 친구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기 때문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것은 얼굴에 파인 주름을 통해서도 알게 되지만, 먹던 음식이 흘러 가슴이나 배에 묻는 것이 잦아질 때도 알게 된다. 타인과 밥을 먹을 때는 대체로 내가 그런 경우라도 타인들은 내게 얘기를 잘해주지 않는 편이다. 얼굴에 뭐 묻었다고 말하면 내가 부끄러워할 거라서 그런가 보다 싶다. 그런데 아내랑 밥을 먹을 때는 다르다. "아이고 좀 조심히 먹어라. 앞에 다 흘렀다. 쫌"이라고 숨기지 않고 얘기해준다.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춰주는 아내가 바로 내게는 거울이다. 아내한테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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