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사자의 모습을 숨기지 마라
[수요칼럼] 사자의 모습을 숨기지 마라
  • 승인 2022.08.0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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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이 출범한지 두 달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임명장에 서명한 잉크가 체 마르기전에 대통령실과 장관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런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보수의 적통을 이어받은 국민의힘이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을 복귀해보면 이해는 간다. 소위 정권탈환을 위해 당 내부 인사들 중에서 후보로 결정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응급 수혈한 후보로 결정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도 내부 파열음이 지속적으로 들렸지만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되찾았다. 그 정당의 그 인물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걱정하는 것은 언감생신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어디로부터 나올까.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선출직 공무원이다. 선출직이라는 말은 국민투료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란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는 것은 선출직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식의 해법을 제시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은 보수층이며, 받쳐주는 기둥은 국민의힘이다. 그런데 보수층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사자와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보다는 벌써부터 다음 총선을 위한 공천권을 담보로 권력 투쟁에 몰입한다고 세상 민심은 전한다.

정당들 사이에 그리고 정당 내부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하물며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다툼이 있고, 갈등이 발생하며, 심지어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관습과 제도, 그리고 법이 만들어진다. 그것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정치가 아닐까 한다. 대통령이라고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 인재들이 자기역량을 발휘하게끔 유인책으로 ‘신상필벌’을 이용하는 것이 고전적인 통치수단이다. ‘늘공’은 정권이 교체돼도 신분이 보장되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만약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부역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반면 어공(정무직 공무원)은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맞는 인물들이 기용된다. 설령 임기 중이라 해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는 것이 정치적 예의이다.

역사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지도자가 강할 때는 갈등과 다툼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만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모두들 점잖게 민주국가에서 권력 분립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태도가 돌변하는 것을 문재인 정부도 보여줬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거부하는 정치적 풍토 아래서 권력 분립이라는 말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린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총체적인 부패 상황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건국 때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에 의한 통치가 필수불가결함을 역설하였다. 일단 정치 공동체가 건강함을 회복하면 다수 시민에 의한 지배가 시민의 자유를 신장시키고 위대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용감하고 신속하게 행동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는 사랑의 대상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사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윤석열 검사가 언론의 각광을 받으면서 검찰총장이 되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통해 공정한 정의사회 구현 의지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소위 이리떼들이 날뛰던 세상을 용맹한 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제압함으로써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사자의 모습은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목적을 수단화하여 효율성과 유용성만을 고려하라는 것은 아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사자의 정신은 명령이고, 명령하려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한 부정과 새로운 가치를 위한 파괴를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은 기득권의 수호자가 아니라 비전을 위해 잘못된 기존가치를 파괴하는 사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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