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제2의 탄생, 사춘기
[달구벌 아침] 제2의 탄생, 사춘기
  • 승인 2022.08.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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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김리연구소장
말썽 하나 부리지 않고, 부모 말을 잘 듣고 착하기만 하던 자녀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반항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소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 결과 부모들은 그동안 자녀를 향해서 가졌던 희망이라는 마음이 실망으로 변하고 더 나아가 절망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사랑으로 양육했던 자신의 모습에 회의가 들기도 하며, 스트레스도 점차 쌓여서 자녀와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 시기가 온다. 이 시기가 바로 '사춘기'라는 시기다.
사춘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시기다. 다만 부모들의 입장에서 말하는 문제행동(학업부진, 공상, 일탈 행동 등)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 심한 사람도 있고, 덜 한 사람이 있을 뿐 모두가 이전에 자기 모습과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단계 중에 거쳐가야 할 한 순간이란 걸 알아야 한다. 즉, 거쳐간다는 말은, 여름날 잠시 내렸다가 그치는 소나기 같다는 말이다. 이때 부모들이 아셔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이 시기가 자녀가 온전한 성인이 되기 위해 재 탄생되는 시기라는 사실이다. 사춘기를 제2의 탄생기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첫 번째 탄생은 엄마의 몸을 통해서 하는 육체적 탄생이다. 그래서 엄마의 몸이 아프다. 애기를 임신하고 10개 이라는 시간 동안 먹은 음식 없이 노란 물 까지 토해내며 입덧을 하기도 하고, 몸이 아파 힘들어도 약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며 부모는 자녀의 탄생을 준비한다. 그렇게 애기는 부모의 몸을 통해 탄생을 하게 된다. 첫 번째 탄생이 육체적 탄생이었다면 이제 두 번째 탄생, 사춘기는 어디로 탄생을 하는 것일까? 바로 부모의 가슴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결과 어디가 아프게 될까? 가슴이다. 바로 부모의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제2의 탄생을 위해선 부모가 겪게 될 가슴 찢어지는 고통은 당연히 거쳐가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즉, 선택과정이 아니라 필수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 부모들 중 첫 번째 탄생과는 달리 탄생의 고통을 피하고 싶어서 아픔의 원인을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가하려 하는 부모가 있다. "너 정말 왜 그래. 제발 좀 그만해라. 그냥 곱게 지내고 빨리 끝내면 안 되겠니? 사춘기가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지 알아. 그만해 제발~!!"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오늘도 여전히 바쁘다. 자기의 때에 자기 스스로 탄생을 하도록 믿고 기다려주지 못하고 조급함이란 칼을 들이대 강제로 미숙한 아이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순전히 부모가 불편하고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아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온전한 사춘기의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어떤 아이는 3개월 만에 어떤 아이는 5개월 만에 태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태어난 미숙한 아이를 인큐베이터에서의 보호조차 없이 차가운 현실과 맞서게 한다. 그 결과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미숙한 청년이 되어가고, 나아가 미숙한 어른이 되어간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 최소한 이 마음은 가져야 한다. 1년여 동안은 가슴이 당연히 아플 것이라는 생각. 엄마 혼자가 아닌 아버지도 함께 가슴으로 탄생을 한다는 생각.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보고 들으며 탄생을 준비하던 그때처럼 부모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사춘기 부모에게서 1년여 동안 가슴의 아픔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탄생은 아이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 아빠 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거룩한 의식과 같기 때문이다.
자녀 입장에서도 사춘기는 제2의 탄생이다. 자녀 입장에서 살펴보면 첫 번째 탄생은 수동적 탄생이다. 부모에 의해 탄생된다.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수동적인 탄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두 번째 탄생은 능동적인 탄생이다. 바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탄생시키는 '정신적 탄생'의 시기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 평가를 내리고,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데 이때 멋진 사람으로 자신을 탄생시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탄생시키는 사람도 있다. 멋진 자신을 탄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부모의 절대적 믿음과 사랑이다.
사춘기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 자기의 존재에 대한 고민도 늘어나고 잘하고 싶지만 잘 되지도 않는 자기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는 시기이다. 사춘기 시기는 이렇듯 자녀도 힘들고 부모도 힘든, 모두가 힘든 시기다. 그래서 서로 상처 주지 말고, 소나기가 그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소나기가 그치면 하늘에는 선물처럼 예쁜 무지개가 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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