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5세 입학 논란
[교육논단] 5세 입학 논란
  • 승인 2022.08.0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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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교육부의 5세 입학 깜짝 발표가 공론화와 숙의의 과제로 선회한 듯하다. 발표 후 2주 여 만의 일이다. 짧은 기간 동안 교사, 학부모 등을 비롯하여 교육계 전반의 반발이 심화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 정책이 어떻게 결론을 맺을지 의문이다. 교육공동체와의 논의의 시간 없이 일방적으로 공포한 정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초·중등 교육에 대한 학제는 교육 개혁의 주요한 사안이다. 학제는 공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적 틀을 구성하고,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쉽게 결정되거나 변화되기 어렵다. 사실 교육과정 이수 적정 기간, 조기 취·입학, 초등학교 취학 연령 등의 사안들은 교육 개혁의 주요 주제들로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이래로 꾸준히 정책 연구가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의 학제는 초-중-고 6-3-3제로 1951년 수립된 이래로 변화가 없었다. 그 간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들은 꽤 다양했다. 1984년에 5-3-3제, 5-3-4제, 6-3-3제가 발표된 적도 있고, 1987년에는 유-5-3-4제가 제안되었다. 2004년에는 5-3-4제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고, 2007년에는 취학 연령 1년 하향 조정과 수업 연한 1년 단축 안이 제시되었다. 이후로도 만 5세 입학, 초등학교 연한 축소, 다양한 학제 시스템 허용 등 학제와 관련한 논의들은 매우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다.

다른 나라의 동향을 살펴보면 OECD 회원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초중등학교 12년제를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으며, 6-3-3제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취학 연령 역시 만 6세인 경우가 가장 많은데 북 아일랜드, 스위스 등은 만 4세, 영국, 호주 등은 만 5세를 취학연령으로 결정하고 있다.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 싱가포르 등은 만 7세가 초등학교 취학 연령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경우 초등학교 취학은 만 6세로 우리나라와 같지만, 2019년부터 만 3세부터 유치원에서의 의무교육이 시작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유치원의 교육과정도 대폭 변경되었다고 한다.

입학 연령의 하향 조정에 대한 가장 큰 비판점은 교육을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유아발달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인성적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당장 2025년 만 5세가 되는 아이의 경우, 혹은 그 이하의 아이들까지 과도기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학부모의 걱정은 인구감소로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지 못한다는 데 있지 않고, 내 아이가 한 살 많은 아이들과 동등하게 대입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출산의 사회현상은 분명히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입학 연령의 하향이 인구절벽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가 아니지만, 여하간 다각적인 고민과 대응 없이는 이 아이들이 고스란히 미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더불어 학생들의 성숙도가 1951년과 같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기에 현대사회에서의 학생 발달 단계 이행 시기의 변화도 사실상 고려되어야 한다. 학생의 장래와 관련 없더라도 무조건 대학은 필수로 졸업해야 한다는 사회적 풍토도 같은 맥락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는 꼭 초등학교 입학 연령의 하향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입학 연령 하향 대신 이와 같은 효과를 위한 다른 개선안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학교급간의 교육을 연계하거나, 학제의 유연성을 더 갖추어 경직성을 해소하는 등이 그것이다. 만약 초등학교 내 유치원 교육을 연계한다면 유아의 초등학교 이행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은 초등학교 6학년의 중학교 편입과도 연계성을 가지게 된다. 더불어 교육과정의 구성, 운영 등에 있어서도 충실한 논의가 필요하다. 멀리 나가자면 유·초·중등교사의 양성 연계 문제까지도 얽혀 있는 복잡한 사안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정책은 쉽게 말해 하나를 바꾸자면 또 다른 것도, 그에 얽힌 다른 것도 고려되어야 하는 실타래와 같다. 교육개혁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그러한 정책 하나도 허투로 결정할 수가 없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엉켜진 정책에 대한 공론화와 숙의에 대한 시대적 책무성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Top-down 방식의, 뉴스로 전해 듣는 중앙집권적 교육 정책은 더 이상 시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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